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화경 리더십과 한국 핵무장의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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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법화경 리더십과 한국 핵무장의 시대정신

정한용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한국핵안보전략포럼 운영위원

  • 승인 2026-06-01 17:37
  • 신문게재 2026-06-02 18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정한용
정한용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한국핵안보전략포럼 운영위원
북핵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은 단순한 안보 위기를 넘어 문명사적 전환점 앞에 서 있다. 이제 질문은 "북한의 핵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대한민국은 스스로를 지킬 의지와 철학을 갖고 있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이다. 그 실마리는 의외로 『법화경』 속에 숨어 있다.

많은 사람들은 불교를 현실과 거리가 먼 종교적 수행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법화경』에는 혼란의 시대에 공동체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에 대한 깊은 리더십 철학이 담겨 있다. 오늘날 한국의 핵안보 문제와 연결해 보면, 『법화경』은 국가 생존의 전략철학으로도 읽힐 수 있다.

지금 한반도의 안보 환경은 과거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북한은 핵능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가운데 핵 선제 사용을 제도화하고 전술핵탄두 '화산-31'을 공개하며 전술핵 위협을 노골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함으로써 한반도 안보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 역시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이 한·미·일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국제질서 또한 동맹만으로 생존을 보장받기 어려운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포스트 확장억제 시대에 접어들면서 한국도 보다 자주적이고 실질적인 억제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어쩌면 지금은 국가적 차원의 '일대사인연'을 묻는 역사적 순간인지도 모른다.

『법화경』의 핵심 개념인 일대사인연은 시대마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근본 과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일대사인연은 무엇인가. 그것은 북핵 시대 속에서 국가와 문명의 생존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여기서『법화경』이 강조하는 "때(時)"의 철학은 중요하다. 경전의 우담발화 비유처럼 진실은 시대적 조건이 무르익었을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한국의 핵무장 논의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시대정신이 아니었을 수 있지만, 북핵의 고도화와 미중 경쟁, 미국의 안보전략 변화 속에서 지금은 핵안보의 현실을 직시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법화경』은 또한 "방편(方便)"의 지혜를 강조한다. 목표는 같지만 접근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핵무장이 단순한 선언이나 구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원활한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추진, 원자력 잠재력 강화, 핵연료 재처리 능력 확보, 북·중·러의 전략연대에 따른 한·미·일 핵전략공유 등 다양한 방안을 현실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장기적 전략이다.

"상불경보살"의 이야기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그는 모든 사람이 부처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국가 리더십 역시 국민을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생존의 주체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핵무장 논의의 본질은 무기 자체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 스스로 운명을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에 있다.

부처님의 "수기(授記)"는 미래 가능성을 먼저 선언하는 행위다. 오늘날 국가 리더십도 국민에게 위기의식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역사적 자신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위대한 지도자는 위기 속에서도 미래의 가능성을 먼저 보는 사람이다.

『법화경』은 혼란기의 리더십 교과서이며 공동체를 구하는 전략철학이다. 지금 한반도는 거대한 화택(火宅)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위기를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방편과 결단으로 국가와 문명을 지켜낼 것인가이다.

결국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권력의 관리자가 아니라 국가의 생존과 미래세대의 운명을 책임질 수 있는 전략적 지도자다.

/정한용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한국핵안보전략포럼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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