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알아야 면장을 하지' 면장의 원뜻은?

  • 문화
  • 궁금어사전

[우리말]'알아야 면장을 하지' 면장의 원뜻은?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44. 면장

  • 승인 2016-05-19 09:36
  • 송백헌송백헌

‘그때 그 코너’를 기억하십니까?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본보의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 독자들을 위해 서비스됐었습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우리말 속에 담긴 유래와 의미를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출간한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게재됐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추억의 코너를 되살려보기 위해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시즌 2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 영화 이장과 군수 중 한장면
▲ 영화 이장과 군수 중 한장면


아무리 선망하는 벼슬자리라도 무식하면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음을 꼬집는 말이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 인구의 70%가 농민이었다. 따라서 그 지역의 면장은 월수입으로 보거나 지위로 보거나 그 면의 최고 책임자임은 물론 말단 행정 기관장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자리였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에 말마디깨나 하거나 마을 사람들로부터 신망을 얻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그 자리에 앉고 싶어 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선망하는 자리에도 무식한 사람이 앉으면 일만 저지를 뿐, 면의 행정은 엉망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생긴 말이 ‘알아야 면장을 해먹지.’라는 용어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말이 생긴 것은 일제 강점기로 그 말 속의 면장面長이라는 말은 그러나 옛 고전의 면면장免面牆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논어 제17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글이 보인다.

공자께서 백어에게 이르셨다. “너는 주남과 소남을 배웠느냐? 사람으로서 주남과 소남을 배우지 않으면 담장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서 있는面牆 것(面牆·면장)과 같은 것이다.”

면장面牆은 담장을 마주하고 서 있다는 뜻이니 곧 앞이 안 보이는, 즉 견식이 없음을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사람이 무식함을 면하려면 면면장免面牆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면면장을 할 때 비로소 앞이 훤히 보인다는 것이다. 이 면면장이 뒤에 변하여 면장免牆이 되어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면장面長과 음이 같아진 것이다.

이처럼 심오한 내용이 담긴 글에서 면장面長이란 음을 유추하여 무식하면 면장도 못해먹는다는 말로 변해버린 것이다. 따라서 본래의 뜻은 알아야 면장免牆하는 것인데 이것도 모르고 요즈음 사람들은 “면장을 누가 시켜줘야 하지, 공짜로 되냐?”하고 스스로 무식을 뽐내고 있다.

▲ 영화 이장과 군수 중 한장면
▲ 영화 이장과 군수 중 한장면

식견이 없고 눈치가 없어 마침내 자리마저 날아간 면장에 대한 이야기가 ‘면장 모가지’라는 말로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 있다.

일제 강점기에 눈치가 없고 아둔한 면장이 자기 나름대로는 군수에게 잘 보여 승진을 좀 해보려고 어느 날 군수를 자기 면으로 초대하여 씨암탉을 잡고 귀한 술을 구해서 대접을 하게 되었다.

군수는 술자리에 씨암탉이 올라오고 귀한 술로 대접을 해 주니 그 정성에 감복하여 매우 흡족한 기분이었다.

당시는 닭이 귀하여 보통 사람들은 평소에 닭고기를 구경할 수 없고, 장가를 든 신랑이 모처럼 처가에 가면 장인 장모가 반가운 사위가 왔다고 기르던 씨암탉을 잡아주어 그것을 먹고 와서 자랑을 하던 때였다. 이러한 시절에 면장이 씨암탉을 잡아 올리니 얼마나 고마웠겠는가?

그런데 술자리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어갈 무렵 갑자기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군수가 닭고기의 꽁지 부분에 뾰족하게 나온 기름기가 많은 부분을 먹고 싶어서 군침을 다시며 시중드는 여인이 자기 입에 넣어줄 것을 기대했는데, 그 사정을 모르는 면장이 그것을 널름 자기 입에다 넣어버렸다.

지금은 그 부분이 기름기가 많다고 많은 사람들이 먹기를 꺼리지만, 그 때만 해도 그것은 매우 귀하게 여기는 부분이었다. 먹고 싶어 군침을 다시던 군수는 눈치 없는 행동을 하는 면장의 행위에 화가 잔뜩 나서 자리를 박차고 돌아가 결국 면장의 목을 잘랐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닭의 그 부분을 ‘면장 모가지’라고 부르고 있다.

