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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한용 교수 |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현대전의 변화와 군 구조, 장교 양성체계를 하나의 논리로 연결한 것으로, 군사학적으로는 상당한 비약이 있다.
현대전에서 전장이 중첩되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육·해·공뿐 아니라 우주, 사이버, 전자기 영역까지 하나의 전장으로 연결되는 것이 오늘날 전쟁의 특징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요구하는 것은 군종의 통합(Unified System)이 아니라 합동성(Jointness)의 강화다.
중첩되는 것은 전장(Battlespace)이지 육군·해군·공군이라는 군종 자체가 아니다. 따라서 전장이 중첩된다는 이유만으로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결론은 성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
통합사관학교 추진은 대한민국 군을 현재의 합동군제(Joint System)에서 통합군제(Unified System)로 전환하기 위한 첫 단계인가, 아니면 현행 합동군제를 유지하면서 교육제도만 개편하겠다는 것인가.
만약 통합군제로의 전환을 염두에 둔 정책이라면, 사관학교부터 통합할 것이 아니라 먼저 통합군제가 우리 안보환경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적합한지에 대한 국가적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반대로 통합군제와 무관한 교육개혁이라면 왜 각 군의 전문성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사관학교를 먼저 통합해야 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김병주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307계획을 근거로 제시했지만, 대한민국 군제 개혁의 역사는 오히려 그 반대의 결론을 보여준다.
통합군제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는 노태우 정부의 818계획에서 이미 이루어졌다. 당시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연계해 통합군제 가능성까지 폭넓게 연구했지만,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환경, 각 군의 전문성 유지, 군사권 집중에 따른 문민통제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통합군제가 아닌 합동군제를 선택했다. 이어 1990년 국군조직법 개정을 통해 오늘날의 합동참모본부 중심 지휘체계가 확립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국방개혁 307계획도 마찬가지였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이후 합동성 강화를 위한 지휘구조 개편이 검토되었지만, 각 군의 전문성 약화와 군사권 집중에 대한 우려로 통합군제로 발전하지 않았다. 대신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창설 등 합동작전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방개혁이 추진되었다.
즉, 지난 20여 년간의 논의는 통합군제의 필요성을 입증한 역사가 아니라, 충분한 검토 끝에 대한민국이 일관되게 합동군제를 선택해 온 과정이었다.
최근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이 제시한 킬 웹(Kill Web) 개념 역시 같은 맥락이다. 킬 웹은 육·해·공뿐 아니라 우주·사이버·전자기 영역의 센서와 타격체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미래 작전개념이다. 그러나 이는 통합군제의 개념이 아니라 합동군제를 전제로 한 작전개념이다.
킬 웹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육군은 지상작전의 전문성을, 해군은 해양작전의 전문성을, 공군은 항공우주작전의 전문성을 각각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전문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창발적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정리하면 킬 웹은 각 군의 전문성을 더욱 발전시켜 이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융합하는 작전개념이다. 따라서 전장의 중첩을 통합사관학교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작전개념과 군제, 교육체계라는 서로 다른 차원을 혼동한 주장이다.
현대전이 요구하는 인재 역시 '통합형 인재'가 아니다. 각 군의 깊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융합을 통해 창발적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합동형 인재이다. 합동성은 전문성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전문성 위에 구축되는 능력이다.
결국 김병주 의원이 반복해서 사용하는 '전장의 중첩'은 현대전의 특성을 설명하는 용어일 뿐, 통합사관학교 설립의 논거는 될 수 없다. 현대전은 군종을 없애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각 군의 전문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이를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합동성을 극대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이 선택해 온 합동군제의 철학이며, 앞으로도 지켜야 할 군사혁신의 원칙이다./정한용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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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