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강경 야행’이 드러낸 논산 문화행정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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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강경 야행’이 드러낸 논산 문화행정의 민낯

  • 승인 2026-08-31 08:48
  • 장병일 기자장병일 기자

충남 논산시의 ‘강경 국가유산야행’이 폭우 속 부실한 장비 운영과 안전 관리 소홀, 핵심 콘텐츠의 진행 파행으로 인해 시민과 지자체장의 거센 비판을 받으며 참담하게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사태는 지역 업체를 배제하고 외지 업체에 특혜성 수의계약을 몰아준 논산문화관광재단의 안일한 행정과 불투명한 예산 집행이 불러온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이 지배적입니다. 재단 측의 무책임한 태도가 공분을 사는 가운데, 지역 사회는 철저한 원인 규명과 이권 카르텔 타파를 위한 강력한 대응 및 행정 구조 수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장병일 기자(논산)
장병일 기자(논산)
‘역사와 근대 유산이 숨 쉬는 밤’을 약속했던 충남 논산시의 ‘강경 국가유산야행’ 개막식이 거센 야유와 비판 속에서 참담하게 막을 내렸다.

폭우 속 대책 없는 진행, 현수막 하나 없는 맨시멘트 무대, 방수 커버도 없는 위험천만한 전기 배선, 그리고 관람석 10m 뒤조차 들리지 않는 저가 포터블 음향 장비까지. 국가 지정 문화재 야행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현장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날 행사의 백미라던 ‘낙화놀이’ 점화식에서는 불이 10분 넘게 붙지 않아 내빈과 관람객들이 빗속에서 쩔쩔맸다. 참다못한 백성현 논산시장은 현장에서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 하는 거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자체장조차 혀를 찰 정도의 허술함이었지만, 이 비극은 단순한 ‘운 나쁜 우천 사고’가 아닌 논산시와 논산문화관광재단의 안일함이 부른 ‘예정된 인재(人災)’였다.

우선 콘텐츠의 정체성부터 흔들렸다. 낙화놀이는 강경의 근대 역사 유산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타지역 축제 흉내 내기에 불과했다. 2019년 민간단체가 처음 선보이며 전국 최우수 야행으로 선정되었던 강경 야행의 명성은 온데간데없고, 매년 역사도 문화도 찾아볼 수 없는 삼류 행사로 전락했다.

현장 대응은 더욱 기가 막혔다. 비 소식이 예보되었음에도 설치된 것은 가장 저렴한 자바라 천막 4동이 전부였다. 현장 제보에 따르면 이는 시민이 아닌 ‘내빈 전용 피신처’ 목적으로 설치하라는 지시가 있었으나, 정작 관리 인력조차 없어 일반 관람객이 차지했고 시장과 시의원 등 내빈들은 빗속에 방치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메인 무대에는 행사 현수막조차 단 한 장 걸리지 않았고 조명마저 부족해 역대 가장 어두운 야행이라는 악평을 받았다.

더 큰 문제는 현장의 참혹함 뒤에 숨은 기이한 예산 집행 구조다. 논산시는 무대·음향 등 기초 인프라 예산을 터무니없이 낮게 측정해 정당한 공임을 받아야 할 지역 업체들의 입찰을 사실상 봉쇄했다. 지역 청년 창업가와 업체에는 몽골텐트 하나 치기 힘든 저가 계약을 강요해 쫓아내다시피 한 것이다.

반면 외지 업체들에는 허술한 콘텐츠임에도 수천만 원의 특혜성 수의계약을 안겼다. 건물 외벽에 단순 영사하는 수준의 미디어아트나 불꽃 연출, 지역 전문 미디어 업체가 저비용으로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사업에 수천만 원의 혈세가 외지로 흘러 들어갔다. 심지어 지난해 강경젓갈축제에서는 미디어파사드 명목으로 외지 업체에 1억 2천만 원을 몰아준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처럼 외지 업체에 예산을 몰아주는 동안, 정작 논산의 지역 경제 선순환은 끊어지고 지역 문화인들의 설 자리는 사라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행사를 관장한 논산문화관광재단 관계자들은 취재진과 시민들의 지적에 “써볼 테면 써보라”, “그만두면 그만”이라는 식의 무책임과 안하무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장 점검조차 거치지 않고 외주에만 의존한 이들의 무능은 향후 국비 지원 차단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며, 그 피해는 오롯이 시민의 몫이다.

이번 강경 야행 파행은 논산시 문화 행정에 버젓이 자리 잡은 ‘이권 카르텔’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에 지역 언론인들과 단체들은 시장 및 시의회 면담을 추진하며 강력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빗속에서 분통을 터뜨린 시민과 “애들 장난하냐”며 분노한 시장의 경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 철저한 원인 규명과 구조 수술만이 논산시 문화 행정이 특정 세력의 ‘예산 먹튀’ 창구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논산=장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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