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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편영화 ‘부자유친’ ost 표지(아티스트 박해민) |
언젠가 뉴스에서 2년 전 서울시 교육감 선거 후보였던 고 모씨의 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하나로 대한민국이 들썩였으며 그로 말미암아 당사자는 낙선의 고배까지 마셨던, 그 화제의 주인공을 인터뷰한 글을 보았다.
이 기사에서 고 모씨의 딸은 부모가 이혼한 뒤 미국으로 온 것은 자신의 의사와는 사뭇 반(反)하는 것이었고, 또한 자신의 엄마는 싱글맘으로 힘들게 자신을 키웠다고 고백했다. 아울러 ‘강제로’ 미국엔 온 1998년 이후로 한국엔 가을이나 봄에도 가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녀의 토로처럼 우리나라의 사계절은 정말이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여전히 ‘금수강산’으로 회자되는, 갓 시집 온 신부처럼 고운 우리의 산하를 보더라도 이는 충분한 설득력을 지닌다 하겠다.
여하간 그녀의 그런 토로는 새삼 가장과 남편의 위치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주지하듯 고 모 씨는 대학 재학 중에 사법고시, 행정고시와 외무고시를 모두 합격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오랜 기간 법조인으로 활동하였으며, 2000년경부터는 방송을 통해 청소년과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꿈과 노력을 주제로 한 강연을 하여 방송인으로 잘 알려졌다. 2008년엔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정치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난 2014년에는 서울시 교육감으로 출마하였으나 미국에 거주하는 딸 고 모씨가 “아버지는 교육감의 자격이 없다!”는 요지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바람에 과거 이혼 후의 행적에 대해 큰 논란까지 일었다. 이는 또한 결국 교육감 당선에 실패하는 결정적 사유로까지 발전했다.
그는 오랜 기간 청소년 전문가를 자처하며 대중의 인지도를 높여왔기 때문에 딸의 고발은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교육감 선거에서의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하자, 2014년 6월 3일 강남에서 열린 거리 유세에서 고 모씨는 “못난 아버지를 둔 딸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절규하기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이미 돌아선 민심을 추스르기엔 역부족이었고 설상가상 당시 그가 지었던 표정이나 행동을 이용해 누리꾼들이 패러디까지 마구 생산해 내기에 이르렀다. 심지어는 이를 ‘개그콘서트’에서도 방송하는 촌극까지 빚어졌음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외국은 모르겠으되 한국사회는 여전히 정서적으로도 이혼한 아버지와 남편은 남만도 못하고 또한 적개심으로 가득한 게 사실이다. 그렇긴 하더라도 자신의 아버지를 대놓고 비판한 딸의 ‘용기’는 대체 어디서 기인했던 것일까?
여하간 이런 부녀간의 상충(相衝)은 새삼 적선여경(積善餘慶)의 당연함과 당위성까지를 천착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딸의 제 아버지 폄훼 표현은 촌진척퇴(寸進尺退), 즉 한 치를 나아갔다가 한 자를 물러선다는 뜻으로, 전진하기보다 오히려 더 후퇴함을 보는 듯 하여 기분이 언짢았다.
즉 이는 ‘촌진척퇴’의 의미처럼 적게 얻고 많이 잃음을 발견하는 듯 했으며 또한 ‘누워 침 뱉기’로 보인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죽했으면 그랬을까…라는 설득력을 얻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는 또한 인생길 간고성(艱苦性)의 유무와 빈도에 따라 언제든 돌출될 수 있는 또 다른 흉기임을 발견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상식이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호환과 마마가 아니라 바로 자식이다. 부자유친(父子有親)은 그 어떤 경우일지라도 결코 훼손되거나 망실돼선 안 된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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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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