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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해양경찰서 전경.(사진=정진헌 기자) |
특히 전복된 사고 선박을 침몰 직전 안전해역(수심이 얕은 연안 쪽)으로 예인한 사실을 부산해양경찰서장이 직접 확인하면서, 당시 사고 선박의 안전 확보와 실종자(사체) 유실 방지 조치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본지는 지난 9일 부산해양경찰서장을 직접 만나 사고 당시 구조와 예인 과정에 대해 취재했다. 이 자리에서 서장은 사고 선박을 연안으로 이동시키는 과정과 관련해 "저(서장)가 지시했다"고 명확히 밝혔다.
당시 사고 선박은 이미 전복된 상태였고 완전 침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문제가 있다.
전복된 선박을 이동시키기 전에 선체 내부에 있을 수 있는 생존자 또는 실종자의 유실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느냐는 것이다.
■ "예인 지시는 내가 했다" 부산해경서장 직접 확인
본지가 서장에게 당시 예인 과정에 대해 직접 질문하자 다음과 같은 답변이 나왔다.(지방경찰청 홍보계장 동석)
기자: 이 전반적인 예인 과정을 누가 지시하고 예인을 한 건가요?
서장: 저 서장이 지시했습니다.
기자: 실제로 침몰된 예인선을 연안으로 이동하기 위해 예인을 했나요?
서장: 예, 했습니다.
기자: 서장님이 지시했나요?
서장: 예, 제가 했습니다.
서장의 이 같은 답변은 사고 당시 전복된 예인선을 보다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예인 작업을 실시했다는 사실과 그 지시 주체가 서장 자신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리고 크레인도 수배해 놓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수사기관이 확인해야 할 것은 명확하다.
사고 선박을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느 방향으로, 얼마만큼 이동시켰는지, 예인 과정에서 선체가 어떤 상태였는지, 당시 선체 내부에 실종자가 있을 가능성을 해경이 어떻게 판단했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
■ 실종자(사체)유실방지막은 설치했나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은 전복 선박을 이동시키기 전에 실종자.사체 유실을 막기 위한 조치가 이뤄졌느냐는 문제다.
전복·침몰한 선박 내부에 실종자(사체)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선박을 이동시켰다면, 이동 과정에서 인명 또는 유류품이 선체 밖으로 유실될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있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해경이 사고 당시 사체나 실종자 유실 방지막 또는 이에 준하는 유실 방지 조치가 어떻게 규정돼 있었는지, 실제 현장에서 이를 시행했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만약 업무매뉴얼이나 현장 대응 지침에 관련 조치가 규정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왜 시행하지 않았는지 역시 밝혀야 하고, 관련자 책임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해양경찰청 수중구조 대응 가이드라인(수중구조 표준작업표준 SOP)내에는 선박 전복 및 침몰 사고 시 유실방지 대책에 관한 구체적인 행동 요령과 안전 수칙이 명시돼 있다.
결국 설치했느냐, 설치하지 않았느냐가 첫 번째 확인 사항이다.
그리고 설치를 했다면 언제, 누가, 어떤 방법으로 설치했는지 확인하고 공개하면 된다.
특히 이번 사고는 현재까지도 대대적인 실종자 수색과 선체 수색이 중요한 상황이고, 각계 전문가는 일부 실종자가 선체 내부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안전한 연안으로 옮기는 중" 왜 침몰했나
해경 측 설명대로 사고 선박을 보다 안전한 해역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예인 작업이었다면 또 다른 질문이 뒤따른다.
왜 그 과정에서 사고 선박은 결국 침몰했는가.
당시 예인선의 정확한 위치와 침몰 위치는 어디였으며, 예인 시작 지점과 침몰 지점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되는가.
예인 과정에서 사용한 홋줄은 어떤 상태였으며, 누가 연결했는가.
예인 중 선체의 기울기나 침수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했는가.
선박 내부에 실종자가 있을 가능성을 고려한 상태에서 예인을 결정했는가.
