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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모 문학전에서의 수상자 자격으로 중국여행을 하게 되었다. 인천공항을 이륙하여 일정의 첫 코스인 항주와 소주에 이어 상해와 북경도 두루 구경했다.
항주(抗州)의 서호(西湖)에선 중국의 전설적인 미인이라는 ‘서시(西施)’의 숨결을 음미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죽은 지가 하도 오래된 까닭에 그녀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앙칼짐을 보였다. 하긴 뭐 장미도 가시가 있는 바람에 더욱 더 만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거 아닐까?
이런 측면에서라도 모름지기 미녀라고 한다면 그 정도의 도도함 정도야 이해해야지 뭐. 더욱이 ‘세기의 미녀’라고 소문이 자자한 서시라고 한다면야. 참고로 ‘서시’는 중국 춘추시대 월국(越國)의 여자이며 중국의 4대 미녀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부차(夫差)에게 접근하여 오나라를 멸망하게 만들었다던가? 따라서 경국지색(傾國之色)을 논하자면 그녀가 등장해야 옳다는 논리까지 통용되는 셈이다. 소주에 이어 상해로 이동해서는 과거 김구 선생님께서 항일운동을 펼치셨던 임시정부청사에도 들러 애국심을 더욱 키웠다.
끝으로 북경의 천안문과 자금성, 그리고 만리장성과 용경협도 잘 보았다. 중국에서의 5박은 늘 호텔에서 했고 식사는 주로 중국에서 일류급의 식당에서 했다. 그러나 기름기가 많은 느끼한 중국의 음식은 나에겐 맞지 않아 크게 불편했다.
또한 중국인들의 거개가 관광지가 아닌 일상에서도 식힌 찻물 내지는 생수를 들고 다니는 모습에서 중국의 수질이 그 얼마나 나쁜지를 여실히 천착하게 되었다. 중국인들은 또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침에 직장과 삶의 현장으로 출근할 때 세수조차도 안 했는지 머리가 헝클어져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그 같은 현상에 대하여 현지 가이드는 중국인들은 본시 몸을 자주 씻고 닦으면 복(福)이 달아난다는 사관을 지니고 있는 까닭으로 그처럼 잘 안 씻는 사람도 있다고 알려줬다. 아무튼 나는 예나 지금 역시도 자타공인의 딸바보다. 지난달에 결혼식을 올린 딸이 그제 사위와 함께 집에 왔다.
나는 근무라서 얼굴을 볼 수는 없었으나 딸은 제 엄마와 오빠도 같이 한 점심식사 자리에서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주었다. 한데 어찌나 곱고 예쁘던지 그만 단숨에 매료되고 말았다. ‘내 딸은 가히 수월폐화(羞月閉花)로다~!’
‘수월폐화’는 둥근 달도 부끄러워하고 아름다운 꽃조차도 오므린다는 뜻으로, 절세미인(絶世美人)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세상 그 어떤 아빠도 예쁜 딸 앞에선 사랑의 속수무책이 되기 마련이다. 또한 자신의 딸만이 ‘수월폐화’처럼 세상에서 가장 곱게 보인다.
효도라는 건 별 거 없다. 초심의 견지로 백년해로하는 게 바로 효도다. 사랑하는 딸이 늘 행복하기만을 소망한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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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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