이처럼 면장이라는 자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그 면장에 따르는 일화도 많이 생겼던 것이다.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해수부, 중국과 해운 회담으로 현안 합의
  2. 천안 수신멜론축제 6~7일 개최
  3. 해양사고 선박의 30%, 기존 행위 반복… 예방책 없나
  4. 백석대 소셜비즈니스융합전공, 고려인 후손 돕기 모금 캠페인 전개
  5. 대전농협-보라미봉사단, 농촌 일손돕기 볼사활동 진행
  1.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 당선자 현충원 참배! 허태정 방명록에 남긴 말은?
  2. 장기수 천안시장 당선인, "시민과 함께 정책을 만들고 시민과 함께 미래 열 것"
  3. 백석문화대, K-뷰티 실무 인재 육성을 위해 (사)대한미용사회중앙회와 MOU 체결
  4. 소비자원-정수기 사업자정례협의체, 학교 정수기 안전 사용 캠페인 진행
  5. [한화에어로 참사] "더는 일터에서 목숨 잃지 않길"…합동분향소 조문 잇달아

헤드라인 뉴스


690g 초미숙아, 세종서 100일간 치료 끝 퇴원 앞둬

690g 초미숙아, 세종서 100일간 치료 끝 퇴원 앞둬

출생 당시 체중이 690g에 불과했던 초미숙 이른둥이가 100일이 넘는 치료 끝에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을 앞두고 있다. 세종충남대학교병원은 임신 23주 5일 만에 태어난 극소저체중 이른둥이가 의료진의 집중 치료를 통해 건강하게 성장해 퇴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경남 창원에 거주하는 산모 A 씨는 임신 23주차에 양막이 파열돼 세종충남대병원으로 긴급 전원됐으며, 하루 만에 시작된 진통으로 체중 690g의 초미숙아를 출산했다. 아기는 출생 직후 신생아 소생술을 받은 뒤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치료와 정맥영양 치료 등을..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 당선자 현충원 참배! 허태정 방명록에 남긴 말은?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 당선자 현충원 참배! 허태정 방명록에 남긴 말은?

허태정 대전시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6.3지방선거 당선자들이 5일 현충원을 참배했다. 허 당선인은 더불어민주당 당선인들과 함께 현충탑에 분향하고 호국영령들에 대한 넋을 기렸다. 허 당선인은 참배 후 방명록에 "민생을 되살리고 시민주권 시대를 열어 대전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겠습니다."는 글을 남겼다. 이어 당선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에서 "대전의 국회의원 7분, 5분의 구청장 그리고 시의회 구의회 민주당의 절대적인 다수당의 지위를 갖게 됐다. 강력한 추진력으로 대전의 변화, 또 시민주권 시대를 여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무거운 책임..

400년 전 절절한 사부곡(思婦曲)…당진시 `안민학 애도문` 국가보물 승격 추진
400년 전 절절한 사부곡(思婦曲)…당진시 '안민학 애도문' 국가보물 승격 추진

당진시가 20대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아내를 향한 남편의 애틋한 사랑이 담긴 충남도 유형문화재 제243호 '안민학 애도문 및 백자명기'를 국가 지정 문화유산(보물)으로 승격시키기 위한 절차에 나선다. 시는 6월 5일 충남도 문화유산 안민학 애도문의 국가지정(보물) 승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18년 도지정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안민학 애도문은 안민학 선생이 부인을 여의고(1576년 5월 10일 병자년) 관에 넣은 부장품으로서, 한글로 쓰인 16세기 애도적 내용의 편지다. 애도문은 1978년 소유자가 14대 조모인 현풍 곽씨 묘를 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지방선거 당선자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문 대전 지방선거 당선자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문

  • 지방선거 끝…선거벽보 철거 지방선거 끝…선거벽보 철거

  • 분주한 개표소 분주한 개표소

  •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당선 ‘확실’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당선 ‘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