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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하 총장 |
그러나 우리는 메달이라는 결과, 그 찬란한 빛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영광의 이면에는 또래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아야 했던 긴 시간의 고독한 훈련, 수많은 좌절과 재도전, 그리고 청소년기에 온전히 감당하기 쉽지 않은 무거운 사회적 압박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 1분 남짓한 경기를 위해 그들은 4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을 어두운 새벽 공기와 마주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왔을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 감내해야 하는 경쟁의 무게는 때로 성인들의 세계보다 더 가혹하고 서늘하다. 우리는 이들의 성취를 진심으로 기뻐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너무 이른 시기에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는지 엄중히 성찰해야 한다.
이러한 올림픽의 풍경은 대학 입시라는 또 다른 무대에서 매일 도전을 이어가는 우리 고등학생들의 현실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 교실 속 학생들 역시 각자의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자신만의 경기를 치르고 있다. 하루하루 주어지는 성적표와 주위의 평가 속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 내야 하고,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수많은 불안과 긴장을 안고 살아간다. 정해진 트랙을 한 치라도 벗어나면 영영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아이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올림픽이 화려한 무대라면, 입시는 한국 사회 청소년들이 가장 고독하고 치열하게 맞서 싸우는 삶의 첫 번째 경기장이라 할 수 있다.
10대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서로 다른 길 위에 서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우리 사회에 공통된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너무 이른 시기에 완벽한 '성과'만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들에게 충분히 실패할 권리와, 넘어진 뒤에 툭툭 털고 일어설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을 허락하고 있는가.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선수나, 원하는 대학의 문턱을 넘지 못한 학생이 곧바로 '좌절'이나 '낙오'라는 이름으로 낙인찍혀서는 결코 안 된다. 결과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과정 속에서 흘린 땀방울이 그 자체로 위대하다는 것을 가르치는 어른들의 태도가 절실하다.
따라서 대학교는 이러한 청소년들의 숭고한 도전을 단순히 점수대로 줄을 세워 뽑는 '선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미래 인재를 길러내는 최후의 보루이자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이 각자의 숨겨진 가능성을 발견하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지니고 있다. 단 1점의 점수 차이를 넘어, 그 과정 속에서 배우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길러낸 학생들의 끈기와 회복 탄력성을 존중해야 한다. 더 나아가 대학은 청소년들이 한 번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언제든 다시 새로운 꿈의 궤도를 설계할 수 있도록 유연한 교육 시스템과 따뜻한 사회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밀라노-코르티나의 10대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은 단순한 기록 경신이 아니라, 청소년 특유의 순수한 땀방울과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빚어낸 찬란한 상징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좁은 교실 책상 앞에 앉아 미래를 향해 묵묵히 걸음을 내딛는 학생들의 도전 또한 그에 못지않게 위대하고 값진 여정이다.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누가 더 빨리 좁은 정상에 오르는가를 재촉하며 채찍질하는 것이 아니다. 각자가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온전히 성장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응원하고 지원하는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이다.
봄꽃이 피어나는 시기가 저마다 다르듯, 우리 아이들도 각자의 계절에 맞춰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만물이 소생하는 3월, 입학의 설렘이 가득한 이 시기에 우리 청소년들이 메달과 합격증이라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 너머에서 진정한 배움과 성장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제는 대학과 사회가 함께 두 손을 맞잡고, 우리 아이들의 가장 든든하고 책임 있는 동반자가 되어주어야 할 때이다.
/김용하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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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바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