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사용하는 우리말 속에 담긴 유래와 의미를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의 도움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송백헌 교수가 최근 출간한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매주 1회 금요일에 게재되는 이 코너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하기야 우리말에 날씬한 사람의 몸매를 일컬어 ‘물찬 제비’같다는 속담이 있으니 일반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의 속 사연은 천만 뜻밖에도 우리의 옛 창(唱), 노래에서 나왔음에랴!
우리의 창에는 서서 노래를 부르는 여인이 있고 그 옆이나 뒤에 앉아서 “좋지, 좋다”하고 추임새를 매기면서 북이나 장고를 치는 북잽이(장고잽이) 즉 고수(鼓手)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창을 하는 여인이 아무리 노래를 잘 부르려 하여도 고수 즉 장고잽이가 박자를 잘못 맞추어 준다고 한다면 그 노래는 이내 엉망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창을 하는 여인은 그 장고잽이의 비위를 최대한으로 맞추어 주어야하고 또 그가 하자는대로 하여야만된다.
이러한 연유로 하여 여인을 마음대로 유혹하고 조종하는 장고잽이의 ‘잽이’가 변하여 ‘제비’가 되었음이 훨씬 설득력을 지닌다. 따라서 이 ‘잽이’는 조선조판 PD인 셈이다.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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