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다문화]뜨거운 들판과 초여름의 정취, 망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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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다문화]뜨거운 들판과 초여름의 정취, 망종

한국과 중국, 같은 망종 다른 풍경

  • 승인 2026-06-03 10:17
  • 황미란 기자황미란 기자

망종은 한국과 중국 모두에게 중요한 절기이나, 중국은 밀 수확과 파종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긴박한 농번기로 보내는 반면 한국은 초여름의 정취를 느끼며 제철 음식을 즐기는 계절의 문턱으로 인식합니다. 중국이 치열한 노동을 통해 땅에 대한 경외와 풍년의 기대를 담아낸다면, 한국은 일상 속에서 자연의 흐름을 체감하며 다가올 더위를 준비한다는 문화적 차이를 보입니다. 이처럼 두 나라는 서로 다른 풍경을 자아내지만, 망종이라는 절기를 통해 자연의 시간을 기억하고 삶의 리듬을 발견한다는 공통된 가치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26.6.4.) 한국과 중국의 망종 비교_람보정
(사진=람보정 명예기자 제공)
6월 초가 되면 동아시아는 초여름의 문턱에 들어선다. 이 시기 한국과 중국은 모두 망종을 맞이한다. 망종은 '까끄라기가 있는 곡식의 씨를 뿌리는 시기'를 뜻하는 절기로, 예로부터 농사의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계절의 기준이었다. 그러나 같은 절기를 맞이하는 두 나라의 풍경과 문화적 의미는 사뭇 다르게 나타난다.

중국에서 망종은 농민들에게 1년 중 가장 분주한 시기 가운데 하나다. "망종망, 맥상장(芒種忙,麥上場: 망종에는 바쁘고, 마당에는 수확할 밀이 있다)"이라는 속담에는 이 절기의 긴박한 리듬과 열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망종의 '바쁨'은 단순히 농사일이 많다는 뜻만은 아니다. 그것은 중국인의 문화적 뿌리 깊숙이 자리한 시간 의식, 즉 사람들에게 하늘의 때를 따르고 농사철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이른바 '삼하(三夏: 여름 수확, 여름 파종, 여름 관리)'에는 단순한 노동을 넘어 땅에 대한 경외와 풍년을 향한 기대가 담겨 있다.

내 고향은 좀 더 늦게 수확하는 편이지만, 중국 북쪽(허난성, 허베이성, 산둥성 등)의 6월 들판은 황금빛이면서도 뜨겁다. 밀 물결의 향기가 출렁이고 낫질과 농기계 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농민들은 작열하는 햇볕 아래 익은 밀을 서둘러 거두어들인다. 동시에 옥수수와 콩 같은 여름 작물도 제때 파종해야 한다. 수확과 파종이 같은 땅에서 동시에 이루어지고, 사람들은 시간과 경쟁하듯 움직인다. 땀과 흙냄새가 뒤섞인 들판은 한 해 가운데 가장 생생한 농경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반면 한국의 망종은 한 계절의 변화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모내기와 보리 수확이 한창이던 시기였지만, 오늘날에는 도시화로 인해 절기의 의미가 일상에서 다소 옅어졌다. 대신 사람들은 망종을 통해 초여름의 정취를 느끼고 계절 음식을 즐기며 자연의 흐름을 체감한다.

한국에서는 이 무렵 보리밥, 감자전, 열무국수 같은 제철 음식을 먹으며 더위를 준비한다. 또한 숲길 산책이나 농촌 체험 등을 통해 계절의 감각을 되새기기도 한다. 농사의 긴박함보다는 '여름으로 넘어가는 문턱'이라는 정서적 감성이 더 두드러지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두 나라 모두 망종을 통해 자연의 시간을 기억한다는 점은 같다. 뜨거운 들판에서든, 초여름 숲길에서든 사람들은 계절의 흐름 속에서 삶의 리듬을 발견한다. 망종은 오늘날에도 동아시아 사람들에게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오래된 시간의 언어로 남아 있다.

람보정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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