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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베레팡 중 유아인. |
고된 야근을 마칠 시간이 다가왔다. 어서 빨리 귀가하여 아내가 차려주는 따뜻한 아침밥을 먹고 싶다. 그리곤 천근만근인 눈꺼풀도 쉬게 해주고 싶다. 아침이든 저녁이든 밥을 먹자면 숟가락을 들어야 한다.
아내와 부부가 되면서 최초로 살았던 집은 반 지하의 초라한 셋방이었다. 숟가락 두 벌에 밥과 국그릇, 비키니 옷장과 요강 하나가 살림살이의 전부였다. 그야말로 남루하기 이를 데 없는 ‘흙수저 부부’의 출발이었다. 외식은 한 달에 딱 한 번, 나의 월급날뿐이었다.
삼겹살도 맛있지만 살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가 더 기가 막혔던 식당이 우리의 뻔한 외식 집이었다. 이듬해 아들을 낳고 아들이 점차 성장하자 녀석도 수저를 들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세월은 여류하여 아들과 딸도 학생이 되었다.
하지만 ‘흙수저’ 출신의 서민이었던 나는 아이들에게 남들처럼 사교육을 시켜줄 입장이 못 되었다. 그렇다고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을 수수방관할 수 없었다. 좌고우면 끝에 주말과 휴일이면 함께 도서관을 다니며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고, 읽도록 했다.
덕분에 두 아이 모두 성적이 비약적으로 신장되었음은 물론이다. 작년에 개봉된 방화 <베테랑>의 주인공 유아인은 ‘금수저의 베테랑’ 연기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는 또한 금수저 논란을 시대적 화두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이는 동기까지를 마련했다.
여태 금수저로 밥을 먹어본 적은 전무하다. 고로 금수저로 식사를 하면 더 맛이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렇긴 하되 지금도 여전히 소위 금수저 출신들의 경거망동과 파렴치, 그리고 안하무인과 구나방(말이나 행동이 모질고 거칠고 사나운 사람을 이르는 말) 치부 행각이 판을 치는 현실을 보자면 울화가 치밀어 견딜 재간이 없다.
전방위 적인 수사를 받고 있는 그룹의 명운(命運)엔 관심이 없는지 아무튼 롯데가(家)의 여전한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대표적 케이스다.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인 정운호가 일으킨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로 말미암아 금수저 출신의 판·검사 출신 엘리트 변호사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
이뿐만 아니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엄청난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에선 전직 사장들이 각종의 편법과 분식회계, 사기 대출 등의 비리 종합세트를 총동원하며 마치 주인 없는 공동우물에서 물 퍼가듯 하여 이들 역시 법의 심판이 목전(目前)이지 싶다.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이랬다고 윗물이 그처럼 흐렸기에 아랫물 역시 깨끗하지 못했는가 보다. 대우조선해양의 일개 차장급 직원마저 8년 동안이나 회사 돈 180억 원을 빼돌려 온갖 사치를 누리며 별의별 짓거리를 자행했다고 하니 말이다.
따라서 이는 정말이지 유아인의 대사처럼 “어이가 없네!”가 아닐 수 없었다. 야근을 마치고 아침에 귀가하노라면 어르신들께서 휴·폐지를 줍느라 고생하시는 모습을 쉬 보게 된다. 그러나 하루 종일 동분서주해봤자 불과 1만 원도 벌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흙수저 출신의 국민과 서민은 지금 이 시간에도 준법정신에 의거, 성실하고 착하게 살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금수저 출신들은 그렇지 아니 한 듯 보여 심히 유감이다. 한국롯데가 일본롯데보다 규모가 20배나 더 크다는 건 상식이다.
이러한 까닭에 언필칭 한국기업임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당사자는 한국어를 한 마디도 못 하는 모습이 뉴스를 탄 바 있었다. 이러한 아이러니의 주인공이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것 역시 못 마땅의 핵심 중 하나임은 ‘금수저’ 출신에 대한 세인의 반감을 은연 중 드러내는 대목이다.
같은 금수저 출신의 일부 법조인들이 서민들은 평생을 굶으며 모아도 도저히 불가능한 수임료를 받고 경거망동하다가 구속까지 되었음 또한 이는 그들만의 부도덕한 메커니즘 리그를 새삼 천착할 수 있는 계기에 다름 아니었다.
이러한 금수저 출신들의 잇따른 비도덕적 복마전과도 같은 점입가경 행태는 국가별 부패 인식 지수에서 우리나라가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겨우 27위의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이유까지를 제공했다고 보는 시각이다.
오늘도 대다수 흙수저(土柶) 출신 국민들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을 묵묵히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금수저(金柶)들은? 내가 여전히 금수저를 거들떠도 안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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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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