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평화도시 대전의 길

  • 정치/행정
  • 대전

[오늘과내일] 평화도시 대전의 길

설재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의정감시팀장

  • 승인 2026-06-14 16:51
  • 신문게재 2026-06-15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이번 대전 지방선거 공약 분석 결과 개발 중심의 공약이 대다수를 차지한 반면 평화 관련 공약은 단 한 건도 없어 시민의 안전과 존엄을 지키는 가치 중심의 행정이 실종되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방위산업 육성이라는 경제적 논리에 매몰되어 무기 산업의 위험성과 과거 국가폭력 희생자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방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당선인들과 지방의회는 이제라도 주민 안전 조례 제정과 평화 교육 활성화 등 실질적인 입법 활동을 통해 선거 과정에서 소외되었던 평화의 가치를 지역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합니다.

설재균
설재균 팀장
지방선거가 끝났다. 대전은 시장부터 5개 구청장, 대전시의회까지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장악했다. 선택의 결과와 별개로 이번 선거도 예외 없이 건물, 도로 등의 '조성', '건립', '확충', '신설'의 개발 단어가 공약집을 가득 채웠다. 반면, 삶과 연결되는 의료, 노동, 인권 등의 문제는 여전히 외면 받고 있다. 지역을 살아가고 있는 시민의 삶은 계속 지워지고 있다. 그렇게 무언가를 짓고 육성하겠다는 공약은 우리 사회를 얼마나 바꿔 왔을까?

대전여성단체연합,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대전충남녹색연합 그리고 대전시민과 함께 이번 지방선거 대전지역 후보자 2,920건의 공약을 분류했다. 공약 분류는 기후정의·성평등·평화·시민참여라는 네 가지 가치를 기준으로 삼았고, 얼마나 가치에 충실한 공약이 있는지 확인했다. 기후정의 공약은 62건, 성평등은 36건, 시민참여는 57건이었다. 그리고 평화 공약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전체 공약의 5%도 채 되지 않는 가치 공약 중에서도 평화를 이야기 하는 후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대전은 국방과학연구소(ADD), 방위사업청 등 기관이 모여있고, 안산국방산업단지를 조성하려 하고 있다. 그런만큼 방위산업과 평화의 긴장 관계를 누구보다 진지하게 다뤄야 할 곳이 바로 대전이다. 그런데 후보들의 공약은 반대 방향을 향했다.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은 '방산 AX 클러스터 구축'을 약속했다. 당락을 가르지 않고 '안산첨단국방산업단지 조성', '방위사업청 중심 방위산업클러스터' 등 후보자들은 공약으로 내세웠다. 경제성 위주의 방산 육성만 있을 뿐, 무기 산업이 지역사회와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성찰은 어디에도 없었다.

방산 클러스터가 지역경제의 해법이라는 논리는 낡았다. 대규모 공공 재정이 투입되고 정밀 기술과 위험 물질을 다루는 방위산업은 생산 시설 인근 주민의 안전, 환경 영향, 재정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난 1일 대전에서 일어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폭발 사고는 일자리와 성장을 내세우는 동안 발생한 참사다. 안전과 평화의 질문이 뒷전으로 밀릴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 사고가 이미 보여줬다.

이런 무기산업은 전쟁의 상처 위에 짓고 있는 것이다.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는 민간인 수천 명이 국가권력에 의해 학살됐다. 조사는 이어지고 있지만, 희생자들에 대한 지방정부 차원의 공식 추모와 기억의 공간은 여전히 없다. 방산 클러스터의 경제적 성과를 자랑하기 전에,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이 땅의 사람들을 어떻게 기릴 것인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지역 안전'이고, 평화를 정책으로 불러오는 출발점이다.

그렇기에 지방정부가 평화를 다룰 수 없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이 안전하고 존엄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책무가 있다. 지방의회도 무기 산업 확장에 따른 주민 안전권, 환경오염 리스크 감시, 재정 투입의 적절성 검토 등 마땅히 다뤄야 할 생활 의제다. 방산단지 조성에 관한 주민 공청회를 열고,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공개하도록 촉구하고, 지역 내 평화교육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는 것 모두 지방의회 고유의 권한이다. 평화는 국가 정책의 영역에만 속하지 않는다.

