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바로 보기'와 '거꾸로 보기'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박광기의 행복찾기] '바로 보기'와 '거꾸로 보기'

박광기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9-08-0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1124504158
게티 이미지 뱅크
어릴 때부터 난시가 심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에는 한 학급에 안경을 쓰지 않는 학생의 수가 손에 꼽을 정도이지만, 당시에는 안경을 쓰는 학생이 전교에서 손을 꼽을 정도였습니다. 안경을 쓴 학생이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안경을 쓴 학생들은 '안경잡이'라고 놀림을 당하곤 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어머니와 함께 안과에서 안경 처방을 받고 당시 유명하다고 알려진 종로에 있는 안경점에서 안경을 맞춰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맞춘 안경이 얼굴에 맞지 않아 안경을 걸치는 코와 귀가 너무 아파서 처음 안경을 쓴 첫 일주일간은 펑펑 운 기억이 생생합니다. 지금은 안경 렌즈의 품질도 정말 좋아졌고 또 무엇보다도 얼굴에 맞는 다양한 안경테가 있어서 안경이 단순히 눈이 나빠서 쓰는 정도가 아니라 패션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안경은 사물을 잘 보기 위한 도구입니다. 시력이 나빠 사물에 대한 인식과 식별을 잘 하지 못하면 정말 불편합니다. 워낙 시력이 나쁜 탓도 있지만, 가끔은 이렇게 시력이 점점 나빠지다가 결국에는 시력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만약 시력을 잃게 되는 것은 다른 어떤 신체적인 장애보다도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유학시절 안경을 깨뜨려 약 2주일 정도를 안경 없이 너무도 불편하게 지낸 경험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지금은 새롭게 안경을 할 때 반드시 2개를 맞춰서 하나는 예비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혹시 길거리에서 시각이 불편한 분들을 만나게 되면 반드시 그 분을 먼저 배려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시각을 통해 사물을 보고 무엇인가를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입니다. 인체의 신비에 대해 늘 놀라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무엇인가를 보고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신비 그 자체입니다. 만약 우리가 눈이 없고 보지 못한다고 한다면, 아마도 인간이 사는 세상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었을 것입니다. 느낌이나 감각, 촉각, 미각 등 우리가 어떤 것을 인지하고 느끼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그러나 시각을 통해 사물을 보고 느끼고 인지하는 것은 그 어떤 인지적 장치보다도 우선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무엇인가를 보는 것으로부터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많은 것을 보는 것 자체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오래전에 시각을 통해 얻는 정보와 판단의 정도가 인간이 판단하는 것의 대부분이라는 분석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은 정확한 통계 수치와 분석의 결과는 기억나지 않지만, 시각을 통해 얻는 첫인상과 인식이 판단의 절반이상이 된다는 것과 물론 그에 대한 오류 또한 적지 않다는 것을 지적한 글입니다.

과학적인 분석의 결과는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어떤 과학적인 분석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보는 것'을 통해 많은 지식을 얻고 인식과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사물이나 상황을 볼 때, '정확히 보는 것'을 가장 우선으로 꼽고 있습니다. 사실 어떤 사물이나 상황을 정확히 보지 못하고 잘못 본다고 하면, 아마도 그로 인해 우리는 많은 것들을 오해하고 판단을 그르치고 또 왜곡되거나 잘못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우를 범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일을 잘하고 능력이 있음을 인정받기 위해서 우리는 우선 사물이나 상황에 대하여 '정확히 보기'를 강조하고 있고, 정확히 보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확히 보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러나 만약 '정확히 보는 것'이 객관적인 입장이나 관점이 아니라 자신의 주관적 관점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그것은 '정확히 보는 것'이 아닐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은 '정확히 보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객관적으로 그리고 누구나가 인정할 수 있는 '정확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관점에서 그리고 객관적인 관점에서도 '정확히 보는 것'이라는 것도, 비록 다른 사람들이 객관적이라고 인정한다고 할지라도 자신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정확히 보는 것'이라고 자신할 수만은 없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사물이나 상황 또는 무엇을 보고 판단한다는 것은 어떤 관점에서 그리고 어떤 입장에서 보는가에 따라서 그것에 대한 '정확성' 및 '실체' 또는 '사실'이 달라지거나 오해 또는 왜곡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실 이런 상황을 우리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로 내 입장에서 옳고 좋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이해되지 않고 싫은 것으로 인정되어 기피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고, 애초부터 서로 다른 입장으로 인하여 대화나 타협이 가능하지 않게 되는 경우를 종종 접할 수 있습니다. 흔히 어떤 사물이나 상황을 접하게 되면 '뒤집어보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직접적으로 바로 보는 것 또는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지 말고 뒤집어 보고 거꾸로 보기를 해 보라는 것입니다. 뒤집어 보거나 거꾸로 보게 되면, 현실과는 다른 모습이나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현재 바로 보는 것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다소 이율배반적인 사고를 인정하라는 것이기도 합니다.

