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웃으면 행복하고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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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웃으면 행복하고 건강해진다

이승훈 을지대학교 의료원장

  • 승인 2019-01-17 08:20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을지대학교의료원 이승훈 의료원장1
이승훈 을지대학교의료원장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대부분 경계심과 근심이 가득 찬 얼굴들이다. 눈이 마주쳐도 미소로 응답해주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아이들은 방긋방긋 잘 웃으며 어린 여학생 시절의 표정은 부드럽고 온화하다. 그러다가 세월이 가면서 점차 웃음이 줄어들고 얼굴 찌푸림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어른들이 웃음이 헤프면 안 되고 실없이 웃어서도 안 된다고 가르쳤다.

10여 년 전이었다. 사촌 누나가 병원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필자의 모습을 보았는데, 얼굴이 너무 심각해 보여서 아는 체도 못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일로 나는 스스로 얼굴이 얼마나 경직되었는가를 깨달았고, 부드러운 표정을 갖기 위해 웃는 연습을 시작하였다.

우선 아침에 일어나 양치질을 할 때 거울을 보고 웃는 표정을 짓는 훈련을 했다. 그런데 일부로 웃음을 지으면 조금만 지나도 얼굴이 뻐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문헌을 찾아보니 웃는데, 필요한 얼굴 근육이 40여 개라고 한다. 그동안 얼마나 웃는 근육을 사용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얼굴의 미소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웃음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수많은 증거가 있다. 웃으면 뇌에 엔돌핀, 세로토닌 등의 증가로 행복감을 느끼고 통증에 대한 임계치도 증가한다고 한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웃음 치료법을 시행하기도 한다.

웃음은 호흡과 관련한 근육, 흉곽 근육 등의 발달도 도와준다. 웃는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연구자들은 1950년대 미국 메이저 야구 선수들의 사진에 나타난 표정과 수명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함박웃음을 보인 선수의 평균 수명이 79.9세였고, 웃음기 없이 무표정했던 선수의 수명이 72.9세로, 함박웃음을 보인 선수가 7년을 더 살았다고 발표하였다.

미국의 또 다른 과학자들이 고등학교 졸업 앨범 사진을 분석하였더니 미소를 띤 졸업생이 무표정했던 사람들보다 더 건강하게 오래 살 뿐만 아니라 결혼 생활도 행복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심지어 억지로 웃는 것도 건강에 이롭다고 한다.

왜 그럴까. 과학자들은 사람들에게 억지로 웃는 표정을 짓도록 입에 연필이나 젓가락을 물게 한 다음 힘든 일을 시키면서 혈압과 맥박을 측정했다. 그 결과 젓가락을 물지 않은 사람보다도 젓가락을 물었던 사람들의 혈압과 맥박이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뷔르츠부르크대학의 프리츠 슈트락 교수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입에 연필을 물고 있으면 웃을 때 움직이는 근육이 작동하게 되고, 움직이게 된 근육이 뇌에 웃고 있다고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뇌는 웃고 있다고 판단해 엔돌핀과 세로토닌과 같은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들을 분비하게 된다고 한다.

'뇌 속에 또 다른 뇌'라는 책의 저자 장동선 박사는 뇌는 명령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몸이 알려 주는 정보를 받아들여 정신 상태를 거기에 맞게 적응시키는데, 이러한 현상의 하나가 안면 피드백으로, 몸의 근육을 움직여 정서적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에 얼굴의 주름을 없애기 위해서 안면 근육을 마비시키는 보톡스 주사가 유행하고 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보톡스 주사를 많이 맞은 사람은 사회적인 공감 능력이 저하된다고 사실을 밝혀냈다. 그 이유는 상대방의 웃음에 시각적으로는 반응하나 함께 웃는 표정을 짓지 못하게 되어 공감할 수 없으며, 얼굴 근육의 마비로 뇌에 제대로 된 웃음 관련 근육의 신호를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웃음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매우 건강하고 유익한 행동이다. 웃어서 얼굴에 주름이 조금 더 생기더라도 새해에는 우리 모두 서로 웃고 공감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었으면 하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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