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야기]대보름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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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야기]대보름 '시간여행'

  • 승인 2016-02-19 13:59
  • 김은주 기자김은주 기자
22일은 정월 대보름입니다. 상원이라고도 하죠. 상원은 음력 7월 15일인 중원과 10월 15일 하원 중 맨 첫 번째를 말합니다. 새해 처음 맞는 보름날로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큰 명절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풍년 농사와 한해 무탈을 염원하는 의미의 전통행사가 많은 이유죠.

잊혀졌던 추억의 보름을 오랜 사진 속에서 찾아 봤습니다.

누군가는 손뼉을 치면서 “그래! 나도 저렇게 놀았지...” 하며 추억을 되새겨 보는 기회가 될 것이고 또 누군가는 말로만 듣던 보름의 모습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 준비 되셨나요? 이제 시간여행을 떠나 보시기 바랍니다.






























#부럼깨기

대보름날 호두, 밤, 땅콩을 바구니 한 가득 담아서 가족들이 모여앉아 까먹던 그 시절 기억나시나요? 지금은 일부러 시장에 나가 장을 봐오는 집이 많지 않겠지만 대보름 장을 봐오던 어머니의 바구니에서 빠지지 않았던 먹거리였죠.

이 견과류를 ‘부럼’ 또는 ‘부름’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를 튼튼하게 한다’는 의미로 시작된 부럼깨기는 한 개의 씨만 들어있는 열매를 선택해 이른 아침에 온 식구가 모여 자기 깨물었답니다. ‘딱’ 소리가 나도록 단번에 깨물어야 잡귀가 물러간다고 생각해 일부러 더 딱딱한 놈을 골라 먹기도 했지요. 자기 나이 수 대로 깨무는 것이 중요한데요, 첫 번째 깨문 부럼은 “부스럼 안 나게 해주세요” 하는 소원과 함께 마당이나 지붕에 던졌고, 그 다음부터는 맛있게 먹으면 됐죠.


#액막이 연

연날리기는 칼바람 부는 한 겨울에 빼 놓을 수 없었던 놀이죠. 마을 뒷동산이나 계곡에서 친구들끼리 모여 연싸움을 하던 억은 이제 아버지 세대에서나 들을 수 있는 추억인 듯합니다. 연날리기 풍습은 농한기인 섣달부터 정월 대보름 사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놀이로도 손색이 없었죠. 대보름 전날 날린 연을 ‘액막이 연’이라고 하는데요.

연에 ‘재앙 액’자나 액을 보낸다는 뜻의 ‘송액’ 그리고 액을 보내고 복을 맞이한다는 뜻의 ‘송액영복’의 글과 함께 본인의 성명, 사주 혹은 주소를 적어 높이 띄워 액운을 날려 보냈습니다. 이때 연줄을 끊는 방법도 매우 재미가 있습니다.

창호지 종이에 쑥과 뽕나무숯을 빻아서 담뱃대 모양으로 20cm 정도의 길이로 말아 연줄의 중간에 꿴 다음 불을 붙여 연줄을 풀어줍니다. 연이 높이 올라갈 때 연줄을 잡아당기면, 마치 불꽃놀이처럼 장관을 이룹니다. 그리고 연은 멀리 날아가게 되는데요, 더불어 액운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죠.


#쥐불놀이

아이들이 불장난 하면 밤에 자다가 오줌 싼다고 야단맞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한 겨울 들로 산으로 뛰어놀다 보면 땀에 흠뻑 젖어 밭 한 귀퉁이에서 불이라도 놓을 라 치면 밭주인에게 들켜 호되게 혼난 추억이 있으신지요. 그런 기억이 있다면 나이 좀 드셨군요. 그런데 일 년에 한 번 이 불놀이가 허용되는 때가 있습니다. 정월 대보름날이죠.

쥐불놀이는 정월 첫 번째 쥐날인 상자일이나 음력 정월 열나흗날 또는 대보름 날 논둑과 밭둑에 쥐불을 놓습니다. 겨울을 지낸 들쥐나 각종 병해충들의 알을 없애기 위해 행해졌는데요. 서화희 또는 훈서화라고도 합니다.

아이들이 깡통을 뚫어서 불구멍을 만들고 철사로 연결해 돌리던 쥐불놀이는 고유의 민속놀이라고는 볼 수 없었지만 그 환상적인 불꽃쇼에 보름이 가까워지면 동네 깡통이 남아나질 않았죠. 도심 속에서 이제는 볼 수 없는 아쉬운 풍경이 됐네요.


#마을안녕 기원

빽빽한 아파트 숲 사이에서 이웃의 얼굴조차 알지 못하고 사는 현대인에 비해 옆집 숟가락 개수가 몇 개인지 알 정도로 가족보다 더 가까운 이웃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살기 좋고 행복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보름 전에 동네의 어른들이 모여서 ‘마을굿’을 했습니다. 마을굿은 장승, 고목, 산신 등을 대상으로 제를 올리는가 하면 맑은 샘물이 그치지 않기를 기원하는 샘굿을 하기도 했죠. 그리고 풍장을 치며 집집마다 찾아가 가정과 마을의 평화와 번영을 빌었답니다.

도시화 산업화로 이제 대부분 없어지거나 간소화하는 등 변화를 겪었지만, 온 동네사람들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했던 그 마음은 길이 남기고 싶은 풍속이네요.


#달집태우기

대보름달이 솟을 무렵 마을 뒷동산에는 짚으로 엮은 달짚을 만들어 불을 붙입니다. 달집 안에는 소원을 적은 종이짚을 함께 넣고 주위를 돌며 소원을 비는데요. 이것이 달집태우기입니다. 달은 물, 여성, 농경의 풍요와 생명력을 상징하고 불은 사악함을 정화시킨다고 해서 행해지던 풍속이죠. 달집의 불꽃으로 그 해의 풍흉을 점 쳤습니다. 달집이 잘 타면 마을이 길하고 도중에 불이 꺼지거나 더디 타면 애운이 닥친다고 여겼습니다. 또 다 타서 넘어질 때 그 방향에 따라 점괴도 달라졌습니다. 올 해도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볼 수 있겠죠?


#외줄타기놀이

외줄을 걷는 사람 보다 바라보는 시선이 더 위태롭습니다.

어린 소년의 재주가 참 신통하기도 한데요. 이 장면은 1994년 보름을 맞아 서대전 시민공원에서 열린 ‘정월 대보름제’ 행사 모습입니다. 이날 연날리기 등 세시풍속 놀이가 다채롭게 펼쳐졌는데요.

가장 뜨거운 갈채를 받은 이 어린이는 당시 청주 오창국교 5학년인 박현일 군이었습니다. 무형문화재 58호인 광대 줄놀이가로 사람들이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지요. 이제 30대 중반이 됐을 이 어린이의 외줄타기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윷놀이

윷이야! 모다!
동네 어른들이 모여 마당에서 멍석을 깔고 편을 나눠 윷을 던지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하늘 높이 윷을 던지는가 하면 옆으로 내던지 듯 놓는 분들의 입에서는 어김없이 ‘윷, 모’를 외치는 소리만 가득했죠. 그럼 그 옆에서 조그만 아이도 덩달아 다섯 개의 나무를 던지며 ‘윷이야’를 외치곤 했답니다.

이렇게 남녀노소 누구나가 즐길 수 있는 놀이 중 하나였죠. 그런데 이 단순한 오락거리로만 생각한 윷놀이도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답니다. 우리 선조들의 옹골찬 쓰임새에 감탄이 나오네요./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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