흔히 'Antinomie'라고 하는 '이율배반'(二律背反)은 논리적으로 또는 사실적으로 동등한 근거로 성립하면서도 양립할 수 없는 모순된 명제들의 관계를 뜻하는 말입니다. 물론 '동등하다'는 근거와 '모순'이라는 의미가 흔히 말하는 이율배반의 근거로 작동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의미에서 보면, 서로 다른 관점이나 입장에서 우리가 어떤 사물이나 인식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그리고 특히 우리가 관계를 맺고 있는 인간관계 속에서 이와 같은 이율배반적인 상황들은 너무나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모순의 관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비록 모순과 같이 대치되거나 대립되는 상황으로 보여 지는 것이라고 해도, 그것은 결과적으로 배치되거나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바로 '서로의 다름'이라는 것은 우리가 어떤 사물이나 상황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바로 보기'와 '거꾸로 보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정확히 보기'를 위한 전제가 됨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번 주말 그 동안 업무와 인간관계 속에서 소홀히 하거나 외면했던 '거꾸로 보기'를 통해 무엇이 오해되고 왜곡되었는지 검토해 보려고 합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방승찬 ETRI 원장 연임 불발… 노조 연임 반대 목소리 영향 미쳤나
  2. [건강]설명절 허리·다리 통증의 숨은 원인은?
  3. 줄지은 대전·충남 행정통합 반대 근조화환
  4. 대전·충북 재활의료기관 병상수 축소 철회…3기 의료기관 이달중 발표
  5. 대전 촉법소년 일당 편의점 금고 절도·남의 카드로 1천만원 금목걸이 결제
  1. 대전 공유재산 임대료 경감, 올해도 이뤄지나... 60% 한도 2000만원서 3000만원 상향 검토
  2. 이주 작업 한창 장대B구역 '빛이 머무는 순간' 헤리티지 북 발간
  3. 대전·충남 통합 변수...충청광역연합 미래는
  4. 대전·충남통합 주민투표 놓고 여야 갈등 심화
  5. 규모만 25조 원…대전·충남 통합 지자체 금고 경쟁구도 주목

헤드라인 뉴스


`110년 유성시장` 역사속으로… "철거한다니 아쉬움-기대 교차"

'110년 유성시장' 역사속으로… "철거한다니 아쉬움-기대 교차"

"유성시장이 이전되면 가게를 다시 해야 하나 어쩌나 고민이네" 11일 대전 유성시장에서 6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근 지역민과 시장 방문객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던 부산식당 박화자 할머니는 백발의 머리로 반찬을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시간이 멈춘 듯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녹아든 이 식당은 시장 내 인기 맛집으로 유명하다. 수십 년간 같은 자리를 지켰던 박 할머니에게 유성시장은 자식이나 다름없다. 식당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하나 같이 유성시장 철거 이후 가게가 이전되는지 궁금해했다. "글쎄, 어쩌나," 박 할머니는 수십 년의 역사와..

대전 재건축 바람 부나…  곳곳에서 사업 추진 본격화
대전 재건축 바람 부나… 곳곳에서 사업 추진 본격화

대전 노후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다.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으며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들어선 단지가 있는가 하면, 조합설립을 준비하는 대단지 아파트도 잇따르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법동2구역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6일 재건축사업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았다. 해당 사업은 대전 대덕구 법동 281번지 일원, 면적 2만 7325.5㎡ 규모에 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한다. 이 사업은 기존 삼정하이츠타운 아파트 총 13동 468세대를 허물고, 총 6개 동 615세대를 짓는다. 사업장..

걷고 뛰는 명품 `동서 트레일`, 2026년 512km 완성
걷고 뛰는 명품 '동서 트레일', 2026년 512km 완성

걷고 뛸 수 있는 트레일(자연 탐방로)이 2026년 동서 구간으로 512km까지 확대·제공된다. 산림청(청장 김인호)과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이사장 서경덕)는 동서 트레일의 성공적인 안착과 체계적인 운영 관리를 위한 2026년 시범사업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올해 사업 대상은 지난해 17개 구간(244km)에서 약 2배 이상 확대된 32개 구간에 걸친 총 512km. 신규 코스에는 충남 태안(2구간)과 서산(5구간), 홍성(10구간), 경북 봉화(47구간) 및 분천(51구간) 등이 포함됐다. 각 구간에 거점 안내소도 설치한다. 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주민투표 시행 촉구 결의안 전달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주민투표 시행 촉구 결의안 전달

  • ‘어려운 이웃을 위한 떡국 떡 나눠요’ ‘어려운 이웃을 위한 떡국 떡 나눠요’

  • 줄지은 대전·충남 행정통합 반대 근조화환 줄지은 대전·충남 행정통합 반대 근조화환

  • 대전·충남통합 주민투표 놓고 여야 갈등 심화 대전·충남통합 주민투표 놓고 여야 갈등 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