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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연합 DB |
한동안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에 시달렸다. 만사가 귀찮고 짜증스러웠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해 봐도 자꾸만 악몽이 되살아나면서 숙면을 방해했다.
때문에 심야임에도 도둑고양이처럼 냉장고를 뒤져 소주를 찾아 마셨다. 그랬어도 허탈한 마음의 먹구름을 해소해 주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번아웃 증후군’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다.
이 ‘병’은 포부(抱負) 수준이 지나치게 높고 전력을 다하는 성격의 사람에게서 주로 나타난다고 한다. 여기에 ‘감염’되면 기력이 없고 쇠약해진 느낌이 든다. 쉽게 짜증이 나고 노여움이 솟는가 하면 마치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양 모든 게 허무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러한 증상에 시달린 건 올 봄부터였다. 작년 말에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 생애 최초의 저서를 출간했다. 집필과 수정, 교정 기간까지를 합하면 여덟 달이나 걸린 나름 역작이었다. 때문에 베스트셀러로의 진입은 따 놓은 당상으로 보였다.
하지만 착각엔 커트라인이 없다더니 그 말이 꼭 맞았다. 최선을 경주한 적극적 홍보 등에도 불구하고 이름난 대형서점엔 내 책이 단 한 권도 깔리지 않았다. 고육지책으로 주문을 하여 수십 권을 구매했으나 신명이 날 리 만무였다.
무명작가의 설움을 새삼 곱씹을 수 있었다. 아울러 내 책의 수준이 겨우 선조와명(蟬噪蛙鳴)밖에 안 되는가 싶은 자괴감에 다시금 홧술을 푸기도 일쑤였다. 그 와중에 딸의 혼사가 있었다. 동창과 친구들도 많이 참석해 주어 고마웠다.
더욱이 내 책을 다량구매해서 지인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했다는 친구는 더욱 감사했다. 그랬음에도 번아웃 증후군의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았다. 그처럼 의기소침하고 있을 즈음 <채식주의자>의 작가 한강 씨가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순간, 솔직히 내 일처럼 반가웠다! ‘아~ 이젠 그동안 책을 멀리 했던 우리나라의 독서인구들도 다시금 서점으로 몰리겠구나……’ 그 예상은 적중했다. 뉴스를 접하곤 서점에 가보니 이미 매진되어 책이 안 보였다.
그 책을 오늘 비로소 구입했다. 배우와 가수, 개그맨 등 방송인들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성장한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잘 쓴 작품일지라도 정작 독자가 외면하는 그 작품의 작가는 쉬 번아웃 증후군 수렁에 빠질 개연성까지를 배제할 수 없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그래서 현재의 유명한 연예인과 작가 역시도 대기만성(大器晩成)이란 거친 광야의 외로운 나그네 수순을 거친 것이리라.
“항구에 머무는 배는 안전하다. 그러나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한 윌리엄 셰드의 명언처럼 무명에서 유명작가로 도약하자면 상당기간 고통과 좌절의 풍랑(風浪) 항해까지를 맛보는 것도 실은 어떤 기본옵션이란 생각이다.
그래서 나 또한 더 열심히 집필에 공을 들일 작정이다. 끝으로 작가가 쓴 책의 베스트셀러의 등극 조건은 당연하겠지만 독자들의 전폭적인 관심과 사랑이 그 요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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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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