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민주항쟁 32주년] 대전권 대학생 1만명, 민주주의위해 거리로

  • 문화
  • 문화 일반

[6·10민주항쟁 32주년] 대전권 대학생 1만명, 민주주의위해 거리로

(상) 굴복될 수 없는 민중의 투혼

  • 승인 2019-06-09 17:35
  • 수정 2019-06-11 09:23
  • 신문게재 2019-06-10 3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우리나라 민주화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 중심에는 학생들이 있었다. 민주투쟁의 도화선이 된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6월 이한열 열사의 최루탄 사건 등 민주주의를 외쳤던 이들은 대부분 '대학생'이라는 신분이었다.

대학생은 청소년과 사회인의 중간단계, 정확하게는 어른 인턴기라 해도 무방한 세대다. 하지만 독립운동도 민주화의 불씨도 모두 '대학생'이라 부르는 미성숙한 어른들이 일궈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이 땅에 민주주의를 심기 위해 누군가는 기말고사를 포기했고, 누군가는 밤새 대자보를 쓰고 붙이며 최루탄 가스를 들이마셨다. 자신의 의지가 시키는 대로 부조리한 시대에 맞서고자 했던 1987년, 그 시절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편집자 주>

(상) 굴복 될 수 없는 민중의 투혼 

민주항쟁2
1987년 9월 7일 발행된 충남대신문에 실린 사진. 교내를 나와 대전역으로 향하는 충남대 가두행진 모습이다.
1987년 9월 7일 자 충대신문은 기자방담을 통해 그해 6월 있었던 항쟁에 대해 "굴복될 수 없는 민중의 투혼"이라고 평가했다. '독재타도', '호헌철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집결한 학생들의 마음을 대변한 한 줄이다.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 맞고 쓰러지자 대전에서도 민주투쟁의 움직임이 폭발적으로 커졌다.

이광진(목원대 신학과 84학번) 경실련 사무처장은 "그 전부터 대전에서도 시위와 집회는 있었다. 6월에 전국적 상황으로 번지면서 대전도 같은 선상에서 활동을 해 왔다"며 "결정적인 계기는 충남대 학우들이 경찰을 뚫고 유성에서 대전역으로 넘어오면서다. 당시 목원대는 목동에 있었는데 계룡로를 지나던 충남대 학생과 합류해 대전역까지 진출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충대신문은 "총학에서 6.10대회 이후로 2주간 기말고사 연기하며 군부독재 끝장내자, 라는 구호를 내걸고 학생들의 호응을 촉구할 때도 처음에는 학생들이 작년 중간고사 거부로 인한 결과가 사실상 실패했고, 학점상 많은 불이익 돌아왔기 때문에 주저함이 선연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세 상황은 변해갔다. 6월 12일 기말고사 연기를 연기해 6·10대회 정신을 계속 계승 투쟁해 나가자는 결의 이후 도서관 학생들도 점점 정세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보다 정국적인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시 문과대학생회장이었던 양동철(충남대 국문과 84학번) 씨는 집회를 주도한 주역 중 하나다. 그는 "시험거부는 대부분 학과가 동참했다. 의대가 마지막으로 집회에 참석했는데 우리는 서문, 정문, 농대 세 갈래로 나눠 경찰망을 뚫고 유성으로 나올 수 있었고, 대전역까지 진출했다"고 말했다.

민주항쟁1
충대신문 9월 7일자 지면에 실린 사진.
6월 15일 중앙로에 모인 시위대는 약 1만 명까지 불어났다. 충남대와 한남대, 목원대, 대전대, 침신대 학생들이 모였고 새벽 1시까지 평화시위를 이어갔다. 시위에 참석한 학생들의 숫자는 정확하지 않다. 대략 1만에서 최대 2만 명까지 집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광진 경실련 사무처장은 "서울에서는 점심시간을 이용한 화이트칼라 중심의 시위나 민주화운동을 하던 청년 단체에 일반인들도 더러 있었지만, 대전의 경우 주 동력은 대학생"이라고 말했다.

1987년 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은 명백히 민주주의를 위해서였다. 대전을 포함한 전국적 투쟁은 결국 6·29 선언을 이끌어 냈다.

충대신문은 "6·10대회의 배경을 단적으로 말하자면 권력에 기생한 현정권의 부도덕성에 대한 반발이라고 할 수 있겠다. 폭력정치의 한계성, 개헌논의에 대한 그들의 기만적 술책들에 국민들은 더이상 방관할 수만은 없었다"고 서술했다.

이지영 (사)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사무처장은 "6월 10일 이후 진행되었던 민주항쟁은 군사독재 권력으로부터 민주주의 이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구를 획득하게 했다. 그것은 대통령직선제 개헌안에 의한 연내 대통령선거, 대통령선거법 개정, 김대중을 포함한 정치범·양심범의 사면복권, 국민의 기본권 신장, 언론의 자유 창당, 지방자치제 실시와 대학자율화, 정당의 자유로운 활동 보장, 과감한 사회정화조치였다"고 해석했다.
이해미·김유진 기자 ham72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응원하다 쓰러져도 행복합니다. 한화가 반드시 한국시리즈 가야 하는 이유
  2. "대전 컨택센터 상담사님들, 올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3.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4.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 여성 장애인들 대상 가을 나들이
  5. 김태흠 충남도지사, 일본 오사카서 충남 세일즈 활동
  1. "행정당국 절차 위법" vs "품질, 안전 이상없어"
  2.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3. 박경호 "내년 지선, 앞장서 뛸 것"…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 도전장
  4. 올 김장철, 배추 등 농수산물 수급 '안정적'
  5. [2025 국감] 대전국세청 가업승계 제도 실효성 높여야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2년 연속 200만 명이 다녀간 대전시 '0시 축제' 운영 재정을 둘러싸고 여당 의원과 보수야당 소속인 이장우 대전시장이 24일 뜨겁게 격돌했다. 이날 대전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전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민간 기부금까지 동원 우회 재정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인 이 시장은 자발적 기부일 뿐 강요는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여당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민주당 한병도 의원(익산을)에 따르면 3년간 0시 축제에 투입된 시비만 124억 7000만 원, 외부 협찬 및 기부금까지 포함..

[갤럽] 충청권 정당 지지도… `더불어민주당 51%, 국민의힘 29%`
[갤럽] 충청권 정당 지지도… '더불어민주당 51%, 국민의힘 29%'

충청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24일 나왔다. 한국갤럽이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대전·세종·충청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1%, 국민의힘은 29%를 기록했다. 이어 개혁신당 4%, 조국혁신당 2%, 진보당 1%로 나타났다. 무당층은 14%에 달했다. 전국 평균으론 더불어민주당 43%, 국민의힘 25%, 조국혁신당 3%, 개혁신당 2%, 진보당 1%, 기본소득당 0.2%, 사회민주당 0.1%, 무당층 25%로 조사됐다. 충청권에서 이재명 대통령 직무수..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태적 가치를 고스란히 간직한 충남도의 명산과 습지가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힐링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청양 칠갑산을 비롯해 예산 덕산, 공주 계룡산, 논산 대둔산, 금산 천내습지까지 각 지역은 저마다의 자연환경과 생태적 특성을 간직하며 도민과 관광객에게 쉼과 배움의 공간을 제공한다. 가을빛으로 물든 충남의 생태명소를 알아본다.<편집자 주> ▲청양 칠갑산= 해발 561m 높이의 칠갑산은 크고 작은 봉우리와 계곡을 지닌 명산으로 자연 그대로의 울창한 숲을 지니고 있다. 칠갑산 가을 단풍은 백미로 손꼽는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