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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연합 DB |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간 한나절이었다. 대전시 중구 사정공원로에 위치한 <대전오월드>는 구 ‘대전동물원’이다. 폭염이 지독하게 기승을 부리기에 냉커피부터 한 잔씩 마시고 ‘아프리카 사파리’에 들어섰다.
그런데 폭염은 역시나 대단한 위력을 과시했다. 사자에서부터 호랑이에 이르기까지 기진맥진하여 도무지 무기력해 보였다. 무더위가 그처럼 ‘동물의 왕’이라는 사자의 위엄마저 증발케 하는 단초라는 사실의 발견에 아내와 나는 땀을 훔치며 마주보고 웃었다.
육중한 체구의 코끼리는 물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는데 다만 귀여운 원숭이들은 그나마 분주히 뛰어노는 모습이 앙증맞았다. 사파리를 나와선 ‘플라워랜드’로 이동하여 형형색색으로 뽐내는 꽃들의 향연에 파묻혔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분수는 밤에 보면 더욱 신날 듯 보였다. 3시간 동안이나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 “여보, 구경도 잘 했으니 맛난 거 먹으러 갑시다.” 시내로 나와서 한식뷔페를 잘 하는 집에서 식사를 했다.
아내는 다음엔 아들과 딸 내외도 데리고 또 한 번 가자고 했다. 어제 찾은 대전오월드는 얼추 20여 년 만의 재방문이었지 싶다. 그동안 뭐가 그리도 바빴기에 그 같이 오랜 공백을 두었던 것이었을까…….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찾았던 대전동물원에선 미리 준비한 김밥과 음료수 등을 돗자리에 내려놓고 먹고 마시며 휴일의 정취를 흠뻑 느끼곤 했었거늘. 하지만 이후 아이들이 대입과 군 입대, 그리고 취업 등으로 동분서주하였고 부모인 우리 부부 역시 그에 상응한 바라지를 하느라 솔직히 눈코 뜰 새가 없었던 나날이었다.
여하간 참 오랜만에 찾은 대전오월드로의 나들이는 새삼 삶의 질을 고찰하는 계기로까지 작용했다. 진부한 얘기겠지만 사람은 밥만 먹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때론 어제처럼 나들이를 하고 외식도 하면서 분주하게만 살아왔던 주변을 되돌아보는 어떤 지혜도 필요하단 생각이다.
6.10 민주항쟁 참여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민주주의의 달콤한 과실을 먹고 있다는 건 당연한 상식이다. 이에 견주어 첨언코자 하는 게 더 있는데, 그건 바로 유럽의 노동자들이 오늘날 높은 삶의 질을 누리고 있는 건 전적으로 활발한 노동운동 덕분이란 것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뭐 노동운동을 획책하는 것으로도 보일 듯 싶지만 그건 아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그 ‘노동운동’의 개념과 실천은 지금 우리 모두를 지치게 하는 지독한 폭염(暴炎)에서도 어떤 쿠페르니쿠스 적인 발상의 상책(上策)을 찾자는 것이다.
귀가하자 아내는 오이과 얼음을 넣은 오이냉국을 만들어 주었다. 그걸 마신 뒤 선풍기를 틀어놓고 책을 보자니 감미로운 솔바람까지 찾아왔다. 덕분에 밀렸던 잠을 실컷 잘 잘 수 있었다. 그래서 피로까지 말끔히 해소되었음은 물론이다.
사람이 운동을 안 하면 오래 살지 못 한다. ‘노동운동’이든 ‘나들이운동’이든 사람은 자꾸만 움직여야 장수도 하는 법이다. 이런 관점에서라도 <대전오월드>로의 ‘운동’은 폭염을 이겨내는 또 다른 해법의 상책이었다는 생각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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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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