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불한당은 ‘땀을 흘리지 않는 무리’

  • 문화
  • 송교수의 우리말 이야기

[우리말]불한당은 ‘땀을 흘리지 않는 무리’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 10.불한당(不汗黨)

  • 승인 2011-12-15 18:02
무심코 사용하는 우리말 속에 담긴 유래와 의미를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의 도움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송백헌 교수가 최근 출간한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매주 1회 금요일에 게재되는 이 코너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예부터 성격이 포악하고 행동이 거칠며 배짱이 두둑한 사람들이 떼를 지어 돌아다니며 행패를 부리고 재물 등을 강탈하는 불량배나 강도를 일컬어 불한당(不汗黨)이라 했다.

이 불한당을 글자 뜻대로 새기면 ‘땀이 나지 않는 무리'가 된다.

그렇다면 땀이 나지 않는 무리인 불한당과 불량배나 강도와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여기에 관련된 설화가 충청도에 전해온다.

옛날 공주고을에 성격이 매우 거칠고 남의 집 재산을 강제로 빼앗는 등 못된 짓만 골라서 하는 불량배 일당이 있었다. 고을 백성들은 그들로부터 괴로움을 당하더라도 그들의 횡포와 보복이 두려워 감히 관가에 고발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지내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해 담력이 세고 사리판단이 분명한 원님이 그 고을에 새로 부임해와서 민의를 살펴보니 백성들이 이들 못된 일당들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원님은 즉시 포교들을 풀어 이들을 관가에 잡아들이도록 하였다. 여느 백성 같으면 아무 죄가 없어도 관가에 불려오기만 하면 무서워서 등골에 땀이 비오듯 흘러내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불려온 이들 일당은 포박을 지어 관가에 끌려와서 조차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도 없이 태연하게 행동을 할 뿐 아니라 아무리 심한 고문을 가해도 기색도 끄떡 않고 땀 한방울도 흘리지 않으며 심지어 말대꾸까지 하였다.

보통 사람 같으면 진땀이 날 처지임에도 이처럼 태연하게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말대꾸를 하는 무리를 본 원님도 혀를 휘두르며 “이놈들은 심한 고문을 받는 등 아무리 어렵고 무서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땀 한방울 흘리지 않으니 과시 불한당(不汗黨 : 땀을 흘리지 않는 무리)이로구나!” 라고 하였다.

또한 이와 유사한 말로 날불한당이면 불한당이라는 말이 있는데 경위와 도리를 분별할 줄 알면서도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한편 북한에서는 날불한당을 생불한당이라고 한다.

이때부터 이처럼 거친 성격을 가지고 못된 일만 골라서 하는 일당을 일컬어 불한당이라 하였다고 전한다.(충청도 전래설화)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랭킹뉴스

  1. 세종시 '도심 캠핑' 인프라...2024년 한층 나아진다
  2. [독자칼럼]국가 유산청 출범을 축하 한다.
  3. 월드비전 위기아동지원사업 전문 자문위원 위촉
  4. [인사]대전 MBC
  5. 2024 금산무예올림피아드 임원 출정식
  1. 대전 카이스트 실험실서 화재…인명피해 없어
  2. [인터뷰]91세 원로 시인 최원규 충남대 명예교수
  3. 연이은 직장 내 괴롭힘 논란에 한국가스기술공사 근절 대책 밝혀
  4. 대전서부경찰서, 여름철 자연재난대비 대책회의
  5. 산내종합사회복지관과 월드비전 대전세종충남사업본부 협약

헤드라인 뉴스


세종시 `도심 캠핑` 인프라...올해 한층 나아진다

세종시 '도심 캠핑' 인프라...올해 한층 나아진다

세종시 '도심 캠핑' 인프라가 2024년 한층 나아진 여건에 놓일 전망이다. 2023년 홍수 피해를 입은 세종동(S-1생활권) 합강캠핑장의 재개장 시기가 6월에서 10월로 연기된 건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호수공원과 중앙공원을 중심으로 '상설 피크닉장'이 설치되는 건 고무적이다. 17일 세종시 및 세종시설공단(이사장 조소연)에 따르면 합강캠핑장 복구 사업은 국비 27억여 원을 토대로 진행 중이고, 다가오는 장마철 등 미래 변수를 감안한 시설 재배치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하천 점용허가가 4월 18일에야 승인되면서, 재개장 일..

[WHY이슈현장] `충청의 5·18`, 민주화 향한 땀방울 진상규명은 진행형
[WHY이슈현장] '충청의 5·18', 민주화 향한 땀방울 진상규명은 진행형

5·18민주화운동을 맞는 마흔 네 번째 봄이 돌아왔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온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5·18민주화운동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1980년 5월 민주화 요구는 광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뜨거운 열기로 분출되었는데, 대전에서는 그동안 교내에서 머물던 '계엄령 해제'와 '민주주의 수호' 시위가 학교 밖으로 물결쳐 대전역까지 진출하는 역사를 만들었다. 광주 밖 5·18, 그중에서 대전과 충남 학생들을 주축으로 이뤄진 민주화 물결을 다시 소환한다. <편집자 주> 1980년 군사독재에 반대하며 전개된 5·18민주화..

`27년만의 의대증원` 예정대로… 지역대 이달말 정원 확정
'27년만의 의대증원' 예정대로… 지역대 이달말 정원 확정

법원이 의대증원 처분을 멈춰달라는 의대생·교수·전공의·수험생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 배상원 최다은 부장판사)는 의대교수·전공의·수험생 등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에서 1심과 같이 '각하'(소송 요건 되지 않음)했다. 다만 의대생들의 경우 "집행정지를 인용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기각(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음) 했다. 법원 판단에 따라 의료계가 재항고할 것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무성하게 자란 잡초에 공원 이용객 불편 무성하게 자란 잡초에 공원 이용객 불편

  • 대전 발전 위해 손 잡은 이장우 시장과 국회의원 당선인들 대전 발전 위해 손 잡은 이장우 시장과 국회의원 당선인들

  • 의정활동 체험하는 청소년 의원들 의정활동 체험하는 청소년 의원들

  • 불기 2568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관불의식 하는 신도들 불기 2568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관불의식 하는 신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