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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연합 DB |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세월처럼 빠른 건 세상에 또 없다. 2016년의 출발이 엊그제 같건만 어느새 1년의 반을 돌아 나머지 반년을 향해 질주해야 하는 7월이 목전이다. 연말이 되어 한 해를 결산한다면 지금은 반타작(半打作)이라도 했는가를 점검할 때다.
그래서 얘긴데 천만다행으로 그 ‘반타작’은 넘어서고 있는 즈음이다. 이는 관즉득중(寬則得衆), 즉 ‘너그러우면 사람을 얻는다’는 평소의 마인드를 견지한 덕분이란 생각이다. 얼마 전 서점에 가서 요즘 날개 돋친 듯 팔린다는 <채식주의자>를 샀다.
불과 56페이지의 단편소설이지만 채 반도 못 읽었다. 그 책 외에도 읽을 책이 가득하고 개인적으로 생업과 투잡, 그리고 집필 등의 과제가 산적한 때문이었다. 여하튼 세계 3대 문학상 중의 하나인 맨부커상을 받으면서 일약 스타가 된 작가 한강 씨는 많은 걸 덩달아 되새김질하게 만드는 계기까지 창출했다.
언젠가 현역작가가 극심한 생활고를 토로하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었다. 그 뉴스를 보고 이심전심과 동병상련에 마음이 짠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거개 작가들은 생활비는커녕 술과 담배 값조차 못 버는 이도 수두룩하다.
때문에 일부 소수의 스타작가들 빼곤 반드시(!) 생업 외에도 별도의 투잡을 해야 한다. 이를 멀리서 찾아볼 것도 없이 나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달빛마저 차가운 밤에 주머니마저 찢어져 그 어떤 것도 담아낼 수 없는 초라한 문인의 마음 사이론 그야말로 가난이란 바람만 왕래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인이란 본시 그처럼 ‘배가 고파야’ 글이 써지는 직업군이란 혹자의 지적에 애써 다시금 긍정마인드로 고쳐먹곤 아울러 이를 견지코자 노력하는 중이다. 더불어 그나마 나는 관즉득중(寬則得衆)에 입각(그리 봐 주신 참 감사한 분들 덕분에)하여 매일 칼럼 형태의 글을 쓸 수 있고, 심심찮게 원고 청탁 등도 들어오고 있음에 되레 고마워해야 하는 입장이다.
내가 쓴 글을 보고 이따금 문의를 해 오는 독자님 내지 작가님도 계신데 한번은 ‘할머니’가 화두였다. 내가 진정한 천사로 기억하고 있는 유모할머니는 생전에 선행(善行)만을 가르치셨다.
착한 끝은 있어도 악한 끝은 없으니 착하게 살라는. 예컨대 착하게 사는 사람은 언젠가 잘 되지만 악하게 살면 희망이 없다는 뜻이었다. 관즉득중(寬則得衆)의 핵심을 이루는 것은 공(恭), 관(寬), 신(信), 민(敏), 혜(惠), 이렇게 다섯 가지다.
평소 공손하고 너그러우며 신용이 있고, 부지런하며 은혜로우면 반드시 고진감래(苦盡甘來)의 좋은 날이 온다는 의미다. <채식주의자>의 초간(初刊)은 지난 2007년이니 10년이 다 된 셈이다.
그러나 맨부커상 수상 이후 불과 며칠 만에 지난 10년 동안 판매된 부수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건 아직도 문학의 힘을 무시해선 안 되겠다는 당위성으로 견고해 보인다. 이 같은 열풍에 힘입어 한강 씨가 그의 부친인 소설가 한승원 선생께 앞으론 용돈을 넉넉히 드릴 터이니 주변 사람들에게 밥과 술도 사드리라고 했단다.
밥과 술은 솔직히 얻어먹는 게 더 맛있다!(^^;) 어쨌거나 이에 흐뭇한 기분이 되면서 나 또한 그리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기대감이 두둥실 했다. 사랑하는 아들은 물론이요 딸에게 역시도 입때껏 넉넉한 용돈을 주어보지 못한 경제적 무능의 아버지란 위인이 바로 나다.
‘사람의 의리는 다 가난한 데서 끊어지고 세상의 인정은 바로 돈 있는 집으로 쏠린다’는 말이 있다. 문학의 장르 역시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세일즈맨은 실적으로 말하듯 작가는 판매부수가 그 사람을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
향후 발간될 2집의 책이 많이 팔려 아이들은 물론이요 수십 년 째 고생만 하고 있는 마누라에게도 큰소리 뻥뻥 치며 용돈을 듬뿍 쥐어주고 싶다. 허나 앞으로도 불변하게 관즉득중(寬則得衆)을 맞은바라기 거울로 삼을 것임은 물론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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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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