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안의 세상만사〕메르스 이후 남겨진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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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안의 세상만사〕메르스 이후 남겨진 상처

  • 승인 2018-02-26 16:39
  • 신문게재 2018-02-27 2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법원이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이 확산된 데 대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해 감염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

지난주 기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뉴스의 첫 문장이다. 발목을 다쳐 대전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했다가 같은 병실을 쓴 16번 환자로부터 전염된 메르스 30번 환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1000만원과 이자를 지급하라”는 승소를 받아낸 것이다.

2015년 5월부터 7개월간 메르스 확산의 책임이 국가에게 있다는 점을 법원이 처음으로 인정했으니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법원은 국가가 초기에 방역에 주의했다면 1번→16번→30번 환자로 이어지는 메르스 확산경로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었다는 점에 방점을 뒀다. 바레인을 다녀온 1번 환자가 최초의 의심환자로 보건당국에 신고됐을 때 질병관리본부가 바레인은 메르스 발생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를 33시간 지연시켰고 1번 환자에게 메르스 확진을 내리고도 그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에서의 역학조사를 부실히 해 16번 환자가 누락돼 또다른 감염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법원 판결소식을 접하면서 3년 전 메르스로 인해 부모를 잃어야 했던 대전 유가족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당시 취재반의 일원으로서 장례식장과 화장장에서 취재하고 유가족과 전화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했다가 같은 병실에 16번 환자가 입원하면서 감염된 아버지를 여의고 아버지를 간호하던 어머니마저 메르스라는 감염병으로 2주 만에 잃었다. 유가족은 가택 격리된 상태서 부모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고 부모가 병원에서 가지고 있던 유품도 건네받지 못했다. 돌아가신 부모의 염습도 없이 장례시설에 아무도 없을 시간을 골라 화장을 했으며 빈소를 차릴 수도 없었다. 대전 농촌마을에서 농사를 짓던 부모를 그렇게 떠나보내야 했던 유가족은 자식 된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는 슬픔에 당시에도 큰 슬픔에 잠겨 있었다.

최근 취재수첩을 뒤적여 2015년 6월에 인터뷰했던 부분을 다시 읽어봤다. “공무원을 대신해 대학병원 장례식장 직원이 돌아가신 부모의 화장을 재촉했다”“해 질 무렵 화장장에 아무도 없을 때 화장시키는데 참담하다”등이 적혀있다.

염치불구하고 수첩에 적힌 유가족의 연락처로 다시금 전화를 드렸다. 법원의 최근 판결소식을 접하지 못한 상태서 아직 그때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것처럼 여겨졌다. 유가족은 죄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부모를 보내드려야 했던 게 지금껏 상처로 남아 있다고 했다.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메르스는 방역을 소홀히 한 국가의 책임이라는 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분명한 어조로 강조했다.

대한의학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메르스에 대한 ‘환자 코호트 연구결과’에서는 메르스에 감염됐던 환자 절반 이상이 2년이 지난 현재 정신건강문제 혹은 만성피로증후군에 시달리고 폐기능이 악화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발표했다. 메르스는 종식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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