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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서구 관저동에 위치한 '예산국수'. (사진= 김지윤 기자) |
대전 서구 관저동에서 1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예산국수'도 그런 곳이다. 서경민(59) 씨와 남편 이정현(60) 씨가 함께 꾸려가는 이곳에는 오랜 시간 변하지 않은 국수 맛과 부부가 지켜온 한결같은 정성이 담겨 있다.
부부가 처음부터 음식 장사를 했던 것은 아니다. 새로운 일을 찾아야 했던 시기 여러 선택지를 고민하다 국수를 택했다. 무엇보다 남편 이 씨가 유난히 면을 좋아했다. 가게에서 면을 먹지 못한 날이면 집에 돌아가 라면이라도 끓여 먹을 정도였다.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덜컥 가게부터 열지는 않았다. 국숫집을 하던 지인을 꼬박 3개월 동안 찾아가 만드는 법을 배우고 익혔다. 그렇게 배운 조리법은 2016년 3월 문을 연 뒤 지금까지 예산국수를 지탱하는 기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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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국수 잔치국수. |
서경민 씨는 "처음에는 요식업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배운 그대로만 했다. 중간에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남편은 고집스럽게 처음 배운 방식을 지켰다"며 "지금 생각하면 그 변함없는 맛이 오랫동안 장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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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국수 사장 서경민씨가 손님들에게 판매하는 국수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김지윤 기자) |
부부가 함께 가게를 꾸려온 만큼 서로 다른 생각을 맞춰가는 것도 장사의 일부였다. 한쪽이 흔들릴 때 다른 한쪽이 중심을 잡았고, 때로는 의견이 부딪치면서도 결국 지켜야 할 맛과 원칙에는 뜻을 모았다. 그렇게 부부에게 예산국수는 생업의 공간인 동시에 지난 10년을 함께 견디고 쌓아온 삶의 한 부분이 됐다.
그렇게 하루하루 쌓인 시간이 어느덧 10년이다. 어린아이와 함께 찾았던 가족이 아이가 자란 뒤 다시 방문하고, 한동안 발길이 뜸했던 손님이 돌아오기도 한다. 명절이면 가족들과 함께 예산국수를 찾는 이들도 있다. 부부가 한자리에서 지켜온 시간이 고스란히 단골의 시간으로 이어진 셈이다.
국수 한 그릇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부부의 원칙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손님에게 내놓는 국수에는 생면을 사용한다. 특히 여름철 대표 메뉴인 서리태콩국수는 국내산 콩을 선별해 사용하고, 소금 하나도 간수가 충분히 빠진 것을 고른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재료 하나까지 허투루 고르지 않는 것이 이들 부부의 방식이다.
재료를 고르고 음식을 만들고 가게를 정돈하는 일은 하루가 지나면 다시 처음부터 반복된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연속이지만 부부는 그 반복이 결국 한 그릇의 맛을 만든다고 믿는다. 10년이라는 시간 역시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매일 같은 일을 소홀히 하지 않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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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국수 얼큰이 칼국수. |
그는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모든 면에서 열심히 하려고 했다. 하다못해 청소부터 손님을 대하는 것까지 최선을 다하려 했다"며 "장사를 하다 보면 힘든 날도 있지만 손님을 맞아야 하니 내 안에 없는 모습까지 끌어내야 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부부의 국수를 오랫동안 찾아주는 손님들도 생겼다. 커피나 먹거리를 건네고, 아픈 곳은 없는지 서로 안부를 묻는 단골도 있다. 팔을 다쳐 보호대를 하고 일하던 서 씨를 진심으로 걱정해준 한 어르신의 말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다.
서 씨는 "그냥 손님인데 내 팔을 보고 아파서 어떡하느냐며 걱정해줬다. 그 말이 정말 고마웠다"며 "오랫동안 장사하다 보니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정이 쌓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10년을 버텨낸 부부가 생각하는 장사의 비결에는 특별한 묘수가 없다. 충분히 준비하고, 제대로 배우고, 배운 것을 지키면서 매일 해야 할 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 씨는 음식점을 시작하려는 사람일수록 장사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정현 씨는 "시장조사도 충분히 하고 음식도 배울 것은 제대로 배운 뒤 시작해야 한다. 무작정 뛰어들기에는 장사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며 "처음 배웠던 방식대로 꾸준히 해온 것이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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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국수 대표 메뉴인 서리태 콩국수. |
서 씨는 "어려운 방식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결국 그 안에는 정성이 들어간다"며 "정성을 이기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정말 요리가 좋아서 시작했다면 힘들더라도 정성을 더 들여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뜨끈한 국수 한 그릇이 고단한 하루를 단번에 바꿔놓지는 못한다. 그래도 추운 날 언 몸을 녹이고, 힘든 날 잠시 앉아 숨을 돌리게 할 수는 있다. 그 한 그릇을 위해 부부는 지난 10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면을 삶고 재료를 다듬었다.
변하지 않는 맛을 고집한 남편과 그 고집의 가치를 함께 지켜온 아내. 특별한 비법보다 매일의 정성을 택한 두 사람은 오늘도 관저동 한편에서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을 내어놓는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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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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