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대전의 오디세이, 도시 대전의 이타카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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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대전의 오디세이, 도시 대전의 이타카는 어디인가

공용택 한밭대 교수/예술학박사

  • 승인 2026-09-16 16:48
  • 신문게재 2026-09-17 19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공용택
공용택 한밭대 교수/예술학박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영화 『오디세이』가 화제다. 호메로스의『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을 마친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왕국이자 고향인 이타카로 돌아가는 긴 여정을 그린 이야기다. 10년에 걸친 방랑과 수많은 시련 속에서도 그가 끝내 잊지 않았던 것은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 이타카였다.

오디세우스에게 이타카는 단순한 목적지가 아니었다. 가족이 있고 삶이 있으며, 결국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었다. 긴 여정에는 수많은 위험과 유혹을 겪었지만 그는 분명한 목적지가 있었다. 그래서『오디세이』는 수천 년의 시간이 지난 오늘날에도 단순한 모험담을 넘은 삶의 여정에 관한 이야기로 읽힌다.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 역시 단순히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공간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광장에 모여 의견을 나누고 정치에 참여했으며 시장과 극장, 신전에서 공동체의 삶을 만들어 갔다. 로마는 도로와 수도, 광장과 공공시설을 만들며 도시를 발전시켰다. 시대와 모습은 달랐지만 도시는 결국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이다

오늘날 도시를 말하는 방식은 높은 건물과 넓은 도로, 대규모 개발사업을 이야기하고 기업 유치와 관광객, 랜드마크, 축제와 문화 등을 도시 발전의 지표로 삼는다. 필요한 일들이지만 이는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지 도시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다.

도시도 긴 오디세이의 여정에 있다. 대전은 철도와 함께 성장했고 대덕연구단지와 엑스포를 거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과학도시가 됐다. 행정과 교육, 연구의 중심이라는 역할도 더해지며 대전은 시대의 필요에 따라 여러 이름을 얻어왔다. 그러나 지금 도시 대전에게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못지않게 어디로 갈 것인가이다.

오디세이를 보며 대전의 이타카는 어디일까 생각해본다. 과학도시, 행정도시, 엑스포도시를 지나 이제는 과학수도, 일류경제도시를 말하고 문화와 관광, 첨단산업의 도시도 이야기하는데 이 수식어들을 걷어냈을 때 정작 대전이 어떤 도시인지는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과학수도라는 이름보다도 일류경제도시라는 구호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실체가 무엇이고 그 수혜자가 누구인가이다. 기업을 몇 개 유치했는지, 관광객이 몇 명 왔는지, 축제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렸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없고 숫자가 커진다고 시민의 삶까지 반드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보여주기식 정책이나 새로운 구호보다 중요한 것은 이 도시가 어디로 가려 하는지 잘 표현하고 보여주는 일일 것이고 그곳에 이르는 길 역시 현실 가능해야 할 것이다. 행사나 사업을 하나 더 만들 것인가에 앞서 어떤 대전을 만들 것인지, 또 어떻게 그곳에 갈 것인지를 분명히 하고 시민과 공유할 때 비로소 대전의 이타카가 보일 것이다.

『오디세이』에서 오디세우스에게는 이타카라는 분명한 목적지가 있었지만 그곳에 이르는 긴 항해에는 수많은 판단과 선택, 희생과 고난이 뒤따랐다. 결국 어디를 향해 가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그곳에 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목적지를 잃지 않되 그곳에 제대로 도달할 수 있도록, 이제 항해를 시작한 도시의 오디세우스는『오디세이』속 오디세우스보다 더 신중하고 지혜로운 항해를 해야 할 것이다. 대전의 이타카는 어디엔가 완성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는 목적지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떤 도시에서 살고 싶은지를 함께 묻고 그 답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과정, 그것이 대전의 오디세이일 것이다. 과학도, 경제도, 문화도 그 안에 있다.

어느덧 가을이고 곧 겨울이 온다. 그렇게 또 한 해가 가고 다시 새해가 시작될 것이다. 지난 7월 새롭게 출범한 민선 9기 새로운 시장이 그리는 대전의 이타카는 어디일까.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타카는 어디일까. 어쩌면 도시도 삶도 모두 어딘가의 이타카를 찾아가는 긴 오디세이일지 모른다.

공용택 한밭대 교수/예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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