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주머니. 시원한 음식. 높은 습도 유지 도움
지난달 중순께 남편을 배웅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뒤 설거지를 하던 김 모(37·대전 대덕구 중리동)씨는 갑자기 흘러내리는 코피에 당황했다.
김씨는 새벽녘에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하느라 피곤해서 코피가 나는 것으로 가볍게 생각했지만 일주일이면 두 번 이상씩 코피를 쏟았고 결국 병원을 찾았다가 동맥 경화가 원인으로 보인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코피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일이지만 단순히 코를 후빈다거나 피곤해서 나는 것만은 아니다.
더욱이 흔하지는 않지만 코피로 인한 각종 질환이 발생해 생명까지 위협받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전 선병원 이비인후과 박문규 과장의 도움말로 코피의 원인과 적절한 대처 등에 대해 알아본다.
▲코피는 왜 날까=코피가 나는 원인은 다양하다.
코피는 우선 춥고 건조한 날씨 속에서 평소보다 잘 난다.
이는 코 내부의 점액이 감소하면서 코 점막이 건조해지고 섬모 활동이 감소해 부스럼 딱지와 균열이 생기는 등 손상받은 상태에서 세균이 침입해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육아조직을 형성하는데 이 육아조직은 춥고 건조한 환경에서 쉽게 출혈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또 급성 호흡기 염증이나 만성 부비동염, 알레르기나 환경오염물질 등도 국소적인 염증을 일으켜서 정상적인 점막의 방어기전을 변화시키며, 세균을 자라게 해 점막의 조건을 일으키고 부스럼 딱지 등을 생성해 코피를 나게 만든다.
특히 동맥경화도 코피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노인의 경우 비점막의 위축성 변화로 비점막이 쉽게 건조되고 균열을 일으켜 코피가 자주 나게 된다.
▲코피가 나면 고개를 뒤로 젖힌다?=흔히 코피가 나면 피가 앞으로 흐르지 않게 고개를 뒤로 젖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코피가 나면 우선 원인에 상관없이 지혈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를 앉히거나 머리가 심장보다 위에 위치하도록 누인 다음 솜으로 코를 막고, 엄지손가락과 둘째 손가락으로 코 앞쪽의 부드러운 부위를 힘껏 잡은 상태에서 2~3분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 때 목을 뒤로 젖히지 말고 앞으로 숙여 출혈이 목 뒤로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고, 피가 멈추면 코를 후비거나 풀지 말고 같은 자세로 휴식을 취한다.
이런 조치에도 코피가 멈추지 않으면 후방출혈의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병원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고령 심장질환자 코피 지혈 필수=병원에서는 보통 코피 환자에게 혈관 수축제나 약물, 전기, 레이저 등을 이용해 지혈시킨다.
또 출혈 부위를 정확히 보면서 지혈하기 힘들기 때문에 코 안에 솜이나 거즈 스펀지 등을 넣어 부풀려서 지혈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같은 방법으로도 지혈이 되지 않고, 출혈이 심각한 경우에는 내악동맥이나 경동맥을 결찰하는 등 출혈의 원인인 혈관들의 뿌리를 차단해 지혈하기도 하며, 혈관에 조영제를 투여해 출혈부위를 확인한 뒤 색전물질(혈관을 막는 물질)을 사용해 혈류를 차단하는 동맥 색전술이 사용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조심해야 할 것은 코피의 합병증.
코피의 가장 흔한 합병증으로는 저혈압에 따른 관상동맥 혈전증인데 이는 생명까지 위협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나이가 많은 심장질환자는 코피가 났을 때 반드시 지혈해야 한다.
또 코피가 3~4일 동안 나다가 멎거나 다량의 출혈이 반복될 때는 수술을 받아야 하며, 만성폐쇄성 질환이나 고혈압, 동맥경화증 등이 있는 환자도 사망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대전 선병원 이비인후과 박문규 과장은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코피 환자가 늘고 있는데 예방을 위해서는 주위 습도를 높여주는 것이 좋다”며 “코피가 났을 때는 비닐봉투나 수건으로 감싼 얼음주머니를 코와 뺨에 갖다 대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또 “코피가 났을 때는 부드럽고 시원한 음식을 먹되 적어도 24시간 동안은 뜨거운 액체를 마시지 말아야 한다”며 “피를 묽게 만드는 약물(아스피린 등)도 복용하지 말고,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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