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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티 이미지 뱅크 |
1950년대에 있었던 일이다. 영국의 컨테이너 운반선 한 척이 화물을 내리기 위해 스코틀랜드의 어떤 항구에 닻을 내렸다. 한 선원이 짐이 다 부려졌는지를 확인하려고 냉동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그 사실을 몰랐던 다른 선원이 밖에서 냉동실 문을 닫아버렸다. 갇힌 선원은 소리를 지르고 문을 있는 힘껏 두드렸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냉동실 안의 식량은 충분히 있었지만 선원은 자신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곧 얼어 죽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는 냉동실 벽 위에 시간별로 날짜별로 고난의 이야기를 새겨 나갔다. 그의 꼼꼼한 기록에는 냉기가 코와 손가락과 발가락을 꽁꽁 얼리고 몸을 마비시키는 과정이 적혀있었다. 뿐만 아니라 찬 공기에 언 부위가 견딜 수 없이 따끔거리는 상처로 변해 가는 과정 또한 극명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배가 리스본에 도착했을 때 냉동실의 문을 연 사람들은 꽁꽁 언 채로 죽어있는 선원을 보고 기겁을 했다. 하지만 후에 밝혀진 놀라운 사실은 컨테이너 안은 섭씨 19도를 가리키고 있었고 냉동장치는 작동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그 선원을 죽인 것은 자기 혼자만의 그릇된 상상이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사물을 대하는 인간의 마음이 부정이냐 긍정이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임을 깨닫게 해주는 교훈이다.
여기에서도 쉬 볼 수 있듯 사람은 누구라도 머릿속에 30cm의 자를 마련하고 이를 기준으로 사물과 타인을 자기 멋대로 잰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오는 11월 17일에 치러진다. 또한 ‘수능 100일 전’은 8월 9일쯤 도래하니 여름휴가 막바지의 더운 날이 될 성 싶다.
수능생은 휴가마저 사치로 치부하곤 여전히 면학에 정진할 터이니 수능 100일 전이 되면 공부에 가일층 채찍을 휘두를 게 틀림없다. 아무튼 수능 얘기가 나오니 아들과 딸이 고3 수험생이었을 적이 기억의 언저리에서 빼꼼 고개를 빼든다.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대입 수험생은 당해 연도에 한해 ‘무소불위’의 전권을 휘두를 수 있다. 즉 한시적으로 집안의 가장 ‘어른’이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부부싸움을 함부로 할 수 없으며, 감기에 걸렸어도 기침을 혼자서 삭였다는 이도 봤다.
아들이 고3이었을 때는 물처럼 즐겨 마셨던 술을 끊었다. 딸이 그 자리를 메웠을 적엔 아침저녁 등하교 시 배웅과 마중을 3년 내내 실천했다. 그러한 나름 일종의 우공이산(愚公移山) 덕분이었을까… 아들과 딸 모두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장학생으로 합격했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우공이산’은 우공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어떤 일이든 끊임없이 노력하면 반드시 이루어짐을 이르는 말이다. 어제 모 언론사로부터 논설위원 명함 시안(試案)을 PDF 파일로 받았다.
순간 현재의 취재본부장에서 ‘승진하여’ 논설위원까지 되었다는 생각에 흐뭇함이 뭉게구름으로 몰려왔다. 이는 아울러 또 다른 우공이산의 결과라는 자가당착(自家撞着)까지를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그 논설위원 직함은 객원의 신분이다.
그렇긴 하더라도 아무나 할 수 없는 게 그 자리임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찢어지게 가난했기에 중학교라곤 문턱도 넘을 수 없었던 소년은 고향역 앞에서 구두를 닦아야 했다. 신문팔이와 우산장사, 행상과 노동도 부족하여 철공장의 ‘공돌이’생활까지 해봤다.
그랬던 소년가장이 언감생심 논설위원이라니 어찌 감개무량하지 않았으랴. 위에서 지레짐작으로 공포를 느끼곤 스스로 죽음을 맞았던 영국의 컨테이너 운반선 선원 얘기를 꺼낸 바 있다. 절망은 벽(壁)이지만 희망은 길(道)이다.
또한 산(山)은 오르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역경은 희망에 의해서 극복되는 법이다. ‘우공이산’은 지금도 유효하다. 우공이산의 그 각오는 소서(小暑)인 오늘의 무더위조차도 무력하게 만든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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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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