민선 9기는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했다. 그런 만큼 권력의 무게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다수 의석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아니라, 더 많은 목소리를 들을 의무다. 평화 공약이 전무했던 선거가 끝난 지금, 지방의회는 그 공백을 입법과 감시로 채워나가야 한다. 방위산업 시설 인근 주민 안전 조례, 국가폭력 피해자 추모 지원 조례, 지역 평화교육 활성화 조례 그리고 방위산업 등을 재검토하는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공약은 당선 이후 행정의 방향을 미리 보여주는 창이다. 평화 공약이 없었던 당선인이 임기 중에 평화의 가치를 행정 안으로 끌어들일 가능성은 낮다. 평화를 시민이 계속해서 묻지 않으면 4년은 또 다시 그렇게 지나갈 것이다. 당선인들도 이제 평화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설재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의정감시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홍성군, 월산상가 '상다리 펴는 날' 개최
  2. "지천댐 통한 지역 발전 이끌어야" 충남도의회 심우성·민병희 의원 종합대책 촉구
  3. 대전 직업계고 취업률·유지취업률 전국 3위…충청권 1위
  4. [사이언스칼럼]기후변화가 바꾸는 일상, 우리가 바꿀 미래
  5. 대전교도소 메디컬센터 첫 진료개시…"교정처우 개선 우수모델 안정적 운영을"
  1. 대전 70세 어르신 버스비 지원 축소, 없던 일로… '무제한' 유지
  2. 재투표 앞두고 교수사회 내홍…통합 동력 확보할 수 있나
  3. 천황봉 3D 스캔부터 계룡산성 발굴까지… 세계유산을 향한 발걸음 '활발'
  4. 대전사랑메세나·한국자유총연맹 대전시지부·중구 청년센터 청년모아, 지역사회 나눔과 봉사 표창
  5. 금리 인상 기조에 주담대 차주들 '한숨'... 대출금리 줄 인상에 난색

헤드라인 뉴스


수능·내신 대전환에 국제중 인기…7년 새 지원자 73.6% 증가

수능·내신 대전환에 국제중 인기…7년 새 지원자 73.6% 증가

수능과 내신 평가체계 변화로 대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학교 단계부터 학업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국제중학교로 이어지고 있다. 특목고·자사고 진학 실적과 영어 중심 교육환경 등이 맞물리면서 국제중 선호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6일 종로학원이 분석한 2027학년도 국제중 지원 현황에 따르면 전국 5개 국제중 가운데 경쟁률을 공개한 4개 학교의 지원자는 8998명으로 집계됐다. 474명 모집에 평균 경쟁률은 18.98대 1로, 최근 7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원자는 2021학년도 5182명에서 2025학년도 8597명까지 꾸준히..

고속철도 통합 60일…이용객 12.6% 늘고 교통비 515억 절감
고속철도 통합 60일…이용객 12.6% 늘고 교통비 515억 절감

고속철도 통합 이후 열차 운행과 좌석 공급이 확대되면서 이용객이 전년 대비 1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임 할인과 마일리지 등을 통한 교통비 부담 완화 효과도 51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5일 고속철도 통합 60일을 맞아 이 같은 내용의 운영 성과와 향후 서비스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9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고속철도 일평균 이용객은 32만 2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만 6000명(12.6%) 증가했다. 월별 증가율도 9월 11.9%에서 10..

`2100세대 공급` 세종 합강동, 유·초·중 신설 심사 끝…고교는 내년 중투심
'2100세대 공급' 세종 합강동, 유·초·중 신설 심사 끝…고교는 내년 중투심

올 연말 2100세대 공동주택 공급이 예고된 세종 합강동(5-1생활권)의 초·중학교 설립 심사가 모두 완료됐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각각 2곳, 중학교 한 곳의 설립이 확정됐으며, 내년에는 고등학교 설립을 위한 절차도 밟아나갈 계획이다. 5일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는 정기4차 중앙투자심사에서 5-1생활권(합강동) '가칭' 합강2초등학교 설립 심사를 진행했다. 최종적으로 중투심을 넘어서면서 합강동에 계획된 유·초·중등 설립이 모두 확정됐다. 합강2초의 총 사업비는 481억 원 규모다. 초5-7 부지에 50학급(특수2 포함) 120..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깊어가는 가을과 낙엽 깊어가는 가을과 낙엽

  • 난방용품 판매 준비 분주 난방용품 판매 준비 분주

  • 울긋불긋 물든 도심 울긋불긋 물든 도심

  • 대전 갑천4BL 청년주택 공급사업 기공식 대전 갑천4BL 청년주택 공급사업 기공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