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 머신 사피엔스의 시대는 올 것인가

  • 오피니언
  • 시사에세이

[시사에세이] 머신 사피엔스의 시대는 올 것인가

  • 승인 2016-03-07 14:49
  • 신문게재 2016-03-08 22면
  • 조성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정책협력부장조성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정책협력부장
▲ 조성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정책협력부장
▲ 조성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정책협력부장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앞두고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1997년 체스에서, 2011년 퀴즈 쇼 '제퍼디'에서, 2015년 포커 게임에서 인간을 이겼다. 그러나 '경우의 수'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수보다도 많다는 바둑에서는 아무리 우수한 연산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이라 하더라도 인간을 이기기 어렵다고 인식되어 왔다. 몇몇 프로그램들이 개발됐으나 아마추어 바둑 애호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알파고는 학습할 수 있는 심층 신경망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알파고는 수많은 프로기사들의 기보를 연구하고 스스로와의 대국을 통해 기력을 향상한다. 인간이 기보를 연구하고 다른 인간과의 대국을 통하여 기력을 향상하는 것과 같다. 알파고는 경우의 수만을 따져 바둑을 두지 않는다. 프로기사가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직관으로 이길 자리라고 판단한 곳에 돌을 놓듯이 알파고도 그렇게 한다. 알파고는 다른 모든 바둑 프로그램들을 압도적으로 이겼으며 유럽의 프로 바둑 챔피언과 다섯 번 대국해 모두 이겼을 정도로 기력이 강하다. 인간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호모 사피엔스라고 불린다. 생각하는 기계가 있다면 마찬가지로 그것을 '머신 사피엔스'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알파고는 분명 머신 사피엔스의 하나다.

1999년 개봉된 공상과학 영화 '매트릭스'는 인간지능을 넘어선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머신 사피엔스가 호모 사피엔스를 지배하는 2199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넘어서는 상황이 공상과학 영화 속이 아닌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까? 미래학자들은 그런 상황이 오리라는 데에 대체로 동의한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일지에 대하여 의견이 다르다. 컴퓨터 과학자이자 공상과학 소설가인 빈지는 기술 발전 속도로 볼 때 늦어도 2030년이 되기 전에 컴퓨터 지능이 인간지능을 넘어서는 이른바 기술적 '특이점(singularity)'이 도래할 것이며, 그 후 세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능이 낮은 인간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평판 스캐너, 뮤직 신시사이저 등을 발명해 에디슨의 승계자라는 칭송을 받는 발명가이며, 컴퓨터 과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커즈웰은 특이점 개념을 더 구체화한다. 반도체 집적도가 무어의 법칙에 따라 가속되듯이 다른 기술들도 이른바 '가속의 법칙'에 따라 발전 속도가 빨라지며,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로 발전 속도가 빨라져서 2045년에 이르면 인간지능이 따라갈 수 없는 특이점에 도달할 것이라 한다. 커즈웰은 한 발 더 나아가 인공지능과 결합해 인간의 지능을 확장할 것을 제안한다. 나노 로봇을 뇌에 삽입해 인간 지능을 담당하는 신피질을 컴퓨터와 연결함으로서 인간의 지능을 확장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모든 인간과 인공지능들은 컴퓨터 네트워크로 연결돼 하나의 거대한 '호모 머신 사피엔스'로 재탄생한다. 이 상태에서는 '너'와 '나'의 개념도 없고, 인간과 기계의 구분도 없으며 죽음마저도 없어지게 된다. 200만 년 전 신피질을 가지고 출현해 엄청나게 진화해 왔던 호모 사피엔스가 머신 사피엔스와 결합해 지능을 무한대로 확장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또 다른 진화를 이룩할 수도 있다. 커즈웰은 이것을 인간이 추구해야 할 유토피아로 본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앨런은 특이점이 그렇게 빨리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특이점이 오는 시기에 대한 빈지나 커즈웰의 예측은 기술의 발전이 점점 더 빨라진다는 '가속화 법칙'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기술 발전이 늘 그렇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인공지능을 구성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중에서 하드웨어는 몰라도 소프트웨어는 결코 '가속화 법칙'에 따라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이점이 일어날 정도로 발전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수십억 개의 신경세포들은 어떻게 서로 작용해 의식과 생각들을 만들어내는지를 이해해야 하는데, 뇌과학과 같이 복잡한 분야는 과학적 이해가 그렇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앨런은 특이점이 2045년에 오는 것은 고사하고 21세기 말에 이르러서도 언제 올지 알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몇몇 게임에서 인간 챔피언을 이겼다고 해서 인공지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할 수는 없다. 그 게임에서만 우수할 뿐 다른 분야에서는 지능을 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견줄만한 인공지능을 만들려면 인간지능을 모방하는 것 외에 다른 수가 없다. 인간의 뇌를 충분히 이해하여야 하는 이유다. 필자는 인간의 뇌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머지않은 장래에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뇌를 이해하는 것은 암을 정복하는 것보다도 어렵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서 이세돌이 이겼으면 좋겠다. 호모 사피엔스가 머신 사피엔스에게 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조성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정책협력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S석한컷]오늘자 대전하나시티즌 밥신 결승골 순간 일반석 표정
  2. [PMPS S1 이모저모] '마운틴듀'와 함께하는 결승전 1일차 개막
  3. [S석한컷]대전하나시티즌 서포터 대전러버스 차기 후임 콜리더의 탄생?
  4.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이재명 집권 막아야"
  5. [르포] 게임이 축제가 된 현장, 'PMPS 2025 S1' 결승전 1일차
  1. '첫 대전시청사' 학술세미나 성료…근대건축 유산 보존과 활용 논의
  2. "옛 대전부청사 지역가치 혁신가 위한 무대로" 복원 후 활용 제안
  3. 대전 백화점·아울렛, 어버이날·어린이날 프로모션 살펴보니
  4. 산책과 물멍으로도 힐링이 되는 ‘명상정원’
  5. 대전문화재단, 예술지원사업 심의위원 후보 공개 모집

