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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티 이미지 뱅크 |
야근을 마치고 귀가한 지난주의 어느 날. 그날은 쉬는 날이었다. 쉬는 날엔 휴식에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 중이다. 그래야 야근으로 말미암아 잘 수 없기에 누적된 심신의 피로감을 덜 수 있는 때문이다. 한숨 자고 일어난 시간은 평소처럼 오전 11시.
“여보, 해장국 먹으러 갈까?” 끄덕이는 아내의 손을 잡고 단골 해장국집으로 갔다. 잠시 후 펄펄 끓는 선지해장국이 식탁에 올랐다. “소주 한 병 주세요~” 그렇게 맛나게 식사를 하고 있던 중 남루한 복장의 남자 하나가 들어와 바로 내 곁의 빈자리에 앉았다.
“소고기 해장국 하나 주쇼.” 한데 안 씻어서 그런지 그 남자에게선 자꾸만 악취가 풍기는 게 아닌가! 그래서 건성건성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과거에 어머니를 너무 일찍 여의었다. 그래서 유모할머니 손에서 양육되었다.
할머니께서는 너무 가난해서 초가집에서 사셨다. 그에 걸맞게(?) 허름한 이부자리 역시 여기저기 바느질로 누빈 흔적이 역력했다. 냄새 또한 ‘노인스럽게’ 오래도록 빨지 아니한 빨랫감에서 나는 쉰 듯한 냄새인 자릿내가 진동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는 그 냄새가 좋았다. ‘냄새’는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임과 아울러 어떤 사물이나 분위기 따위에서 느껴지는 특이한 성질이나 낌새다. 냄새 얘기가 난 김에 기타의 냄새를 알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싶다.
들깨나 들기름에서 나는 건 ‘들내’다. 머리에서 나는 건 ‘머릿내’다. 고로 머리는 늘 청결하게 잘 감고 볼 일이다. 물에서 나는 비릿한 냄새는 ‘물비린내’이며 쇠붙이에 생긴 녹의 냄새는 ‘녹내’다.
입에서 나는 좋지 않은 냄새는 ‘입내’이며 체질적으로 겨드랑이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는 ‘암내’다. 이는 또한 동물 암컷의 몸에서 나는 냄새임과 동시에 발정기에 수컷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 밖의 냄새엔 고린내와 곰팡내, 구린내와 노린내 외에도 분내와 비린내, 살내와 송진내, 쉰내와 약내, 젖내, 지린내, 탄내, 풋내, 피비린내, 향내, 새물내, 숯내, 좀내, 해감내 등도 있다.
할머니와 같이 덮고 잤던 이부자리의 자릿내는 오토총총(烏兔怱怱)한 50년 세월의 흐름 뒤임에도 여전히 내 기억의 창고에 각인돼 있다. ‘오토총총’은 까마귀와 토끼가 바쁘다는 뜻으로, 세월의 흐름이 빠름을 이르는 말이다.
쭈글쭈글했던 할머니의 젖을 만져야만 비로소 잠을 잘 수 있었던 어렸던 나의 지난날이 ‘오토총총’마저 역류하곤 보름달처럼 환하다. 비록 유모할머니긴 했으되 친할머니 이상으로 나를 사랑으로 길러주신 진정 ‘천사표’ 할머니셨는데…… 할머니~ 보고 싶습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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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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