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덕희 전 우송대학교 교수. |
이제 교권확립 문제는 개별 학교나 교사의 몫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체계적으로 회복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안이다.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에 학교 현장에서 교권침해를 논의하기 위해 교권보호위원회(이하 교보위)가 열린 건수는 5050여 건이나 되며, 주요 피해 유형은 모욕·명예훼손, 교육활동 방해, 상해·폭행이 다수를 차지했다. 2024학년도에도 교보위 개최 건수가 4234건으로, 최근 5년간의 교보위 개최 추세를 보면 교권침해 실태가 심각한 문제인 것을 알 수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교권침해의 주체가 교육의 대상자인 학생으로 90% 이상을 차지한다. 학생의 교권침해는 단순한 ' 규율(disciplinary) 문제'를 넘어, 교사가 자신의 교육철학과 방침에 따라 학생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하게 만들고, 결국 전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악순환의 구조가 된다. 교사가 책임감을 가지고 엄정하게 지도하는 교육권 행사를 오히려 아동학대 신고나 악성 민원의 표적으로 변질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해 국가 역시 교권 확립을 위한 각종 법·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3년 8월, '학생·교원·학부모가 상호 존중하는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제시했고, 교권과 학생 인권의 균형을 국정 과제로 설정했다. 국회도 2023년 9월, 교원지위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육기본법을 개정해 '교권 4법'을 제정했고,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고,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을 보호하는 법적 기준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책과 법률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교권 4법 후속 조치로 교원지위법 시행령·시행규칙 정비,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신속한 조사·지원 체계 구축, 교사 개인 보호와 수사 지원 강화 등과 함께 학교 현장에서는 교권 4법의 내용의 충분한 이해를 위한 교원·학부모 대상 교육과 소통 프로그램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교권은 '교사의 권위'가 아니라, 학생의 학습권과 학교의 안정된 교육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집단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가 차원의 교권 확립 방안은, 단순한 법 개정을 넘어 체계적인 구체적인 정책 방안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가령, 정당한 생활지도와 아동학대를 명확히 구분하는 세부 기준을 법률과 시행령에 명시해, 교사가 과도한 공포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교권침해 사실이 확인된 가해 학생과 보호자에 대해 학교·가정·법률기관의 협력 체제를 마련해, 단순한 훈육이 아닌 교육적·법적 책임을 함께 부여해야 한다. 교권침해 사건 이후 교사의 심리상담·직무복귀 지원과 같은 후속 보호 프로그램을 법으로 의무화하여, 한 번의 충격으로 교단을 떠나는 교사가 줄어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교권침해 예방을 위해 각급 학교에 교권보호 담당자를 지정·운영하고, 교권침해 의심 사례를 즉각 신고·조치할 수 있는 전국적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교사가 교육활동 중 발생하는 분쟁에 대해 소송비용·손해배상금을 보장하는 교원배상책임보험 제도를 확대·의무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영국·독일 등 교육선진 국가에서는 교권보호를 위한 전담 기구와 교사 보호법을 통해 교사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심각한 교권침해에 대해 가해 학생·보호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외국 사례를 참고해, 교권침해 발생 시 교사가 의지할 수 있는 국가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덧붙이고 싶은 점은 교권은 교사의 자질과도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단은 학교의 심장이요, 교사의 윤리는 교육의 얼굴이다(Good teachers are the heart of a school)."라는 말처럼, 교권이 강화될수록 교사 스스로의 책임감과 전문성도 높아져야 한다. 고사성어로는 이신작칙(以身作則), "교육자(敎育者)는 먼저 자신을 다스려야 한다"가 적절하다.
교권 확립과 교사의 자질 강화는 함께 가야 하는 동전의 양면이다. 교권은 교사가 학생을 통제하는 '권력'이 아니라, 학생의 성장과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함께 지켜야 할 '책임 있는 권한'이라는 인식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될 때, 비로소 교권은 진정한 의미에서 회복될 수 있다. 이제 교권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며, 교육을 제대로 세우려면 국가가 먼저 나서야 할 때이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교권 존중 풍토가 다시 살아나는 교육입국(敎育立國)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덕희 전 우송대학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조훈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