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증언은 어떻게 쿠테타 당하고 매장되는가… '까판의 문법 '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증언은 어떻게 쿠테타 당하고 매장되는가… '까판의 문법 '

조정환 지음│갈무리

  • 승인 2020-03-12 18:34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까판의문법
 갈무리 제공
까판의 문법

조정환 지음│갈무리





2009년 3월 7일 신인배우 장자연은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라는 구절이 포함된 문건(증언조서)과 리스트(증언리스트)를 남긴 지 일주일 만에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됐다. 윤지오는 신인배우 장자연의 후배이자 동료 배우였다. 윤지오는 장자연의 고통 및 죽음과 관련해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2018년까지 13번에 걸쳐 증언했다. 2018년에는 귀국해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세 차례 더 증언했다. 총 23만 5796명의 시민들이 국민청원을 통해 "고 장자연의 한맺힌 죽음의 진실을 밝혀 달라"며 장자연 사건의 진상규명을 국가에 요청했다. 국민의 청원은 검찰 과거사위원회와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의 결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2019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지 5년이 되는 날, '증언선 윤지오호'의 침몰이 시작됐다. 그의 말이 100% 진실은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고 '장자연 리스트는 없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를 사기죄로 고소고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책 『까판의 문법』과 이와 동시에 출간하는 『증언혐오』는 윤지오를 둘러싼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저자가 기울인 1년여에 걸친 집중적인 연구의 결실이다. 두 책은 하나의 사건이 가진 두 얼굴을 보여준다.

『증언혐오』는 사람들을 위한 증언자의 증언증여와 증언자를 위한 후원자의 화폐증여에 의해 형성된 진실 공통장을 중심에 놓고 이에 대한 혐오의 경향이 변호사, 기자, 작가 등의 전문가 집단과 SNS 등에서 발생하는 모습을 그렸다.

『까판의 문법』은 공통장에 대한 반동으로 형성된 이 반공통장, 즉 까판의 논리가 사회 전체의 주류 담론으로 발전하면서 공통장을 와해시키는 과정과 이 과정에서 사용된 여러 유형의 테크놀로지를 분석한다.

책의 1부에서 저자는 이러한 윤지오의 증언을 해체하려는 가짜증언, 즉 '대안증언 쿠데타'를 다룬다. 증언자의 증언 신빙성을 추락시키고 가짜증언이 진짜증언을 내몬 후 그 자리를 차지하는, 증언 쿠데타로 나타난 증언 까판을 분석한다.

2부에서 저자는 가짜증언을 통해 윤지오의 증언 신빙성을 실추시킨 후 뉴미디어 까계정들과 전통미디어 까계정들이 증언자의 사생활, 인성, 학력 등을 공격해 증언자로부터 증언 자격을 박탈하는 증언자 죽이기의 과정을 그린다. 이 증언자 죽이기는 증언자를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냉정하고 잔인한 언어행위(포스팅, 피드, 기사, 방송)와 증언자를 나포해 격리하려는 법률적 절차들을 포함한다.

저자는 인격 말살에서 사법적 배제에 이르는 이 전 사회화된 까판의 논리가 결국 증언자를 사기꾼으로 낙인찍고 체포영장 발부, 여권 무효화 조치, 적색수배로 이어진 사법적 배제를 가져왔다고 분석한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도 위 위협받는 보행자… 충남 보행자 안전대책 '미흡'
  2. 대전 교육공무직 파업에 공립유치원 현장도 업무공백 어려움
  3. [인터뷰]"지역사회 상처 보듬은 대전성모병원, 건강한 영향력을 온누리에"
  4. [춘하추동]한 해를 보내며
  5. 충남경제진흥원, 부패방지경영시스템 인증 획득
  1.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2. 충남교육청 2025 학교체육 활성화 유공자 시상식 개최
  3. 충남도 '2025 대한민국 지방재정대상' 국무총리상 수상
  4. 충남도, 도비도·난지도 개발 위한 행정 지원체계 본격 가동
  5. 고속도로서 택시기사 폭행 KAIST교수, 항소심서 벌금형

헤드라인 뉴스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9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9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대전 충남 의원들이 18일 전격 회동, 두 시도 통합을 위한 로드맵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서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을 위한 맞춤형 처방전으로 대전 충남 통합을 애드벌룬 띄우는 것이다. 그동안 국민의힘 주도로 이 사안을 주도해 왔다면 이제는 정부 여당 까지 논의가 확장하는 것인 내년 지방선거 전 통합을 위한 초당적 합의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17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국회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갖는다...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이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글로벌 AX(인공지능 전환) 혁신도시'로 거듭난다. 대전시와 한남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KT, 비케이비에너지(주), ㈜엠아르오디펜스는 17일 '한남대 AX 클러스터 및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연구기관과 AI 전문기업을 지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거점센터는 한남대 캠퍼스 부지 7457㎡ 규모에 2028년까지 건립될 예정이다. 이날 협약식에..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