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지독하리만큼 생생한, 오웰의 작품과 생의 냄새… '오웰의 코'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지독하리만큼 생생한, 오웰의 작품과 생의 냄새… '오웰의 코'

존 서덜랜드 지음│차은정 옮김│민음사

  • 승인 2020-03-25 17:30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오웰의코
 민음사 제공
오웰의 코

존 서덜랜드 지음│차은정 옮김│민음사



조지오웰의 『1984』는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가 4월 추위를 피해 빅토리 맨션의 유리문을 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건물로 들어서자 그를 반기는 것은 "삶은 양배추와 오래된 누더기 발판 냄새"다. 원기를 회복하려고 한 잔 따른 빅토리 진은 "중국 쌀 증류주같이 역겹고 느글거리는 냄새"를 풍긴다. 담배 한 대를 피운 스미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파슨스의 아파트로 호출되는데, 여기에는 "삶은 양배추 냄새"보다 지독한 이웃의 땀냄새가 기다리고 있다.

2012년 건초열을 앓고 후각을 잃은 문학 평론가 서덜랜드는 오웰의 소설을 읽으며 감탄한다. 몇 시간 전에 자리를 비운 누군가의 땀냄새를 저토록 민감하게 맡을 수 있다니, 그런 인물을 창조하고 묘사해 내다니. 서덜랜드는 오웰의 글에서 지독하리만치 생생한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윽고 그는 편집증적인 성실성으로, 본인의 무기인 문학 비평을 통해 한 사람의 생의 냄새를 맡는다. 그 결과물이 『오웰의 코』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서덜랜드는 오웰의 문학과 산문 곳곳에서 버마의 티크, 영국 목초지, 여러 빈곤의 냄새, 죽어 가는 인류의 분위기, 타자기와 덜 마른 잉크 냄새를 찾아내어 알려 준다. 『오웰의 코』에는 조지 오웰의 삶을 다룬 본문 외에도 『목사의 딸』과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의 냄새 서술을 자세히 설명한 문학 비평이 실려 있다. 특히 "하류층 사람들은 냄새가 난다"라는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의 상징적인 문장은 오웰의 정신세계를 여는 열쇠가 된다.

아름답지 않은 것을 아름답지 않은 그대로 써 내린 오웰을 상기해 본다면, 악취를 포함한 냄새를 포착하고 주목하는 독파는 오웰을 읽는 가장 알맞은 태도일 것이다. 조지 오웰의 삶과 작품에 서린 독특한 냄새의 흔적을 따라가는 이 여정에서, 우리는 냄새나는 시대를 외면하지 않은 한 소설가의 깨끗한 의지를 발견하게 된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박찬우 천안시장 후보, 북면 오이 농가 방문...생생한 현장의 목소리 청취
  2. 임전수가 바꿀 2030년 세종교육… 현안 인식서 본다
  3. '아산 성웅 이순신 축제', '보는 축제' 에서 '머무는 축제'로
  4. 천안법원, 수백억원 가로챈 아쉬세븐 아산지사장 등 일당 징역형
  5. 충남교육청평생교육원, 문해교육 학습장 대상 현장체험학습 실시
  1. 아산시, 1회용품 줄이기 박차
  2. 아산시, 영인산 '산불진화임도 조성사업' 착공
  3. 아산시가족센터, '줍깅' 봉사활동
  4. 선문대,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동행 순찰' 펼쳐
  5. 아산시사회복지사협, 사회복지종사자 처우개선 정책제안서 전달

헤드라인 뉴스


금강벨트 시도지사 선거 범친명 vs 찐보수 대결 구도

금강벨트 시도지사 선거 범친명 vs 찐보수 대결 구도

6·3 지방선거 여야 최대격전지 금강벨트 광역단체장 선거 대진표가 완성단계에 있는 가운데 집권여당 범 친명(친이재명)계와 제1야당 강경 보수파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이런 구도는 더불어민주당 국정안정 국민의힘 정권견제 이번 선거 프레임과도 일맥상통한다는 평가인데 충청 민심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 주목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충청권 광역단체장 4개 선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곳은 국힘 충북지사가 유일하다. 국힘 충북지사 후보는 1차 경선을 통과한 윤갑근 변호사와 현역 김영환 지사 간 맞대결로 결정된다..

정부 메가특구 구상에 과학도시 대전 기대감 커져
정부 메가특구 구상에 과학도시 대전 기대감 커져

정부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메가특구' 구상을 밝히면서 과학도시 대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도 경계를 뛰어넘어 산업별로 특구를 재편해 재정과 금융, 세제, 인재 등 7개 분야에 대해 파격적인 패키지 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다. 대전시는 우주항공, 바이오헬스, 나노·반도체, 국방, 양자, 로봇·드론 등 6대 전략산업 분야에서 향후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정부는 가칭 '메가특구특별법'을 국회와 협의를 통해 올해 안으로 제정하고, 법 제정 이후 메가특구 지정을 신속하게 추진할 예정이다. 15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돌아온 늑구에 쏠린 관심… 기대와 우려 속 숙제는 가득
돌아온 늑구에 쏠린 관심… 기대와 우려 속 숙제는 가득

대전오월드에서 탈출했던 늑대 '늑구'가 9일 만에 생포되면서 무사 귀환에 대한 안도감과 함께, 이번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동물원 시설·운영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철저히 짚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전국적 관심을 모은 늑구가 향후 오월드의 새로운 상징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지만, 섣부른 재개장보다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 먼저라는 지적 역시 적지 않다. 대전시와 수색 당국에 따르면 17일 늑구는 오전 0시 44분께 대전 중구 안영IC 인근에서 최종 포획됐다. 앞서 시민 제보를 토대로 인근 드론 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늑구’의 인기에 대전오월드 재개장에도 관심 ‘늑구’의 인기에 대전오월드 재개장에도 관심

  • 2026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성료…휴머노이드 로봇 ‘눈길’ 2026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성료…휴머노이드 로봇 ‘눈길’

  • 늑구 탈출 관련해 사과하는 정국영 대전도시공사 사장 늑구 탈출 관련해 사과하는 정국영 대전도시공사 사장

  • 열흘 만에 돌아온 ‘늑구’ 브리핑 열흘 만에 돌아온 ‘늑구’ 브리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