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 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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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 수원

산업연구원 청년친화지수 전국 2위…'삶' 1위가 보여준 10년 정책의 축적

  • 승인 2026-09-15 08:38
  • 이인국 기자이인국 기자
1-6. 청년메아리 발대식
청년 메아리 발대식 (사진=수원시 제공)
청년정책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청년을 불러왔느냐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 질문은 "들어온 청년이 계속 머물 수 있는가"이다.

산업연구원이 지역별 청년의 이동과 정착 여건을 분석한 결과 수원특례시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청년친화적인 도시로 평가됐다.

특히 주거·교통·복지·건강 등 생활 기반을 평가하는 '삶(Life)' 부문에서는 229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일(Work)'은 9위, '연(Engagement)'은 13위였다.

이 결과는 수원이 청년정책을 단일 사업이 아닌 도시 정착의 조건을 만드는 정책으로 확장해 온 과정과 맞닿아 있다.

■ '청년 유입'보다 어려운 과제, 정착

지방정부들이 청년 인구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청년을 지역에 머물게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산업연구원 역시 청년의 지역 이동을 단순한 인구 유입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정착 여부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일자리만 제공하거나 주거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만으로는 청년의 지속적인 정착을 이끌기 어렵다는 의미다.

수원의 청년정책은 2016년부터 청년 전담조직을 운영하면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주거와 일자리뿐 아니라 교육, 복지, 문화, 참여까지 정책 영역을 넓혔다.

2026년에는 25개 부서가 참여해 5대 분야 90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연초 계획 기준으로는 24개 부서가 86개 과제에 392억6500만원을 투입하는 실행계획을 세웠고, 이후 사업 규모가 90개로 확대됐다.

■ '삶 1위'의 배경…주거를 정책의 중심에

청년에게 가장 현실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는 주거다.

시는 2022년부터 '새빛청년존'을 운영하며 청년 주거 부담을 직접 낮추는 정책을 추진했다. 최근 공급된 역세권 새빛청년존 4호는 141호 규모이며, 청년의 접근성을 고려해 역세권에 주거공간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확대됐다.

주거정책도 단순 임대료 지원에서 벗어나고 있다. 전입 청년을 위한 단기숙소 '새빛호스텔', 월세 지원, 전월세 상담, 이사비와 중개수수료 등을 묶은 주거 패키지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청년 주거 문제를 '집을 구하는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에 처음 들어와 생활 기반을 만드는 과정 전체의 문제로 본 접근이다.

■ 일자리도 '취업'에서 '성장'으로

청년이 도시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일자리다.

시는 청년 취업 지원을 단순한 구직 알선에만 두지 않고 진로 탐색과 직무 경험, 창업까지 연결하는 방향으로 확대하고 있다.

청년도전 지원사업의 경우 장기간 취업·교육·직업훈련에서 벗어난 청년을 대상으로 상담과 사례관리, 진로탐색, 취업역량 강화, 기업 현장체험 등을 지원한다.

창업 분야에서는 청년 입주기업 공간을 제공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해 청년 창업자가 지역의 경제·사회 활동 주체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방식도 병행한다.

청년정책의 무게중심이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에서 '청년의 경제적 자립 능력을 키우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 생활비 지원 넘어 '청년의 일상' 관리

최근 수원시 정책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생활 영역의 세분화다.

2026년에는 고립·은둔청년을 대상으로 한 '다시 밖으로' 프로젝트,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고위험 청년 사전예방시스템 '점프프렌즈', 사회초년생 무상교통 버스비 지원 등이 새롭게 추진되고 있다.

법률·노무·세무·부동산 분야의 무료 상담을 제공하는 '새빛청년상담소'도 사회 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응하는 장치다. 전세사기, 임금체불, 직장 내 문제 등 청년이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을 전문가와 연결한다.

청년정책의 범위가 취업과 주거에서 '청년이 실제 생활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얼마나 빨리 해결해 주느냐'로 넓어진 것이다.

■ 남은 과제는 '정책의 양' 아닌 '연결'

수원의 청년정책이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업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개별 정책을 하나의 경로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청년이 수원으로 전입한 뒤 단기숙소를 이용하고, 주거 지원을 받아 정착한 뒤 일자리·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지역 커뮤니티와 정책 참여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 추진 중인 화서역 일원 청년창업·주거 복합공간은 이런 정책 연계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주거와 창업공간을 한곳에 결합하면 청년의 주거 안정과 경제활동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의 청년친화지수가 보여준 것도 결국 이 같은 도시의 종합적인 정주환경이다.

■ '청년이 많은 도시'에서 '청년이 성장하는 도시'로

수원시의 다음 과제는 명확하다. 청년정책의 목표를 단순한 인구 유지에서 청년의 지역사회 정착과 성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청년친화지수 전국 2위, '삶' 부문 전국 1위라는 결과는 지금까지의 정책이 일정한 성과를 냈다는 신호다. 그러나 순위 자체가 정책의 종착점은 아니다.

청년이 수원에서 집을 구하고, 일자리를 찾고, 관계를 만들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도시가 될 때 비로소 '청년 정착도시'라는 이름이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다.

수원이 지난 10년 동안 구축한 것은 청년을 위한 개별 사업의 목록이라기보다 청년이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시의 기능을 연결하는 정책 기반에 가깝다.

이제 관건은 그 기반 위에서 얼마나 많은 청년이 실제로 '수원에 계속 살아도 되겠다'는 선택을 하게 만드느냐다. 수원=이인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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