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애연가의 권리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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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애연가의 권리주장

방원기 경제부 차장

  • 승인 2026-04-26 13:28
  • 신문게재 2026-04-27 18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방원기 편집국에서 사진
방원기 경제부 차장
2014년 12월 31일로 기억한다. 하루 뒤인 2015년부터 담배 가격이 2000원 인상되기 직전이다. 편의점 곳곳을 돌며 담배를 몇 갑씩이나 사들였다. 두 배가량 넘어서는 담뱃값이 얼마나 아깝던지 친구들과 곳곳을 돌며 주머니에 담뱃갑을 가득 채웠다. 며칠이 지났을까. 마지막 2000원대 담배를 다 피우고, 끊겠노라 다짐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세월이 흐르며 담배 관련 시장은 빠르게 변화했다. 담배 모양처럼 생긴 연초를 기계에 넣어 피던 궐련형 전자담배가 세상에 나왔고, 액상을 주입해 피우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유행했다. 연초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로,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액상으로 눈을 돌렸다.

2026년 4월 24일. 담배 가격이 2000원 오를 때와 묘하게 겹친다. 이날부터 시행되는 개정 담배사업법에 따라 담배의 정의가 기존 연초의 잎에서 연초나 니코틴까지 확대됐다. 니코틴엔 천연·합성니코틴도 포함이다. 그간 규제에서 벗어나 있던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도 궐련형 담배와 연초 등과 같은 규제를 받게 됐다. 온라인 판매 자체도 금지됐다. 지정된 오프라인 점포에서만 가능하다. 온라인 구매가 불가능해지자 곳곳에선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격 차이가 동일 제품임에도 많게는 2만 원이나 차이 나서다. 온라인 상에선 이날부터 판매가 금지된다는 문구가 곳곳에 붙었고, 자정이 넘어가자 판매 사이트는 일절 액상 판매 페이지를 삭제했다. 사재기는 단순히 온·오프라인 가격 차이 때문이 아니다. 합성니코틴 용액엔 1ml당 1800원의 담배소비세 등 제세부담금이 부과된다. 여기엔 지방세와 국세, 부담금이 합쳐진다. 정부에서 2년간 한시적으로 제세부담금을 50% 감면하기로 하면서 900원가량이 부과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가장 많이 유통되는 전자담배 액상 30ml 기준으로 2만 7000원이 과세된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 중인 전자담배 액상 30ml 가격이 적게는 1만원대부터 3만원대까지 형성됐는데, 과세 후엔 30ml 한 통 가격은 5만원 안팎까지 인상되게 된다. 2년이 지나고 나선 최대 8만원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 전자담배 액상 담뱃갑에는 경고 문구·그림과 성분 표시(니코틴 용량)를 의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이번 규정은 4월 24일 이후 반출되거나 수입 신고된 제품부터 적용되며, 정부는 6월 23일까지 계도기간을 운영할 방침이다.

담뱃값이 4500원으로 오를 때처럼 평소보다 많은 양의 전자담배 액상을 미리 구매해뒀다. 가격 인상에 더러워서 못 피겠다라는 말이 나오며, 2014년 말 당시와 묘하게 겹쳐진다. 골목 어귀에서 비흡연자의 눈치를 보며 피우는 담배를 이젠 끊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다만, 10여년 전과는 다르게 갈수록 세금은 더 떼가는데, 흡연자를 위한 공간은 없다. 흡연부스도 찾기 어렵다. 금연거리는 곳곳에서 늘어가는데, 마땅히 피울 곳이 없다. 세금을 더 떼가는 대신, 흡연자에 대한 권리 아닌 권리도 이참에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
방원기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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