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12. 계륵풍자(鷄肋諷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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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자성어]12. 계륵풍자(鷄肋諷刺)

68점에게도 우수상을 줄까?

  • 승인 2016-06-18 08:46
  • 홍경석홍경석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이른 장마가 시작된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그에 걸맞게 하늘마저 구름들이 꾸물꾸물했다. 바람까지 선선하여 마치 가을과도 같은 청명함이 볼을 때렸다. 대저 이런 날엔 술 한 잔이 제격이었다. 퇴근길에 맞춰 후배를 호출했다.

“오늘은 닭갈비랑 먹자.” “그러쥬 뭐.” 공주 출신 후배는 20년 이상 돈독한 의리로 맺어온 지기(知己)다. 그 후배랑 춘천닭갈비를 시켜 소주를 들이켰다. 지역마다 소문나고 유명한 음식이 즐비하다.

대전에 ‘두부두루치기’가 우뚝하다면 춘천엔 ‘닭갈비’가 있다. 양념 고추장에 재워 둔 닭갈비를 양배추, 고구마, 당근, 파 등을 얹어 함께 볶은 음식인 닭갈비는 한 끼의 영양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럼 왜 춘천 하면 닭갈비의 ‘메카’로까지 부상했는지를 알고 볼 일이다. 춘천닭갈비는 군사도시인 강원도 춘천의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1960년대 말 선술집 막걸리 판에서 숯불에 굽는 술안주 대용으로 개발되었던 춘천닭갈비는 이후로도 입소문을 타면서 중심가까지 파고들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주머니가 추웠던 군인들조차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만치 값이 착했던 측면 역시 닭갈비가 그 지형을 더욱 넓혔지 않았을까 싶다. 닭갈비는 지금도 그 맛과 양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한데 과거엔 그 가격이 대단히 싸서 70년대 초의 닭갈비 1대 값은 고작 100원이었고, 따라서 별명이 ‘대학생갈비’, 혹은 ‘서민갈비’였다고 하니 칭찬받을 만 하다. 그런데 닭갈비를 먹자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게 계륵(鷄肋)이다.

계륵은 닭의 갈비라는 뜻으로, 그다지 큰 소용은 없으나 버리기에는 아까운 것을 이르는 말이다. ‘계륵’은 또한 <삼국지>의 조조를 떠올리게 한다.

유비는 책사 제갈량의 말을 좇아 촉에 입성해 한중왕까지 오른다. 위나라의 조조는 이를 괘씸히 생각해 유비를 정벌하기 위해 나선다. 하지만 막상 쳐들어는 갔지만 더 진군하기는 애매하고, 그렇다고 회군하자니 자존심은 안 서는 상황에 봉착했다.

고민 중이던 조조에게 한 장수가 그날 밤 사용할 암구호를 물었고 조조는 무심코 ‘계륵’이라고 한다. 이날 암구호가 ‘계륵’이라는 말을 듣고 조조의 책략가 양수는 짐을 꾸렸다.

이를 이상히 여긴 다른 장수들이 왜 그러는지를 묻자 양수는 “계륵은 먹자니 먹을 게 별로 없고 버리기는 아까운 것이죠. 주군의 한중에 대한 심중을 은근히 내비친 것이니 곧 회군하자고 할 것이오”라고 말했다.

조조는 진심이 들킨 것이 부끄럽고 자신의 심중을 너무나도 잘 아는 양수를 두려워해 곧바로 양수를 참수하고 다음날 정말로 회군하여 위나라로 돌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기획재정부는 6월 16일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열어 ‘2015년도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의결했다. 이에 따르면 낙제점인 D, E등급을 받은 기관은 6개나 차지할 정도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은 기관은 한 곳도 없었다고 하여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어쨌든 전체 116개 공공기관 중 성과급을 받는 C등급 이상 기관은 103개로 전년보다 2개 늘었다고 하니 그들 기관은 지금 잔칫집 분위기일 듯 싶다.

주지하듯 공공기관이 받는 급여와 성과급은 모두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것이다. 침몰 일보 직전인 대우조선이 분식회계를 통해 영업이익을 부풀린 것도 모자라 2,000억 원대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고 하여 국민적 비판이 거센 즈음이다.

영업을 못 하면 망하는 게 기업의 순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툭하면 애먼 국민의 세금만 동원하여 공적자금으로 지원하는 악순환의 고리는 대체 언제 끊어질 것인가? 기획재정부의 발표처럼 최고 등급인 S등급을 100점으로 환산할 때, 그렇다면 C등급은 아마도 68점의 성적으로 간주할 수 있으리라.

그래서 말인데 ‘고작’ 68점에게도 학교서 학업우수상(성과급의 비유)을 줄까? 어이없는 정책에 새삼 ‘계륵’과도 같은 공공기관과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이 너무도 많음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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