헤드라인 뉴스


한폭의 그림같은 ‘명상정원’… 온가족 산책과 물멍으로 힐링

한폭의 그림같은 ‘명상정원’… 온가족 산책과 물멍으로 힐링

본격적인 연휴가 시작됐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들과 국내외로 여행계획을 잡았거나 지역의 축제 및 유명 관광지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 인파가 몰리는 지역을 싫어해 여유롭고 한가하게 쉴 수 있는 곳, 유유자적 산책하며 휴일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곳이 있다. 바로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에 위치한 명상정원이다. 명상정원은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인 호반낭만길을 지나는 곳에 위치해 있다. 차량을 이용한다면 내비게이션에 명상정원 한터주차장을 검색하면 된다. 주차장에서는 나무데크를 따라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벼락 맞을 확률` 높아졌다…기후변화에 장마철 낙뢰 급증
'벼락 맞을 확률' 높아졌다…기후변화에 장마철 낙뢰 급증

지난해 대전 지역에 떨어진 벼락(낙뢰)만 1200회에 달하는 가운데, 전년보다 4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낙뢰가 잦아지면서 지난 5년간 전국적으로 낙뢰 사고 환자도 잇달아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3일 기상청 '2024년 낙뢰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 지역에서 관측된 연간 낙뢰 횟수는 총 1234회다. 앞서 2021년 382회, 2022년 121회, 2023년 270회 낙뢰가 관측된 것과 비교했을 때 급증했다. 1㎢당 낙뢰횟수는 2.29회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같은 해 충남에서도 전년(3495회)에 약 5배..

산책과 물멍으로도 힐링이 되는…  대청호 오백리길 ‘명상정원’
산책과 물멍으로도 힐링이 되는… 대청호 오백리길 ‘명상정원’

본격적인 연휴가 시작됐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들과 국내외로 여행계획을 잡았거나 지역의 축제 및 유명 관광지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 인파가 몰리는 지역을 싫어해 여유롭고 한가하게 쉴 수 있는 곳, 유유자적 산책하며 휴일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곳이 있다. 바로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에 위치한 명상정원이다. 명상정원은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인 호반낭만길을 지나는 곳에 위치해 있다. 차량을 이용한다면 내비게이션에 명상정원 한터주차장을 검색하면 된다. 주차장에서는 나무데크를 따라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물총 싸움으로 연휴 즐기는 시민들 물총 싸움으로 연휴 즐기는 시민들

  • 산책과 물멍으로도 힐링이 되는 ‘명상정원’ 산책과 물멍으로도 힐링이 되는 ‘명상정원’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화려한 개막…4일까지 계속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화려한 개막…4일까지 계속

  • 세계노동절 대전대회 세계노동절 대전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