이 모든 과정은 TRS 교신기록과 VTS 관제자료, CCTV, 선박 항적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침몰 방지조치는 충분했나
사고 선박이 완전히 침몰하기 전 약 2시간가량 전복 상태로 있었다면, 당시 해경이 침몰 방지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현장 여건상 가능한 장비가 있었다면 부력부이 또는 리프트백 등을 활용할 수 있었는지, 인근 선박을 이용해 사고 선박을 고정하거나 추가 침몰을 방지할 방법이 있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실제 해경은 과거 전복 선박을 예인하기에 앞서 유실 방지망을 설치하고 침몰 방지를 위한 리프트백 등을 부착한 뒤 예인을 한 사례가 공개돼 있다. 또 과거 세월호 사고 당시에도 해경은 조류에 따른 시신 유실 가능성에 대비해 그물망을 설치 한바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방안들을 당시 해경이 검토했는지 여부다.
검토했다면 왜 시행하지 않았는지, 검토하지 않았다면 당시 현장 지휘체계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 밝혀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 중앙·광역구조본부 컨트롤타워도 확인해야
사고 당시 부산해경 상황실과 중앙·광역구조본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중요한 부분이다.
현장 지휘관의 독자적인 판단이었는지, 상급 구조본부와 협의한 것인지, 상황실에서 별도의 지시 없이 일방적인 판단하에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사고 발생부터 전복, 예인, 침몰, 이후 수색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분 단위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 사고 신고
△ 구조세력 출동
△ 현장 도착
△ 실종자 확인
△ 사고 선박 예인 결정
△ 예인 시작(예인 거리)
△ 예인 과정의 선체 상태
△ 침몰 시점
△ 침몰 이후 수색 전환
이 시간표를 만들면 당시 구조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상당 부분 확인할 수 있다.
■ 해경청장이 답해야 할 질문...독립적 검증 필요
서장이 직접 예인 지시를 인정한 만큼 그 결정 과정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실종자가 발생한 사고에서 전복 선박을 이동시킨 것이 적절한 판단이었는지, 이동 당시 인명 유실 방지 조치는 충분했는지, 침몰을 막기 위한 조치를 검토했는지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따라서 부산해경은 사고 당시 상황실과 현장 지휘부의 TRS 녹취, VTS 기록, CCTV, 선박 항적자료, 구조세력 출동기록, 현장보고서 등을 토대로 예인 결정의 배경과 과정, 침몰 경위, 실종자 유실 가능성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또한 해경청 차원의 감찰이나 수사 과정에서도 당시 지휘라인의 판단이 매뉴얼과 관련 규정에 부합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해경 내부 조사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외부 기관을 통한 객관적 검증도 검토해야 한다.
■ 사고 원인만 밝혀서는 안 된다.
결국 이번 사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사고 원인만 조사하고 끝내서는 안 된다.
왜 전복 선박은 예인됐는가.
예인 결정은 누가 내렸는가.
사체·인명 유실 방지조치는 했는가.
침몰 방지조치는 충분했는가.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컨트롤타워는 제대로 작동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나와야 한다.
그렇다면 더욱 냉정하게 사고 당시의 모든 판단을 되짚어봐야 한다.
구조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은 아닌지, 실종자 유실 가능성을 키운 조치는 없었는지, 침몰을 막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 국민이 원하는 것은 책임자를 미리 정해놓은 조사가 아니다.
사고 당시 무엇이 있었고, 누가 어떤 판단을 했으며, 그 판단이 관련 규정과 매뉴얼에 부합했는지를 사실과 기록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부산해경과 해경청은 사고 원인뿐만 아니라 구조.예인.침몰에 이르는 전 과정의 기록을 공개하고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이번 사고가 단순한 해양사고로 종결되지 않고, 또 다른 인명사고를 막기 위한 교훈으로 남기 위해서라도 철저하고 독립적인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부산=정진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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