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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티 이미지 뱅크 |
“아, 쌌네.” “앗싸 쓰리고~” 아침 댓바람부터 아내는 스마트 폰(인터넷) 고스톱 삼매경에 빠져들고 있었다. 참다못해(?) 시망스럽게 잔소리를 했다.
“오늘도 식전부터 고스톱 치는 겨? 안 되겠네. 00아빠에게 신고할 텨.” 여기서 말한 00아빠는 지인이자 현직 경찰관이다. 그처럼 짓궂은 농담을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여전히 스마트 폰에서 손을 놓지 못 하고 있었다.
얼마나 고스톱이 좋았으면 스마트 폰이 반지랍기(注: 반지랍다 = 기름기나 물기 따위가 묻어서 윤이 나고 매끄럽다)까지 할까. 나의 잔소리는 계속되었다. “고스톱도 좋지만 일 나가는 남편 밥상은 차려주는 게 아내의 예의 아닌가? 내가 손수 차려먹어?”
그제야 허겁지겁 주방으로 뛰쳐나오는 아내였다. 아침 일찍부터 아내를 면박 주었지만 사실 그건 나의 본심이 아니었다. 나는 되레 아내의 그런 모습이 재미있고 또한 흐뭇하기까지 한 때문이다.
그럼 왜 짐짓 어험스럽기까지 한 내가 아내의 그런 ‘경거망동’을 묵인하는 것일까? 더불어 심지어는 방조하기까지 하는 것인지를 소상히 밝힐 참이다. 먼저 아내는 경제적 허릅숭이인 나로 말미암아 그야말로 골병이 든 아낙이다.
두 아이를 대학까지 보내는 데 있어 일등공신은 단연 아내였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백화점에 나가 돈을 번 아내가 아니었다면 참 많이 힘들고 빚도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했을 것이 틀림없다.
헌데 그렇게 오랫동안 몸을 혹사하고, 아울러 하루 종일 서서 근무해야 되는 백화점의 특성 상 아내는 시나브로 몸이 고장 나기 시작했다. 재작년엔 그래서 허리에 이어 어깨수술까지 받았다.
수술 후 가까스로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아내가 얼마나 보기 미안하고 슬펐던지 한참을 울었다. ‘여보, 정말 미안해! 앞으론 내가 더 벌 테니까 당신은 집에서 살림만 해.’
몇 달 동안이나 내가 손수 밥을 짓고 빨래까지 도맡아 했다. 천만다행으로 아내는 서서히 건강을 되찾았다. 이는 내가 아내를 의식하여 쉬는 날엔 가급적 외식을 했고 고기를 주로 사서 먹인 덕분이기도 했다.
평소 술을 좋아하는 나에 반해 아내는 취미조차 없는 사람이었다. 또한 그동안엔 이른바 2G폰을 써왔기에 인터넷으로 연동되는 스마트 폰도 없이 살아왔다. 그러다 지난 연초에 아들이 스마트 폰을 사주었고 더불어 “엄마도 취미생활을 하시라”며 고스톱 게임 앱까지 깔아주었다.
덕분에 아내는 내가 야근을 하느라 집을 비운 때도 고스톱에 빠져 사는 중이다. 이는 또한 긍정적 효과까지 불러왔는데 그건 바로 고스톱 게임을 몰랐을 적엔 사로잠에 잠도 제대로 못 잤던 아내가 이젠 ‘아니올씨다’가 된 때문이다.
어쨌든 고스톱에 미친(?) 아내와 사는 술꾼 남편이고 보니 이를 사자성어로 풀어내자면 아마도 ‘고처주부(go妻酒夫)’가 아닐까. (^^)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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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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