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스나이퍼 sniper] 89. 배워야 이긴다

  • 문화
  • 뉴스 스나이퍼

[뉴스 스나이퍼 sniper] 89. 배워야 이긴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19-09-1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2회 대전광역시 문해 한마당]이 9월 3일 10시부터 15시 30분까지 한밭체육관에서 열렸다. 필자처럼 베이비부머 세대, 혹은 그보다 훨씬 연장자인 어르신들께서 만학(晩學)으로 공부한 결과물을 이날 모두 공개하는 실로 뜻 깊은 자리였다.

11시부터 시작된 '제2회 문해 골든벨'은 100명의 패기 넘치는 청소년들이 50문제에 도전하는 퀴즈 프로그램인 KBS 1TV의 <도전! 골든벨>을 벤치마킹했다. 필자는 예전 <퀴즈 대한민국>과 <우리말 겨루기>에도 출전한 전력이 있다.

그래서 잘 아는데 우리말은 정말 어렵다! 그날 역시 '햅쌀'을 '햇쌀'로 오기하여 낙방한 분들이 많았음은 이런 주장의 방증이다. 또한 '해돋이'를 발음 그대로 '해도지'로 쓰신 분도 보였다. '세숫대야' 역시 어렵긴 매한가지였다.

'식혜'와 신발 '한 켤레' 또한 알쏭하다로 몰고 가는 단초로 작용했다. <제2회 문해 골든벨>에서 대상(大賞)인 '세종대왕상'은 대전늘푸른학교 중학교 과정 3학년으로 공부하시는 김00 님이 수상하셨다. 수상 후에 50대 후반의 주부인 김00 님을 인터뷰했다.

인터뷰 도중, 지난 시절 너무나 가난했기에 중학교를 갈 수 없었다는 말씀이 나왔다. 순간, 동병상련(同病相憐)으로 그만 필자 역시 뭉클하면서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아, 그 시절엔 왜 그렇게 찢어지게 가난했을까... 그랬기에 추석과 설날이 되어야만 비로소 배터지게 송편과 떡국까지 맘 놓고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누차 강조했듯 본(本) 필자 또한 가난이 원수로 작용한 까닭에 중학교라곤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다. 뒤늦게 깨닫고 치열한 독서와 독학 끝에 지천명의 나이에 3년 과정의 사이버대학에 들어갔지만. 덕분에 배운다는 게 얼마나 황홀하고 행복한지 비로소 절감했다.

[권분한 할머니 "나이 구십에 글자 배우니 분한 마음 몽땅 사라져요"] 8월 24일자 한국일보에 실린 뉴스다.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한글을 깨친 만학도 할머니가 전국 시화전에서 최우수상을 받는다는 보도였다.

= "교육부 산하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개최한 '제8회 전국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내 이름은 분한이'를 제출한 권분한(88) 할머니가 최우수상에 선정됐다.(중략) 20일 경북 안동시 일직면 자택에서 만난 권 할머니는 "나이 구십이 다 되도록 상은 처음"이라며 얼떨떨해했다.

"어머니께서 딸만 셋을 낳아 분하다고 해서 막내인 내 이름을 분한으로 지어줬다"는 권 할머니는 "평생 내가 가장 분했던 것은 글을 모르고 살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중략)

권분한 할머니는 열 살이 조금 넘어 학교에 갔는데 나이가 많다고 받아주지 않았다. "또래들보다 나이가 몇 살 많다고 받아주지 않는 바람에 집에 돌아와 엉엉 울었다"는 할머니는 그 후 80년에 가까운 세월을 자신의 이름 석 자도 쓰지 못하고 살아온 것이다.(중략)

권 할머니가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2년여 전인 2017년 4월 마을 경로당에서 열린 안동시 한글배달교실에서다. 그는 "처음 책을 받아 들고 폈을 때 날아갈 듯 좋았다"며 "글자를 배우면 모르는 것도 없어질 것이라는 기대로 설렜다"고 말했다. 그는 그 후로 지금까지 2년여 동안 결석 한 번 하지 않았다.(후략)" =

[제2회 대전광역시 문해 한마당]을 취재하면서 문해(文解), 즉 '글을 읽고 이해함'을 몰랐다면 과연 나의 삶은 어땠을까를 새삼 곱씹어봤다. 그랬더라면 지금의 기자 활동과 두 권의 저서를 발간한 작가의 꿈 또한 뜬구름이자 포말(泡沫)로 사라졌을 게 분명하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글을 모르는 비문해자(非文解者)들이 무려 300만 명에 이른다. 대전에도 12만 여 명의 비문해자들이 있다고 한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에 숨어있는 비문해 학습자들이 세상과 소통하고, 내일을 열어가며, 새로운 삶을 만날 수 있도록 해주는 [대전광역시 문해 한마당] 같은 어떤 잔치는 적극 장려하고 지원해야 마땅한 다다익선(多多益善)의 총합(總合)이 아닐까 싶었다.

