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이봉직 시인의 동시집 '새싹 감별사 모집'

  • 문화
  • 문화/출판

<새책>이봉직 시인의 동시집 '새싹 감별사 모집'

-그림 강태연/ 섬아이-

  • 승인 2017-11-17 09: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새싹 감별사 모집
'옛 신라 사람들은/ 웃는 기와로 집을 짓고/ 웃는 집에서 살았나 봅니다.

기와 하나가/ 처마 밑으로 떨어져/ 얼굴 한 쪽이/ 금가고 깨졌지만/ 웃음은 깨어지지 않고



나뭇잎 뒤에 숨은/ 초승달처럼 웃고 있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한 번 웃어 주면/ 천년을 가는/ 그런 웃음을 남기고 싶어/ 웃는 기와 흉내를 내 봅니다.'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 수록된 동시 '웃는 기와'의 이봉직 시인이 일곱 번째 동시집을 냈다.

그의 신작 '새싹 감별사 모집'은 '시로 쓴 어린 왕자'라고 볼 수 있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를 모티브로 한 시들과 페이지에 삽입된 일러스트들까지 '어린 왕자'의 연장선상에 있는 느낌이다. 그 유명한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도 등장한다.

이전 동시집 '내 짝꿍은 사춘기', '우리들의 화해법'에서 어린이들의 내밀한 심리를 세밀하게 읽어내는 데 공력을 들였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우리나라 모든 어린이들을 '어린 왕자'로 규정하고 있다.

시인은 우리나라의 부모와 어린이들이 '어린 왕자'로부터 얼마나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아파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또한 순수성과 호기심, 천진난만함을 잃지 않은 어린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각박한 경쟁의 세계로 밀어 넣는 어른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놓는 의도가 시집 곳곳에서 번뜩인다.

생텍쥐페리는 이렇게 말했다. '어른들도 모두 어린아이로 세상에 나왔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이 말을 곱씹어보면 정작 어른과 어린아이의 구분은 불가한 것이다. 이 세상에 나온 한 씨앗이 그냥 계속 자라고 있을 뿐이니까. 그걸 깜박한 어른들에게 시인은 이렇게 도움말을 준다.



어른이 다시/ 어린이가 되는 방법을/ 알려드릴까요?

쓸쓸하다는 생각이 드는/ 어느 날

하루에 해 지는 풍경을/ 마흔세 번/ 바라보고 오세요.

그러면 그날부터 다시/ 어린이가 될 수 있어요.

-'어린이가 되는 방법' 전문



작가는 "작품마다 '어린 왕자' 소설 구절을 인용해 주제나 질문 등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독자와 대화하듯이 시를 풀어썼다"며 "이런 독특한 방식의 시집은 한국에서는 첫 시도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소설 '어린 왕자'를 우리말로 옮긴이는 이봉직 시인의 아내인 박효정씨다. 그녀는 남자친구 같은 시인과 어린이들을 위해 '어린 왕자'를 우리말로 옮기며 마음으로 보는 비밀을 알게 된 것 같아 행복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봉직 시인은 동아일보, 매일신문,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제1회 눈높이 아동문학상, 제1회 박경종 아동문학상, 제7회 한남문인상 대상, 제3회 열린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동시집 '어머니의 꽃밭', '내 짝꿍은 사춘기', '부처님 나라 개구쟁이들', '웃는 기와', '우리들의 화해법' 등이 있다.


현옥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대전시장 도전 許 출판기념회에 與 일부 경쟁자도 눈길
  3.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4.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5.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1.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2.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4. 천안법원, 정지 신호에도 직진해 사망자 유발시킨 30대 중국인 벌금형
  5.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헤드라인 뉴스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대전시와 충남도 행정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격 회동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충청권을 찾아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띄운 것과 관련한 후속 조치로 이 사안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리와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15일 서울에서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는다. 김 총리와 일부 총리실 관계자,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서 김 총리와 충청권 의원들은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 원도심 재편의 분수령이 될 '대전역 철도입체화 통합개발'이 이번엔 국가계획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 철도 지하화 선도지구 3곳을 선정한 데 이어, 추가 지하화 노선을 포함한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 수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종합계획 반영 여부는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당초 국토부는 12월 결과 발표를 예고했으나,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발표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들은 종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