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오늘이 내 생일이구나."
한국에서 아내이자 며느리, 그리고 세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나에게 이번 생일 아침은 유난히 특별하게 느껴졌다. 중국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이주해 새로운 문화와 가족 속에서 살아온 시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침에는 작은 해프닝도 있었다.
딸 선희(7)가 "풀이 필요하다"며 계속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문구점에 가서 사오면 될 일이라며 순간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잠시 후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선희는 엄마의 생일을 맞아 작은 '홍바오(빨간 봉투)'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고, 봉투를 붙이기 위해 풀이 필요했던 것이다. 아이의 서툰 표현 뒤에 담긴 따뜻한 마음을 알게 되자 괜히 화를 냈다는 생각에 미안함이 밀려왔다.
남편 역시 아침 상황을 들었는지 출근 준비를 하다가 조용히 말했다.
"생일인데 아침에 미역국을 못 끓여줬네."
매년 생일이면 먼저 미역국을 끓여주던 남편은 올해는 그러지 못했다며 미안해했고, 대신 저녁에 꼭 끓여주겠다고 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생일에 미역국을 먹는 문화가 낯설었지만, 이제는 생일 아침 따뜻한 미역국 한 그릇이 없으면 어딘가 허전하게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
저녁에는 시부모님과 함께 외식을 하며 생일을 기념했다. 베트남 샤브샤브를 먹었는데 밥이 조금 딱딱해 아버지는 많이 드시지 못했다. "다음에는 돌솥밥 먹으러 가자"라는 말에 역시 어른들에게는 한식이 가장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 후 카페에서 가족들과 함께한 생일 축하 시간은 하루의 마지막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중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선택한 나. 이곳에서 따뜻한 가족을 만나 함께 살아가고 있다. 눈이 내리던 서른네 번째 생일 아침, 나는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나는 지금 참 많은 사랑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깨달음은 나의 삶을 더욱 감사하고 행복하게 만들었다.
염효신 명예기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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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다문화뉴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