앞으로도 적지 않은 비문해자들이 뜨거운 열정과 희망을 잃지 않고 배움(學)을 통해 소중한 꿈을 꼭 이루시길 응원한다. 당연한 결론이겠지만 배워야 이긴다. 그래야 온당한 내 목소리까지 마음대로 낼 수 있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홍경석-작가-최종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도마 퀸’ 여서정, 금빛 질주 이어간다.
  2. 부산 영도 아이들이 고른 53곳, 한 장의 지도로
  3. 세종 행정수도특별법, 9월 논의 불발… 국감 이후 격랑 속으로
  4. 대전시 트램 공사에 버스전용차로 축소 대책마련 시급
  5. 국군의날 기념행사를 '국민과 함께' 원년되나
  1. 서산해미읍성, 600년 시간의 문 활짝, "서산의 맛과 사람들 한자리에"
  2. 제8대 세종경찰청장에 김보준 안보수사심의관 임명... 경찰청 경무관 인사 단행
  3. 전기연 원장에 강상희교수·원자력연 원장에 정우식 교수 선임
  4. 대전 옛 대덕경찰서에 ‘육군 AX 거점’ 10월 문 연다
  5. 예산장터 삼국축제 10주년…'린' 소주 20만 병에 축제 홍보

헤드라인 뉴스


[르포] "이게 선사시대 움집?"…둔산선사유적지 곳곳 `허술한 보존`

[르포] "이게 선사시대 움집?"…둔산선사유적지 곳곳 '허술한 보존'

29일 대전 서구 월평동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둔산선사유적지.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시민들은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여느 도심 공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유적지를 들여다보니 곳곳에서 어색한 장면이 눈에 띄었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청동기시대 집터를 재현한 움집 세 채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자 선사시대 움집 재현은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움집 외벽은 짚이나 갈대로 덮여 있었지만, 지붕에는 인조 볏짚 형태의 합성소재가 덧씌워져 있었고 군데군데 파란..

초고령화로 농협 조합원 10명 중 8명은 60세 이상… `기반 흔들`
초고령화로 농협 조합원 10명 중 8명은 60세 이상… '기반 흔들'

초고령화에 따라 농업협동조합 조합원 10명 중 8명은 6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신규 가입 조합원 역시 40대 미만은 7%대에 불과해 농협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충남 홍성·예산)이 농협중앙회의 조합원 현황을 분석해 30일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8월 기준 농협 조합원은 모두 202만 8464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208만 7359명에서 2022년 207만 6055명, 2023년 206만 3765명, 2024년 204만 6229명, 2025년 202만 7481명으..

공주시 제72회 백제문화제 10월 3일 개막... 웅진백제 역사·예술의 진수를 만난다
공주시 제72회 백제문화제 10월 3일 개막... 웅진백제 역사·예술의 진수를 만난다

제72회 백제문화제가 오는 10월 3일 개막하는 가운데 웅진백제의 역사와 예술을 결합한 대표 프로그램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30일 공주시에 따르면 올해 백제문화제는 웅진백제의 핵심 유물인 '청동거울'과 무령왕비 서거 1,50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담은 공연과 퍼레이드 등을 선보인다. 대표 공연인 '웅진판타지아'는 10월 4~5일과 7~10일 오후 9시 금강신관공원 주무대에서 모두 6차례 열린다. '청동거울에 비친, 찬란한 백제'를 주제로 대형 LED와 특수효과를 활용한 무대에 전문 무용수 등 40여 명이 출연한다. 공연은 잠들어 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나이는 숫자일 뿐’ ‘나이는 숫자일 뿐’

  • ‘개점휴업 언제까지’…구민들 의회 정상화 촉구 ‘개점휴업 언제까지’…구민들 의회 정상화 촉구

  •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 ‘다시, 집으로’ ‘다시,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