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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티 이미지 뱅크 |
서울 강남의 유명 고급 아파트 입주자 대표가 관리소장에게 “종놈이 감히...”라며 최악의 갑질을 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사건은 지하주차장 전등을 LED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주민회장이 주도한 업체 선정이 투명하지 않다며 입주자들이 반발한 것이 발단이 됐다고 한다.
회장과 입주민들의 다툼이 커지자 관리소장이 개입해 절차상 계약서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나. 이러한 관리소장의 개입에 주민회장은 종놈 운운하며 “월급 받는 놈들이 주인이 시키는데, 가타부타...” 말이 많다며 윽박지르는 등 인격까지 무시하는 작태를 연발했다는 것이다.
뉴스를 접하는 순간, 재작년에 발생한 강남 아파트 경비원 분신 사건이 떠올랐다. 다 아는 바와 같이 그 사건 또한 입주민이 주는 모멸감에 못 이겨 그만 경비원이 결국 분신자살을 한 참극이었다.
아울러 지금도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는 일부 소위 ‘가진 자’들의 안하무인(眼下無人)과 경거망동(輕擧妄動)은 대체 그 종착역이 어딜까 싶어 분노의 반감 물살이 여울목처럼 흘렀다. 유명 고급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 쯤 된다면 필시 방귀깨나 뀔 정도로 재력까지 있을 것임은 상식일 터.
헌데 그가 말했다는 ‘종놈’은 무얼 뜻하는 걸까. 이는 ‘사내종’을 비속하게 이르는 말이다. ‘종’은 또한 예전에, 남의 집에 딸려 천한 일을 하던 사람을 뜻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대한민국이지 노비(奴婢)까지 두었던 조선시대가 아니다.
따라서 그처럼 경도된 마인드를 지니고 있는 사람은 또 다른 ‘오너리스크’이자 그릇된 갑질에 다름 아니라고 보아졌다. 오너리스크(owner risk)는 대주주(지배주주)와 관련된 사건이나 대주주의 독단적 경영이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치는 것을 말한다.
즉 오너가 잘못했을 때 기업에 끼칠 수 있는 리스크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뜻한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소위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모 항공사다. 라면이 제대로 익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공기 내에서 승무원을 때리는 등 또 다른 갑질을 했던 이른바 ‘라면 상무’ 사건의 장본인은 회사의 해고에 불복하는 소송을 냈지만 결국 패소했다.
잘 나가던 모 화장품 회사의 회장은 외국에서의 100억대 상습도박과 ‘전관 로비'의 중심인물이 되면서 명망이 높았던 변호사들(그들 중 일부 역시 과도한 수임료로 말미암아 세인들의 지탄의 대상으로까지 떠올랐다)까지 물귀신으로 ‘끌어들여’ 같이 망하는 길을 택했다.
설상가상 그 바람에 그 회사의 장외 주가는 곤두박질쳤으며 가맹점주들의 매출 급락 등 제2 제3의 피해속출 역시 오너리스크의 위력이 아닐 수 없다 하겠다. 오너리스크는 비단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떤 식품회사 전 회장은 운전기사를 때려 소비자 불매운동을 자초했으며 피자 회사 회장은 자신이 건물 안에 있는데 문을 닫았다는 이유로 경비원을 망신 주는 등 이루 다 열거할 수조차 없을 지경이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동방예의지국(東邦禮義之國)으로 소문이 짜했다. 오죽했으면 중국의 지성인들조차도 자신의 평생소원이 뗏목이라도 타고 조선에 가서 예의를 배우는 것이라고 했을까. 그런데 지금은 과연 어떠한가.
모 기업의 부회장은 자신의 운전기사를 툭하면 폭행했는가 하면 급기야 대그룹의 명예회장은 손을 잘못 놀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에까지 이르렀다. 인지상정이겠지만 부모의 행실이 그릇되면 애먼 자녀가 욕을 먹는 게 이치다.
오너리스크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완 사뭇 달라 지금의 국민과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파렴치한 영국기업 옥시 제품의 들불 같은 불매운동에서도 보았듯 오너가 방종하고 지닌 재물에 편승하여 마치 무소불위(無所不爲)로까지 행동하는 걸 더 이상은 용서치 않는다는 주장이다.
“사람의 성품은 물과 같아서 물이 한번 쏟아지면 다시 담을 수 없다. 그러하듯 성품도 한번 방종해지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 물을 다스리려면 둑을 쌓아야 하고 성품을 다스리려면 반드시 예법을 지켜야 한다.”는 경행록(景行錄)의 잠언이 예사롭지 않은 즈음이다.
가당찮은 무소불위를 보는 세인들의 정서는 공통이다. 그건 바로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것이다. 죽으면 가져가지도 못 할 재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예의를 지키며 주위의 어떤 부정적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으면서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착하고 정정당당하게 가라는 것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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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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