[사이언스칼럼] 인공지능과 과학의 결합 'AI for Science'가 여는 새로운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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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인공지능과 과학의 결합 'AI for Science'가 여는 새로운 미래

이경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초거대AI연구센터장

  • 승인 2026-02-12 16:39
  • 신문게재 2026-02-13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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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초거대AI연구센터장
최근 인류 지식의 최전선인 과학 연구 현장이 거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과거의 과학이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이를 검증하는 '이론과 실험'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인공지능(AI)이 스스로 법칙을 찾아내고 새로운 발견을 이끄는 'AI for Science(과학을 위한 AI·이하 AI4S)'의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보조를 넘어, 과학 연구의 패러다임을 뿌리째 바꾸는 이른바 제5의 패러다임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서막을 알린 상징적인 사건은 2024년 노벨상 발표였다. 물리학상과 화학상 모두 인공지능의 기틀을 닦거나 이를 활용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한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특히 수십 년간 생물학계의 난제로 남아있던 단백질 접힘 문제를 AI가 단 며칠 만에 풀어낸 것은, AI가 더 이상 보조 도구가 아니라 과학적 발견을 가속화하고 인간의 지적 한계를 확장하는 '강력한 엔진'임을 전 세계에 증명한 사례다.



그렇다면 AI4S가 성공하기 위한 핵심 동력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양질의 '데이터'와 이를 처리할 수 있는 '강력한 컴퓨팅 파워',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특화된 모델'이다. 이 지점에서 출연연들의 역할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출연연들은 지난 수십 년간 각 연구 분야의 국가 과학기술 정보의 허브로서 막대한 양의 학술 논문, 특허, 실험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AI의 성능이 학습 데이터의 질에 좌우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출연연들이 보유한 정제된 과학기술 데이터는 대한민국 AI4S 연구의 가장 강력한 기초 자산이다.

또한, AI4S는 천문학적인 계산량을 요구한다. 복잡한 분자 구조를 시뮬레이션하거나 기후 모델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컴퓨터로는 감당할 수 없는 성능이 필요하다. KISTI가 운영하는 국가슈퍼컴퓨팅센터의 인프라는 연구자들이 거대한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가상 환경에서 수억 번의 실험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물리적 토대가 된다. 나아가 인공지능의 활약은 디지털 공간을 넘어 실제 실험실의 모습까지 바꾸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실험 자동화와 로봇 실험실의 도입은 인공지능이 설계한 가설을 인간의 개입 없이 24시간 내내 실제 실험으로 구현하는 자율 실험실 시대를 열고 있다. 로봇 팔이 시약을 정밀하게 배합하고 측정 장비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인공지능에게 전달하면 인공지능은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실험을 다시 설계한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는 인류가 수 세기에 걸쳐 수행해야 했던 시행착오를 단 몇 주 만에 끝낼 수 있는 혁신적인 속도를 제공하며 연구 효율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AI4S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신소재 개발 분야에서는 기존에 수십 년이 걸리던 촉매 설계나 배터리 물질 발견을 단 몇 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정밀한 기상 예측이나 에너지 효율 극대화, 그리고 난치병 치료를 위한 신약 후보 물질 발굴 등 인류가 직면한 복잡한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AI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파트너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인프라 기반의 AI4S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

물론 기술의 급격한 발전 뒤에는 직업 변화에의 대응과 연구 윤리라는 과제도 남아있다. AI가 도출한 결과의 과학적 근거를 인간이 어떻게 신뢰하고 검증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또한 우리 과학자들의 몫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라는 강력한 렌즈를 통해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 하는 과학자의 통찰력이다.

이제 과학자들에게 AI는 현미경이나 망원경과 같은 새로운 눈이다. 보이지 않던 미세한 세계와 너무 멀어 닿지 않던 우주의 신비를 AI를 통해 더 깊고 넓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데이터와 슈퍼컴퓨팅이라는 든든한 날개를 단 AI4S가 우리 사회의 난제를 해결하고, 인류의 지적 지평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기술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이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하게 만드는 과학적 사명감과 국가적 지원일 것이다. 이경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초거대AI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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