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11. 오토총총(烏兔怱怱)

  • 문화
  • 인생 사자성어

[인생은 사자성어]11. 오토총총(烏兔怱怱)

  • 승인 2016-06-17 11:15
  • 홍경석홍경석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야근을 마치고 귀가한 지난주의 어느 날. 그날은 쉬는 날이었다. 쉬는 날엔 휴식에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 중이다. 그래야 야근으로 말미암아 잘 수 없기에 누적된 심신의 피로감을 덜 수 있는 때문이다. 한숨 자고 일어난 시간은 평소처럼 오전 11시.

“여보, 해장국 먹으러 갈까?” 끄덕이는 아내의 손을 잡고 단골 해장국집으로 갔다. 잠시 후 펄펄 끓는 선지해장국이 식탁에 올랐다. “소주 한 병 주세요~” 그렇게 맛나게 식사를 하고 있던 중 남루한 복장의 남자 하나가 들어와 바로 내 곁의 빈자리에 앉았다.

“소고기 해장국 하나 주쇼.” 한데 안 씻어서 그런지 그 남자에게선 자꾸만 악취가 풍기는 게 아닌가! 그래서 건성건성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과거에 어머니를 너무 일찍 여의었다. 그래서 유모할머니 손에서 양육되었다.

할머니께서는 너무 가난해서 초가집에서 사셨다. 그에 걸맞게(?) 허름한 이부자리 역시 여기저기 바느질로 누빈 흔적이 역력했다. 냄새 또한 ‘노인스럽게’ 오래도록 빨지 아니한 빨랫감에서 나는 쉰 듯한 냄새인 자릿내가 진동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는 그 냄새가 좋았다. ‘냄새’는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임과 아울러 어떤 사물이나 분위기 따위에서 느껴지는 특이한 성질이나 낌새다. 냄새 얘기가 난 김에 기타의 냄새를 알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싶다.

들깨나 들기름에서 나는 건 ‘들내’다. 머리에서 나는 건 ‘머릿내’다. 고로 머리는 늘 청결하게 잘 감고 볼 일이다. 물에서 나는 비릿한 냄새는 ‘물비린내’이며 쇠붙이에 생긴 녹의 냄새는 ‘녹내’다.

입에서 나는 좋지 않은 냄새는 ‘입내’이며 체질적으로 겨드랑이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는 ‘암내’다. 이는 또한 동물 암컷의 몸에서 나는 냄새임과 동시에 발정기에 수컷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 밖의 냄새엔 고린내와 곰팡내, 구린내와 노린내 외에도 분내와 비린내, 살내와 송진내, 쉰내와 약내, 젖내, 지린내, 탄내, 풋내, 피비린내, 향내, 새물내, 숯내, 좀내, 해감내 등도 있다.

할머니와 같이 덮고 잤던 이부자리의 자릿내는 오토총총(烏兔怱怱)한 50년 세월의 흐름 뒤임에도 여전히 내 기억의 창고에 각인돼 있다. ‘오토총총’은 까마귀와 토끼가 바쁘다는 뜻으로, 세월의 흐름이 빠름을 이르는 말이다.

쭈글쭈글했던 할머니의 젖을 만져야만 비로소 잠을 잘 수 있었던 어렸던 나의 지난날이 ‘오토총총’마저 역류하곤 보름달처럼 환하다. 비록 유모할머니긴 했으되 친할머니 이상으로 나를 사랑으로 길러주신 진정 ‘천사표’ 할머니셨는데…… 할머니~ 보고 싶습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유성복합 개장 이후 서남부터미널 통폐합 '화두'
  2. 수사기관 사칭 보이스피싱, 이번에도 피해자는 모두 20~30대
  3. "의대 가려고 이사 고민"…'지역의사제' 도입에 충청권 전입 늘까
  4. 대전역 물품보관함 돌며 카드·현금 수거… 보이스피싱 수거책 구속
  5. [건양대 글로컬 비전을 말하다] 국방·의료에서 AI까지… 국가전략 거점으로 진화한다
  1. 대전·충남 시도의장 행정통합 관련 기자회견
  2. 대전보훈청-대전운수, 설명절 앞두고 후원금 전달식
  3. 자율주행버스 시범운행
  4. [교단만필] 2026년의 변화 앞에서도 변치 않을 기다림의 하모니
  5. [사이언스칼럼] 지능형 화학의 시대

헤드라인 뉴스


"의대 가려고 이사 고민"…`지역의사제` 도입에 충청권 전입 늘까

"의대 가려고 이사 고민"…'지역의사제' 도입에 충청권 전입 늘까

2027학년도 대입부터 '지역의사제' 전형이 도입되면서 자녀 의대 입시를 위해 이사를 고려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으로의 전입을 택할지 관심이 쏠린다. 지역의사제 지정 지역 일반고등학교 수를 따진 결과, 전국에서 충청권이 세 번째로 많은 데다 타 권역에 비해 고3 300명 이상의 대형 고교도 가장 많기 때문이다. 지역 인구유입과 수도권과의 의료 격차 해소책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반대로 위장전입 등 부작용 우려도 적지 않다. 29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지역의사제 지정 지역 일반고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

대전에 사람이 모여든다... 일류경제도시로 상한가 `대전`
대전에 사람이 모여든다... 일류경제도시로 상한가 '대전'

대전에 사람이 모여들고 있다. 도시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단어는 '사람'이다. 경제와 문화, 생활 등 지역의 미래는 결국 사람이 만들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와 수도권 집중화로 인구소멸을 우려하는 시기에 대전시의 인구 증가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인구감소·지방소멸 현황 및 과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비수도권 지자체의 77%는 현재 지역의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위험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대전시는..

민주당, 정식 명칭은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약칭은 ‘대전특별시’
민주당, 정식 명칭은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약칭은 ‘대전특별시’

더불어민주당이 대전과 충남 통합 특별시 정식 명칭을 ‘충남대전통합특별시’로, 약칭은 ‘대전특별시’로 정했다. 민주당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황명선 상임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특위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명칭과 약칭, 특별법 추진 과정 등 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우선 공식 명칭은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약칭은 대전특별시다. 앞서 28일 민주당 광주와 전남 행정통합 추진 특별위원회도 통합 특별시 명칭을 '전남광주특별시', 약칭을 '광주특별시'로 정한 바 있다. 통합 특별시의 청사와 관련해선, 황명선 상임위원장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자율주행버스 시범운행 자율주행버스 시범운행

  • 대전·충남 시도의장 행정통합 관련 기자회견 대전·충남 시도의장 행정통합 관련 기자회견

  • 대전 서북부 새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개통’ 대전 서북부 새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개통’

  • ‘공정한 선거문화 조성을 위해’ ‘공정한 선거문화 조성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