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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연합 DB |
결국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그랬음에도 아내와 나는 마치 죄라도 지은 양 조심스러워 입을 뗄 수 없었다. 우린 함구한 채 내 차에 올랐다. 차는 이윽고 논산의 연무대 초입에 들어섰다.
그제야 겨우 조심스레 입을 뗐다. “우리 뭐라도 먹고 갈까?” 근처의 식당에 들어섰지만 그 어떤 반찬과 밥 또한 입에서 받지 않았다. 식당을 나와 연무대 육군훈련소에 진입하니 많은 입영장병들 외 가족들로 가득했다.
찌는 듯한 염천더위의 날씨였지만 하나 같이 바짝 긴장된 면면들은 마치 추운 겨울에 반바지를 달랑 하나 입고 서 있는 듯 보였다. 육군훈련소로 들어가 연병장 위의 의자에 잠시 앉아있자니 교관으로 보이는 군인이 집합 명령을 내렸다.
드디어 아들이 국가의 명에 따라 대한민국 군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순간 눈물이 분수처럼 솟았다. 아들을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씩씩하게 군대생활 잘 하거라.” 아내도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우리 아들~ 부디 건강해야 돼!”
다만 아들은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의도적이었든 아니든 간에 그처럼 의연한 모습은 그나마 우리 부부를 다소 위로해주는 행동이었다. 이상은 아들의 입대 당시 풍경이다.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나라의 젊은이는 당연히 일정기간 군인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여전히 남북으로 분단되어 첨예하게 대치 중인 국방의 주역이 될 수 있다. 한데 ‘특이한 경우’의 군 징집 면제 사유에 소위 ‘신의 아들’로 불리며 군대에 가지 않은 경우가 왕왕 발생하여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어 유감이다.
이러한 경우는 정부 고위직 인사의 임명 시 국회청문회에서 곧잘 발견되곤 했다. 또한 젊음을 국가에 헌납하면서 병역을 필한 젊은이에게 취업 시 이익을 부여하는 군필자 가산점 제도에 있어 일부에선 성차별이라며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하는 이들도 눈에 띄곤 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에겐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댁의 아들은 군대 안 가우?” 사람은 매사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관점에서 바라봐야만 비로소 공정함의 잣대와 저울까지를 발견할 수 있다.
딸만 둔 집안에선 모르겠으되 아들이 있는 집에선 언젠가 ‘군 입대’라는 화두와 직면하기 마련이다. 요즘엔 시류가 바뀌어 여군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곤 하지만 아무튼 사랑하는 자제의 입대는 가족 모두를 눈물바다에 빠지게 한다.
더욱이 입대 후 뉴스에서 군대 내에서의 가혹행위 보도와 그로 말미암아 안 좋은 상황의 도출은 간을 덜컥거리게까지 만든다. 그동안 청문회를 보자면 미국 등지에서 일부러 자녀를 낳아 그 나라의 국지주의에 편승, 군대에 보내지 않아도 되는 ‘꼼수’가 종종 발견되곤 했다.
그러한 이기주의와 국방을 도외시하는 행태는 일종의 부패이자 또한 과도한 ‘사유재산의 취득’이란 입장이다. 동양에 공자가 있었다면 서양엔 플라톤이 있었다. 그는 사유재산을 철저히 경계했다.
특히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자, 혹은 그러한 반열에 위치한 이른바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사유재산을 소유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 사유재산이 부패의 원인이란 이유 때문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대표 철학자였던 플라톤이 살았던 시대와 현재는 세월의 간극이 너무 넓다.
따라서 이제 와 그의 지론을 좇는다는 건 다소 어폐가 없지 않다. 하지만 그의 주장을 신봉하는 까닭은 지금도 여전히 부패하면서까지 치부(致富)에 혈안이 된 자들이 적지 않은 때문이다.
본인은 물론이요 가족들 모두의 국적이 대한민국이 아닌 자의 정부 요직 등용은 그래서 강력 반대하는 입장이다.
더구나 그러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급여를 받는 공직자라면 플라톤의 일갈은 여전히 존속되는 이유로 타당하지 않을까? 이런 걸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아들과 딸이 군에 입대할 적에 울어보지도 않은 사람이 어찌 감히 국민을 다스리려 하는가!
그러한 부패의 사유재산을 지닌 윤똑똑이들이 가득한 나라는 불행하다. 미래 역시 암울함은 구태여 사족의 강조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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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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