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10. 무가지보(無價之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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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자성어]10. 무가지보(無價之寶)

행복해서 죽는 줄 알았던 그날 단상

  • 승인 2016-06-16 10:10
  • 홍경석홍경석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얼마전 아내와 시장에 다녀오던 중이었다. 동네의 구멍가게서 주인아저씨와 아주머니께서 손자를 안고 계셨다. ‘내리사랑’이랬다고 연신 물고 빠느라 분주한 두 분께 “손자가 참 귀엽네요”라고 말해더니 금세 입이 귀에 가서 붙으셨다.

“몇 살인가요?” “곧 돌잔치 할 거유.” 순간 돌잔치를 하자면 금반지 깨나 받겠구나 싶었다.

아들이 백일 즈음 사기를 당했다. 그래서 아들의 백일잔치는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과 허탈함으로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금반지는 몇 개 들어왔지만 사기당한 데 따른 상쇄의 심정으로 팔아먹고 말았다.(아들아~ 미안하다!!) 네 살 차이인 딸의 백일과 돌잔치 때도 금반지는 들어왔지만 마찬가지로 언제 처분했는지 기억에도 가물가물하다. 이는 그만큼 먹고살기가 아등바등했었다는 방증일 터다.

세월은 성큼성큼 흘러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이 다가왔다. 이미 서울대 합격증까지 받아두고 있었기에 당시 학교에서의 딸의 인기는 그야말로 상종가였다. 이윽고 졸업식 날이 되었다.

연신 호명되어 나가 “00상 수상입니다~”라며 거푸 수상을 하는 딸을 보자니 이 세상을 다 가진 듯 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무려 일곱 번이나 그처럼 상을 받자 졸업식장 안이 술렁거렸다. “아니 쟤는 누군데 자꾸만 얼추 혼자서 상을 다 받는 겨?”

“응, 쟤가 이 학교서 유일무이 서울대에 합격한 애래. 공부도 항상 전교1등이고.” “와~ 그렇다면 저 아이 부모는 얼마나 좋을까?!” 그랬다. 그런 부러움 반 시새움 반을 듣는 나와 아내는 정말이지 행복해서 죽는 줄 알았으니까.

딸은 그날 대상까지 휩쓸면서 금반지 다섯 돈 분량의 메달까지 받았다. 지난 봄 딸이 결혼했다. 같은 서울대 출신의 사위와 부부가 된 것이다. 예식은 둘이 졸업한 서울대 안의 연구공원 웨딩홀에서 치렀다. 많은 하객들도 와 주시어 너무나 감사했다.

고운 면사포를 쓰고 사진을 찍는 딸을 보자니 사랑과 칭찬의 비료로만 기른 딸이 마치 ‘금값’으로 보였다. 예식장에서 찍은 사진은 두 달도 넘어서야 겨우 도착했다. 커다란 액자에 담긴 사진엔 아내와 내가 앉아있고 아들과 딸, 사위는 서서 있는 모습이었다.

그걸 거실에 떡~ 하고 걸어놓으니 집안 분위기가 일순 봄꽃처럼 화사하게 변했다. 액자를 건 뒤 “당신이나 나는 이제 늙어서 금값은커녕 구리반지 값도 안 되겠지만 우리 딸은 여전히 금값이네~”라고 했더니 냉큼 아내의 반격이 이어졌다.

“무슨 소리여? 우리 딸을 겨우 금값에 비유하다니. 우리 딸은 무가지보(無價之寶)라고,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중한 보배란 뜻의.”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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