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용 대전복지재단 대표이사 |
한편 정반대로 많은 부모가 자식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지나쳐 사교육에 몰입하는 경우가 있다. 또 자녀가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어려운 일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면 곧바로 쫓아가 선생님 멱살잡이도 마다않는다. 지하철이나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마구 뛰어다녀도 기죽이면 안 된다며 그대로 방치한다. 재벌들은 자식들에게 부를 물려주기 위해 탈세와 온갖 편법까지 동원한다.
앞의 부모의 방임 폭행사건과 뒤의 지나친 관심이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행동에는 동일하게 한 가지 생각이 깔려 있다. 전자는 아동에 대한 사랑의 결핍 때문에 생긴 일이고, 후자는 사랑의 과잉 때문으로 보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오래 전부터 이어 내려온, 자식에 대한 우리사회의 메커니즘이 깔려있다. '내 자식이니까 내 맘대로 한다'는 생각이다. 내 자식을 내 맘대로 하고 싶은데 형편이 좋지 않거나 아이가 원하는 모습으로 자라지 않을 때는 그 아이를 방임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부모의 형편이 넉넉하거나 아이가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자랄 것으로 기대가 되면 그 기대충족을 위해 자식에서 말 그대로 올인 한다. 하지만 이렇게 내 자식을 내 맘대로 하려는 부모일수록 남의 자식에게는 무관심하다. 필자도 이 땅에서 자란 탓에 나도 모르게 '내 자식 내 맘대로'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20여 년 전 미국에 있을 때 이야기다. 어느 날 마트에 어린 아들과 함께 갔는데 아이가 떼를 쓰고 보챘다. 그러자 아이 엄마가 아들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렸다. 어디에서 이 광경을 보았는지 점잖은 백발의 할머니가 오더니 눈물을 글썽이면서 왜 아이를 때리느냐고 다그쳤다. 한 번 더 그러면 경찰을 부를 거라고 하시면서 “아이는 부모가 자기 맘대로 하는 게 아니야. 절대로 때리면 안 돼” 라고 말씀하셨다. 남의 아이의 일이지만 눈물까지 흘리면서 거듭 당부했다. 그 할머니뿐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남의 아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자녀를 공동체의 한 일원으로 키우기 위해 무척 애를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남의 아이 일에는 간섭 안 하는 우리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필자는 미국에서 자녀는 가정뿐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키우는 거라는 교훈을 얻었다.
지난 해 말 페이스북의 창업주인 마크 주커버그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 99%인 52조원을 기부했다. 자신의 갓 태어난 딸인 맥스를 위해서였다. 그 딸이 살아가는 미래가 더 나은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멋진 기부를 한 것이다. 그 안에는 내 자식에게만 열심히 투자한다고 그 아이가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내 아이가 사는 세상이 좋아져야 비로소 그 속에서 사는 아이가 행복해진다는 공동체 중심의 사고가 깔려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자신들보다 작은 평수의 아이들과는 놀지 말라고 말하는 부모가 있다. 이들은 자녀 주변에 유리벽을 쌓으며 자신의 기대에 맞는 사람으로 만들려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 그러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방임과 폭력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엄마의 뜻대로 우수한 성적을 받은 후 '이제 됐어?' 라는 네 글자를 유서로 남기고 자살한 아이의 사건을 들여다보면 아이도 부모도 피해자인 것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내 자식 내 맘대로'를 위해 유리벽을 두텁게 쌓는 대신 공동체에 속한 모든 아이들에게 내 자녀처럼 따스한 시선을 보내기 바란다.
이상용 대전복지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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