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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뭇한 마음으로 일독하던 중 ‘추억이 담긴 사진 받습니다’라는 공지문을 보게 되었다. 유성의 옛 모습과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 등 예쁜 사연이 담긴 사진이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30여 년 전의 아들 사진을 찾아 사진으로 찍어 이메일로 보냈다.
사진의 내용은, 당시 처가가 있던 충남 대덕군 구즉면 문지리(현 대전시 유성구 문지동)의 비포장도로를 걷는 모습이었다. 아들의 옆에는 아들보다 한 살이 위인 처조카가 아들과 손을 잡고 함박웃음을 짓는 장면이고 뒤는 나와 아내, 그리고 처형 등이 보이는 사진이었다.
사진은 과거를 가두는 사각형의 요술이다. 그래서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는 말을 곧잘 하는 것이다. 아무튼 오늘 이메일이 왔는데 내가 보낸 글과 사진이 채택되었단다. 그리곤 원고료 입금용 통장 사본과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그 덕분에 다시금 지난 세월의 사진을 보게 되니 만감이 교차했다. 아울러 세월무상(歲月無常)을 새삼 곱씹게 되는 계기까지 되었다. 얼마 전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였다. 그런데 치아가 부실한 탓에 고기도 못 씹고 그저 부드러운 두부요리 내지 술과 같은 물 종류로만 배를 채웠다.
이가 시원찮은 까닭은 나이도 나이려니와 지난 시절 숱한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세월을 살아온 데 따른 당연한 어떤 반대급부인 때문이다. 나이를 먹어 늙는다는 건 슬픈 일이다. 그렇긴 하지만 세상에 그 어떤 것이 감히 생로병사를 거역할 수 있으랴!
또한 뭐든 마찬가지겠지만 매사는 그걸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 마인드로 치환하는 지혜를 빌리는 것이 중요한 법이다. 이런 관점에서 고사(故事)를 하나 인용코자 한다. 옛날 인도에 늙은이를 버리는 나라가 있었단다.
그러나 한 효자 아들이 왕의 지엄한 명령을 거부하고 자신의 늙은 아버지를 집안 속에 꽁꽁 숨겨두었다. 하루는 왕이 꿈을 꾸니 신령이 나타나서 “여기 지금 내다 놓은 두 마리의 말(馬)은 보기는 똑같으나 하나는 어미이고 하나는 자식이다. 근데 어느 것이 어미이고 어느 것이 자식이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이를 맞히지 못 하면 나라를 없애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고민에 빠진 왕이 신하들에게 물으니 딱 한 사람만이 그걸 맞췄는데 이는 숨겨놓은 아버지의 지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두 마리의 말 앞에 풀을 줘보십시오. 그러면 반드시 어미 말은 새끼 말에게 먼저 먹일 것입니다.” 덕분에 신하는 아버지도 살리고 본인은 승진까지 했다는. 고로 노인은 지혜의 상징인 셈이다. 이는 많은 일을 경험하여 지혜도 많기 때문이다.
진부한 얘기겠지만 노인을 공경하고 노인을 보호할 줄 아는 사회가 복된 사회의 초석이다. 어린 아이들이 가정의 꽃이라면 노인은 지혜의 등불이기 때문이다. 이왕지사 ‘노인의 지혜’ 얘기를 한 김에 개인적 지혜를 ‘보너스로’ 밝히고자 한다.
어제 아내가 지인의 소개로 다슬기를 1만 원어치 사왔다. ‘다슬기’의 이곳 충청도 방언은 ‘올갱이’다. 그래서 식당 등지에선 지금도 ‘올갱이 해장국’이라고 써놓곤 판다. 다슬기는 1급 청정수에서만 자라는 녹색빛깔까지 참 고운 식재료다.
영양면에서도 아미노산의 함량이 높아 간 기능을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구입한 다슬기는 우선 고무장갑을 끼고 비벼서 씻고 껍질의 이물질을 제거한 뒤, 3시간 이상 물에 담가 해감시켜야 깨끗하다.
된장과 아욱을 넣어 국으로 끓여 먹거나 무침 등의 요리를 해서 먹어도 별미다. 다슬기는 숙취 해소와 다이어트, 시력보호에도 좋다. 신장에 작용하여 대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는 설도 있다. 그런데 바늘로 살(고기)을 빼낼 때,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살살 돌리면서 하는 게 살을 모두 빼내는 포인트다.
이 또한 나의 경험에서 우러난 어떤 지혜임은 물론이다. 이 같은 지혜와 ‘생활 속의 상식’은 부지기수다. 양파껍질을 벗길 때 눈이 안 맵게 하려면 양파껍질을 물속에서 벗기면 된다.
바나나는 보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껍질을 벗겨 비닐봉지에 싸서 냉동실에 넣어 얼리면 여름철에 알맞은 냉과(冷果)가 된다. 손님들이 먹다 남긴 소주를 식당에서 삼겹살 등을 먹은 뒤 생긴 기름기를 제거하는데 사용하듯 김빠진 맥주도 버리지 말자.
고등어나 꽁치 등 비린내가 많이 나는 생선을 먹다 남은 맥주에 10분쯤 담가 놓으면 비린내가 말끔하게 없어지는 때문이다. 잘 안 쓰는 향수를 머리감을 때 마지막 헹구는 물에 한두 방울 떨어뜨려 사용하면 하루 종일 은은한 향이 풍겨 나와 기분전환에도 그만이다.
세월은 여류하여 아들은 결혼적령기에 접어들었다. 자타공인의 효자라곤 하지만 진정한 효도는 어서 짝을 찾아 부부라는 이름으로 거듭 나는 것이라 믿는다. 이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와 손녀까지 내 무릎에 앉혀준다면 내 어찌 세월무상을 한탄하겠는가?
그런다면 이는 더 이상 세월무상(歲月無常)이 아니라 오히려 세월무상(歲月無上)으로 거듭 나는 반가움의 전기(轉機)로 작용하리라.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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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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