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일부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전시티즌은 하루아침에 범죄조직으로 전락했다. 리그 중단은 물론 팀 자체를 해체하라는 팬들의 아우성이 빗발쳤다. 구단주인 염홍철 대전시장은 서둘러 시티즌 사장과 이사, 감독을 교체하고 김광희 전 대전시 정무부시장을 새 사장에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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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연희 인터넷방송국 취재팀장 |
그런데 “김 사장이 승부조작 사건으로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는 자리에 가서 잘 처리하고 성과를 내고 있다”는 염 시장의 평가와 달리 대전시티즌을 벼랑 끝에서 구출해낸 건 골키퍼 최은성의 눈물이었다. 승부조작 파문 후 처음 열린 홈경기에서 패배한 후 “팬 여러분, 죄송합니다. 우리는 오늘 살기 위해 뛰었습니다”라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린 그의 진정성이 팬들의 마음을 돌려놨다.
1997년 대전시티즌에 입단한 최은성은 팀의 창단 멤버로 15년간 대전의 골문을 지켰다. 그가 뛴 공식경기만도 464경기에 이르는데 이는 K리그 역사상 단일팀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것이다. 2001년 FA컵 우승과 2002년 한일월드컵 멤버로 주가가 오르자 다른 팀에서 러브콜이 쇄도했지만 그는 가난한 시민구단을 등지지 않았다.
이런 최은성이 대전을 떠났다. 아니, 구단에서 내쳤다고 보는 게 맞겠다. 1971년생인 그는 올해 우리나이로 마흔 두 살이다. 올 시즌까지 1년 더 뛰겠다고 얼마 전 전지훈련까지 다녀왔지만 구단이 등록마감일까지 계약을 하지 않아 등 떠밀려 은퇴하는 꼴이 됐다. 프로선수가 구단과 계약조건이 맞지 않으면 결별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지만 최 선수의 협상과정을 보면 개운치 않다.
대전의 전설과 수호천황으로 불리며 15년간 굳건히 대전시티즌을 지켜온 그에 대한 무형의 가치는 깡그리 무시된 채 연봉을 덜 주려는 구단과 더 받아내려는 선수 사이 싸움만 있었다. 승부조작으로 위기에 빠진 팀을 위한 간절한 눈물을 흘리던 최은성이 연봉 몇 푼 더 받아내고자 구단과 옥신각신했다고 믿는 팬들은 없는 것 같다. 더 나은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일찌감치 다른 구단으로 옮겼을 테니 말이다.
연봉보다 최 선수는 김 사장과의 면담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전시티즌을 위해 선수로서 가장 빛나는 시절을 다 바친 자신을 김 사장이 벌레 취급했다는 것이다. “저 ×× 때문에 잠도 못 잤다”는 모욕도 당했단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구단 홈페이지는 승부조작 파문 때보다 훨씬 많은 수천 개의 항의 글로 도배됐다.
취임 1년도 안된 김 사장이 팀 창단 때부터 대전시티즌과 고락을 같이한 15년된 최은성 선수를 찍어냈으니 앞으로 대전의 전설은 최은성이 아니라 김광희 사장이 될 듯싶다. 염 시장이 시민단체와 언론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티즌을 살려낼 적임자라며 임명한 김 사장이 대전시티즌을 살리긴 커녕 위기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었다.
승부조작 사고를 수습하러 왔다는 사람이 더 큰 사고를 친 결과가 됐다. 최 선수 파문은 김광희 사장이 아니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다. “김광희씨는 안된다”는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강행한 무모한 인사의 결과다. 이번 일은 사건의 장본인을 그 자리에 앉힌 염 시장의 책임이 크다.
구단주인 염 시장이 뒤늦게 나서 최 선수를 만나 코치직을 제안하는 등 액션을 취했지만 최은성을 두 번 죽였다며 오히려 팬들의 분개는 극에 달했다. 11일 대전구장에서 있을 개막전에서 염 시장과 김 사장에게 계란 투척은 물론 사장실 점거 등 사장 퇴진을 요구하겠다는 팬들의 결의가 엄포로만 들리지 않는다.
염 시장은 다음주 중 대전시티즌 수습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란다. 김광희 사장을 믿고 데려온 사람이 염 시장이었으니 김 사장으로 인해 불거진 최은성 파문도 염 시장이 책임지고 수습해야 할 것이다. 대전시티즌의 전설이 최은성 선수로 남을 지, 그를 쫓아낸 김광희 사장이 될지 주목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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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