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분석] “5000원 할인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용인중앙시장, 디지털 상권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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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분석] “5000원 할인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용인중앙시장, 디지털 상권 실험

‘리뷰 쓰는 손님’이 몰리는 이유…전통시장 디지털 전환 시험대

  • 승인 2026-08-31 15:26
  • 이인국 기자이인국 기자
1. 용인특례시의 리뷰쓰고 할인받자 홍보물
용인특례시, 리뷰쓰고 할인받자 홍보물 (사진=용인시 제공)
전통시장의 경쟁력이 더 이상 시장 안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시장에 가기 전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검색하고, 어떤 점포의 후기와 메뉴를 선택했는지를 확인하며 방문하는 시대가 됐다.

용인특례시가 용인중앙시장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디지털 상권 활성화 사업은 이런 소비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시도다.

핵심은 단순한 할인행사가 아니라 전통시장을 온라인에서 검색되고 선택되는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에 있다.

시는 9월 1일부터 10월까지 '중앙시장에서 즐기는 혜택 풀코스-리뷰 쓰고 할인받자' 사업을 운영한다. 용인중앙시장 내 약 80개 참여 점포를 대상으로 소비자가 2만원 이상 구매하고 네이버 플레이스에 방문 후기를 남기면 5000원 할인쿠폰을 제공한다.

표면적으로는 소비자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판촉사업이지만, 정책적으로 보면 소비자의 오프라인 경험을 온라인 정보로 연결하는 구조다.

■ "맛 있다"는 입소문 부족하다

전통시장은 오랫동안 입소문과 단골 중심으로 소비자를 확보해 왔다. 하지만 소비층이 바뀌면서 이런 방식만으로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기 어려워졌다.

특히 젊은 소비자나 시장을 처음 찾는 방문객에게는 시장의 위치만큼이나 '어디에서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다.

문제는 전통시장 점포 상당수가 온라인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가게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메뉴를 판매하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실제 이용객의 평가는 어떤지 등을 한눈에 확인하기 어려우면 소비자의 선택지에서 자연스럽게 밀릴 수밖에 없다.

용인시가 네이버 플레이스를 활용해 참여 점포의 사진과 메뉴정보 등을 최신화하고, 상인들의 계정 등록과 쿠폰 운영을 지원하는 이유다.

디지털 전환의 첫 단계는 첨단 기술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점포를 발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 사업의 핵심 '5000원'보다 소비자가 남기는 데이터

이번 사업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할인쿠폰보다 시민들이 작성하는 방문 후기다.

소비자가 남긴 후기는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라 시장의 실제 이용 경험을 보여주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어떤 점포가 많이 언급되는지, 어떤 메뉴가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지, 방문객들이 시장에서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등의 정보가 축적되면 향후 시장 활성화 정책을 설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전통시장 지원사업과 다른 접근이다. 시설을 개선하고 행사를 개최하는 방식이 '공급자 중심의 시장 활성화'였다면, 소비자의 검색과 구매, 후기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식은 '소비자 행동을 기반으로 한 시장 활성화'에 가깝다.

이번 사업의 성패는 쿠폰이 얼마나 소진됐느냐보다 사업을 통해 축적된 소비자 데이터를 실제 정책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 시장 전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만드는 것도 과제

용인시는 개별 점포 홍보에만 머물지 않고 시장 전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묶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픽하고'에서는 '가성비 먹방러', '레트로 미식가', '핫플 정복러' 등 소비자 취향에 맞춰 시장 방문 코스를 선택하도록 했다.

10월에는 5개 이상 참여 점포를 방문하는 스탬프 투어도 진행한다. 필름 키링과 레트로 유리컵, 장바구니 등 시장을 소재로 한 굿즈도 제공한다.

이 같은 방식은 한 점포만 방문하고 시장을 빠져나가는 소비자를 여러 점포로 이동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시장을 단순한 '물건을 사는 장소'가 아니라 먹거리·추억·체험·사진·온라인 공유가 결합된 콘텐츠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디지털 상권 전략에서 중요하다.

■ 진짜 디지털 전환은 행사 이후 판가름

할인쿠폰과 스탬프 투어가 끝난 뒤에도 소비자가 용인중앙시장 점포를 검색하고 방문할 수 있는 구조가 유지돼야 한다.

일회성 이벤트를 통해 리뷰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디지털 전환이라고 보기 어렵다. 축적된 후기를 분석해 인기 메뉴를 발굴하고, 점포별 온라인 정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방문객의 반응을 다음 정책에 반영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상인들의 디지털 역량도 변수다. 시가 네이버 플레이스 계정 등록과 쿠폰 운영 등을 지원하는 것은 초기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인 스스로 사진·메뉴·영업정보를 관리하고 고객과 온라인에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행정의 역할도 '대신 홍보해주는 것'에서 '상인이 직접 디지털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 전통시장 디지털화 다음 단계 '데이터의 정책화'

용인중앙시장의 디지털 전환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이번 사업에서 확보되는 후기와 참여 데이터를 향후 시장 정책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많이 찾는 메뉴와 시간대, 점포별 방문 특성, 시장 내 이동 동선, 소비자 만족도 등을 분석하면 향후 공동마케팅이나 점포 배치, 행사 기획, 관광 콘텐츠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나아가 시장 방문 데이터를 지역 관광이나 주변 상권과 연계한다면 용인중앙시장을 전통시장 하나의 범위를 넘어 지역 관광·상권의 거점으로 확장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은 '온라인에 가게를 올리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행동을 읽고 시장 운영에 다시 반영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용인중앙시장에서 시작된 이번 실험이 단순한 할인 이벤트를 넘어 이러한 데이터 기반 상권관리 모델로 발전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5000원 할인은 소비자를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출발점일 뿐이다. 진짜 정책 성과는 그 소비자를 어떻게 다시 찾아오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를 어떻게 시장의 경쟁력으로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 용인=이인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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