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게티 이미지 뱅크 |
아내는 성격이 서글서글하다. 그래서 친구와 지인들도 많다. 또한 아둔한 나와는 달리 머리도 좋아서 감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얼마 전 홈쇼핑에서 전기다리미를 하나 구입했다.
옷을 옷걸이에 걸어둔 채 스팀으로 척척 손쉽게 다릴 수 있다는 기종이었다. 그러나 나는 분해되어 있어 하나하나 조립해야 하는 건 딱 질색이다. 못 하나도 제대로 박을 줄 모르는 터에 그런 다리미는 머리까지 지끈지끈 아파오는 때문이다.
따라서 그 다리미 역시 아내가 부속을 일일이 찾아 맞춰서 가동을 시작했다. 한데 광고와는 달리 옷의 펴짐이 여의치 않았다. “이거 순 사기 아녀?” 자신이 심사숙고 뒤 선택한 상품이 맘에 안 들자 자존심이 상했던지 아내는 버럭 역정을 냈다.
위로할 요량에 “그냥 뒀다가 아들이 집에 오면 다시 조립해 달라고 해서 써봐” 랬더니 그제야 풀어지는 기색이었다. 아들은 별명이 ‘홍가이버(맥가이버의 비유)’일 정도로 뭐든 척척 잘 한다. 미국드라마 ‘맥가이버(MacGyver)’는 지난 1985년 9월부터 1992년 5월까지 139부작으로 방송되었다.
오로지 명석한 두뇌와 다용도 칼 한 자루, 그리고 주위의 사물들을 이용해 비밀임무를 수행하는 피닉스 재단 소속 첩보원인 맥가이버의 활약상을 그린 작품이다. 당시 인기가 얼마나 하늘을 찔렀는가 하면, 그 드라마의 방송 즉시 아이들은 밥도 먹다 말고 눈이 TV화면에 가서 철썩 붙곤 했다.
야근을 나가려고 옷을 갈아입는데 아내도 화장을 시작했다. 친구들이 저녁을 먹자고 했단다. 이틀 연속 야근을 마친 다음날은 쉰다. 함께 아침을 먹는데 아내의 입이 부산스러워졌다. 다시금 ‘아들자랑’이 시작된 것이었다.
“어제 저녁을 먹는데 내 친구가 또 우리 아들과 제 딸이 선을 봤음 하더라구.” “그래서?” “요즘 애들이 부모 말을 듣느냐고 했지. 하여간 벌써 몇 번째 간청(?)인지라 아들한테 말은 꺼내본다고 했지만 아들은 영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니 원~”
결국 아낙들의 수다는 *선조와명(蟬噪蛙鳴)의 주변에서 머물고 만 셈이었다. 다시금 팔불출스런 자랑이겠지만 아들은 참 잘 생겼다. 제 엄마를 닮았는지 머리도 명석하여 재직 중인 회사에서도 크게 인정받고 있다.
그보다 내가 더 칭찬하고픈 건 아들은 진정 ‘효자’라는 사실이다. 아들은 우리부부를 태우고 여행도 곧잘 시켜준다. 그리곤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계단만 보인다손 치면 주변을 의식 않고 제 엄마를 덥석 업는다.
아내는 허리가 안 좋아 계단이라면 칠색 팔색하는 때문이다. 국보 1호는 숭례문이며 보물 1호는 흥인지문이다. 우리 집의 가보 일호(家寶一號)는 단연 아들이다. 효도는 종교보다 낫다.
*선조와명(蟬噪蛙鳴) = 매미가 떠들썩하게 울고 개구리가 시끄럽게 운다는 뜻으로, 논의(論議)등이 진지하지 아니 하고 그저 여럿이 모여 시끄럽게 떠듦을 이르는 말.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 |
![]() |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홍경석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https://dn.joongdo.co.kr/mnt/webdata/content/2025y/12m/15d/118_202512150100130240005453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