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천비행장 파크골프장 논란, 시설보다 먼저 풀어야 할 ‘절차와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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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천비행장 파크골프장 논란, 시설보다 먼저 풀어야 할 ‘절차와 신뢰’

전종희 기자(충북 제천 주재)

  • 승인 2026-08-30 09:44
  • 전종희 기자전종희 기자

제천시가 파크골프 수요 대응을 위해 제천비행장에 임시 골프장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나, 사전 소통 부족과 안전 및 교통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시설 확충의 필요성 못지않게 어린이 보호구역 안전 확보와 기존 산책 공간 보존 등 주민 생활권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시는 단순히 임시 시설임을 강조하기보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시민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행정적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전종희 기자
전종희 기자(충북제천주재)
제천비행장 임시 파크골프장 조성을 둘러싼 논란은 파크골프에 대한 찬반 문제로만 볼 일이 아니다. 부족한 체육시설을 늘리는 것도 행정의 역할이지만, 시민 모두가 이용해 온 공간의 쓰임을 바꾸는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구하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제천시는 신월동 미니복합타운 임시 파크골프장 폐쇄에 따른 이용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비행장 초지에 30홀 이하 규모의 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오는 10월 중순 준공해 정식 대체 시설이 마련될 때까지 2~3년간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파크골프 동호인들이 이 계획을 반기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용자는 늘었지만 운동을 할 공간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식 시설이 들어설 때까지 대체 구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현실적인 요구이다.

그렇다고 주민들이 제기하는 우려를 '시설 확충에 대한 반대'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예정지 주변에는 어린이보호구역이 있고, 시설이 문을 열면 이용객 차량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주차 공간이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지, 보행자와 차량의 동선을 어떻게 구분할지, 학생들의 등·하굣길 안전은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답이 먼저 나와야 한다.

비행장이 지닌 공공성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이곳은 오랫동안 시민들이 산책과 운동을 위해 자유롭게 이용해 온 열린 공간이다. 일부 구역이라도 특정 체육시설로 전환하려면 기존 이용자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살피고, 산책 공간을 최대한 보존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논란에서 특히 아쉬운 대목은 주민들이 풀베기 작업이 시작된 뒤에야 사업 추진 사실을 체감했다는 점이다. 행정은 내부적으로 사업을 검토하고 계획했을지 모르지만, 주민의 눈에는 '설명보다 작업이 먼저 시작된 사업'으로 비칠 수 있다. 사전 고지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시는 해당 시설이 영구 시설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임시'가 주민 의견을 생략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2~3년은 행정계획에서는 짧은 기간일 수 있지만 인근 주민과 통학하는 학생들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시간이다. 임시 시설도 운영되는 동안에는 교통, 소음, 주차, 보행 환경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필요한 시설이라고 해서 추진 절차까지 자동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일부 주민이 반대한다고 해서 증가하는 파크골프 수요를 외면할 수도 없다. 결국 제천시가 해야 할 일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두 요구가 충돌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기준과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주차 가능 대수와 예상 이용 차량, 운영 시간, 안전관리 인력, 보행 동선, 산책로 유지 범위 등을 주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설명회나 간담회를 열어 우려를 듣고 계획을 보완해야 한다. 운영 이후 민원이 발생했을 때 조정할 수 있는 관리 방안도 미리 세워둘 필요가 있다.

공공사업에서 갈등을 키우는 것은 시설 자체보다 불충분한 소통인 경우가 많다. 뒤늦은 해명은 '왜 미리 알리지 않았느냐'는 불신을 해소하기 어렵다. 제천비행장 임시 파크골프장이 시민 건강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 잡으려면 잔디를 정비하는 일보다 주민과의 신뢰를 다지는 일이 먼저이다.

제천시가 내놓아야 할 답은 "임시 시설이니 이해해 달라"는 설명이 아니다. "이런 우려가 있어 이렇게 보완했고, 시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이렇게 관리하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이어야 한다. 행정의 설득력은 사업의 필요성만이 아니라 그 필요성을 시민과 공유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제천=전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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