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시설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문화예술 생태계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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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시설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문화예술 생태계 전환

단국대학교 공공경영대학원 문화예술콘텐츠학과 이희성 교수

  • 승인 2026-05-20 16:47
  • 신문게재 2026-05-21 19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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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학교 공공경영대학원 문화예술콘텐츠학과 이희성 교수
대전의 문화정책은 지금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민선8기 대전시 문화예술관광국 예산은 1,769억원으로 전체예산의 2.51%에 불과하고 문화예술과 '문화예술 육성발전' 정책사업만 보면 약599억원으로 0.85%에 불과하다. 문화도시를 말하고, 세계적 공연장과 대형 문화시설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지역 예술인의 창작 기반, 시민의 문화향유권, 생활권 문화인프라를 뒷받침할 예산은 충분하지 않다. 겉으로는 화려한 비전을 말하지만, 현장의 체감은 여전히 낮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전시의 재정 여건이다. 대전시 재정적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2025말 기준 채무 잔액은 1조 6,144억 원에 이르고 있다. 본청 기준 2026년 말 채무비율이 20.84%에 달한다는 점은 매우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출자출연기관 임직원 인건비만 매년 734억원에 이르는 방대한 행정 산하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지방재정의 건전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는 대형 문화시설 중심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문화정책은 꿈을 제시해야 하지만, 그 꿈이 시민에게 또 다른 재정 부담으로 돌아와서는 안 된다.

그동안 대전 문화정책은 '무엇을 지을 것인가'에 지나치게 집중해 왔다. 공연장, 미술관, 복합문화공간, 랜드마크 시설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시설을 짓는다고 곧 문화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화도시의 핵심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다. 예술인이 창작할 수 있고, 시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며, 지역의 문화단체와 기획자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먼저다. 시설은 그 생태계를 담는 그릇일 뿐, 문화정책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대전은 시설 중심 문화정책에서 사람 중심 문화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민선9기 대전 문화도시 비전은 거창한 건축 프로젝트가 아니라 시민의 삶을 바꾸는 문화정책이어야 한다. 예술인의 생계와 창작을 연결하는 지원체계, 청년예술인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 원도심과 생활권에서 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공간, 장애인·노인·아동·청소년 등 문화취약계층을 위한 문화기본권 보장이 우선되어야 한다.

특히 대전의 문화예산은 '대형 시설 투자'보다 '지속 가능한 문화생태계 투자'로 재구조화되어야 한다. 적은 예산으로도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은 분명히 있다. 생활문화센터와 작은 공연장, 지역서점, 독립영화관, 마을문화공간, 청년창작공간을 촘촘히 연결하는 방식이다. 예술인 지원도 단순 보조금 중심에서 벗어나 창작, 유통, 홍보, 일자리, 복지, 교육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시민에게는 가까운 곳에서 문화를 누릴 권리를 보장하고, 예술인에게는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

민선9기 대전의 문화도시 비전은 그동안의 '희망고문'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행복문화도시'여야 한다. 실현 가능성 없는 대형 프로젝트로 시민에게 기대만 주고, 예술인에게 기다림만 강요하는 방식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문화정책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장밋빛 약속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 속에서 확인되는 변화여야 한다. 대전시민이 동네에서 공연을 보고, 아이들이 학교와 마을에서 예술을 경험하며, 청년예술인이 대전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도시가 진짜 문화도시다.

재정이 어려울수록 문화정책은 더 정교해야 한다. 돈이 부족하다고 문화를 포기해서는 안 되지만, 재정 현실을 외면한 과시형 정책도 경계해야 한다. 지금 대전에 필요한 것은 더 큰 건물이 아니라 더 촘촘한 문화망이다. 더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더 따뜻한 문화복지다. 더 많은 약속이 아니라 반드시 지킬 수 있는 정책이다.

민선9기 대전은 문화도시의 방향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시설을 위한 문화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문화, 행정의 성과가 아니라 시민의 행복을 위한 문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재정위기 시대 대전 문화정책의 책임 있는 길이며, 시민이 체감하는 행복문화도시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다.

단국대학교 공공경영대학원 문화예술콘텐츠학과 이희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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