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34. 학계불류(鶴鷄不類)

  • 문화
  • 인생 사자성어

[인생은 사자성어]34. 학계불류(鶴鷄不類)

학은 닭과 어울리지 않는다

  • 승인 2016-07-10 01:00
  • 홍경석홍경석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마케팅 부장으로 근무하던 즈음의 일이다. 신입사원이 들어왔는데 다시금 술을 사겠다고 했다. 사양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예의가 아니다 싶어 그가 이끄는 식당으로 따라갔다. 소주를 세 병째 비울 무렵이었다.

“아줌마 일루 앉아 봐.” 다짜고짜 반말로 바뀌면서 그의 행동 또한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자네 왜 그러나?” 나의 만류에도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서빙하는 아주머니의 팔을 잡아끌어 자신의 옆에 앉혔다. 그리곤 술을 따르라는 게 아닌가!

지금 같았으면 분명 ‘성희롱’ 죄에 해당하는, 말도 안 되는 작태에 나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당연히 놀란 아주머니 역시 술 따르길 거부하고 일어서려 했다. 그러자 입까지 거칠어진 그는 욕지거리까지 남발하는 것이었다.

부아가 활화산으로 치솟기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나 먼저 갈 테니까 더 먹든가 말든가 네 맘대로 해.” 이튿날 나를 만난 그는 얼굴을 들지 못했다. “어제 제가 실수한 거 없나요?” “기억 안 나나?” “네, 저는 술을 마시면 중간에 필름이 끊기거든요.”

“그럴 거면 술을 마시면 안 되지!” 결국 그는 오래지 않아 회사를 그만 두었다. 식당에서 힘든 알바를 하는 아주머니도 일을 마치고 귀가하면 한 가정의 주부이자 아내이며 어머니다. 그런 분에게 술을 따르라고 하는 행동은 누가 봐도 안 되는 것이며 또한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평소 예의와 의리, 신용을 중시한다. 명심보감에서 이르길 ‘군자가 예절이 없으면 역적이 되고 소인이 예절이 없으면 도적이 된다’고 했다. 이는 예부터 예의를 무척이나 중시했음을 나타내는 어떤 거울이다.

인당수에 연꽃으로 피어난 효녀 심청이 역시 평소 지극한 효도와 더불어 깍듯한 예의를 갖추었기에 그리 되었음직 하다. 그랬기에 결국은 용왕님의 마음까지 흔들었으리라. 의리(義理) 역시 마찬가지다. 동창 중 하나가 의리가 없어 친구들로부터도 배척을 당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자녀 결혼식은 물론이요 부모님의 상을 당했을 적엔 동창들을 죄 불러 모으더니 정작 다른 친구들이 그 같은 일을 겪을 땐 나 몰라라 하곤 시치미를 뗐으니 왜 안 그렇겠는가!

마음속이 마치 숯검정처럼 검은 까닭으로 말미암아 신용(信用)까지 상실한 그 친구를 생각하면 새삼 신용과 의리, 그리고 예의의 중요성을 깨닫곤 한다. 모두가 알 듯 ‘좋지 못한 사람과는 가까이 하지 말라’는 뜻에 근묵자흑(近墨者黑)이 있다.

이에 맞춰 ‘학은 닭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미로서 ‘학계불류(鶴鷄不類)’라는 신판(新版) 사자성어를 발표코자 한다. 자태마저 고상한 학(鶴)이 괜스레 닭들과 유유상종(類類相從)으로 어울렸다간 자칫 삼계탕이나 닭볶음탕으로 매도될 수도 없지 않을 것이기에.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올해 충남 집값 17주 연속 하락… 아산 누적 하락률↑
  2. 정청래, 어린이날 맞아 대전 방문…"허태정은 민주당 필승카드"
  3. '5점대 평균자책점'…한화 이글스, 투수진 기량 저하에 고초
  4. 한국산림아카데미재단 총동문회·중부지방산림청, 합동 산불방지 캠페인 벌이다
  5. 세종시의 5월이 뜨겁다… '전시·공연·축제' 풍성
  1. ‘뜨개화풍’ 정우경 초대전…관저문예회관서 12일 개막
  2. 2027학년도 지역의사 전형 충청권 모집 118명 확정
  3. 국내 시총 '1조 클럽' 사상 최대… 회복 더딘 대전 기업 '희비'
  4. 한국청소년연맹 대전·세종·충남연맹, 제6대 모영선 총장 취임
  5. [지선 D-30] 충청정치 1번지 허태정·이장우 빅뱅…부동층 승부 가른다

헤드라인 뉴스


[지선 D-30]지역발전 위한 정책 선거 중요

[지선 D-30]지역발전 위한 정책 선거 중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진영에서 내건 선거 구호다. 이 구호는 경제 불황에 시달리던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당시 객관적 열세였던 클린턴 전 대통령을 대선 승리로 이끌었다.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 즉 먹고 사는 문제를 제대로 짚은 것이 승리로 이어졌다. 지역을 책임지는 '일꾼'을 뽑는 6·3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뽑는 지방선..

대전의료원 건립, 본격 시동 걸 수 있을까
대전의료원 건립, 본격 시동 걸 수 있을까

지역 숙원 사업 중 하나인 대전의료원 건립 사업이 사업비 조정을 거쳐 본격 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대 인근 용운동 11번지 일원에 건립되는 대전의료원은 총사업비 1759억(국비 530억, 시비 1229억)을 투입해 지하 2층 지상 7층 연면적 3만3148㎡에 319병상 규모로 2030년 준공을 목표로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1996년 건립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경제성 문제 등으로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코로나19사태로 상황이 급변했다. 메르스와 코로나19 등 각종 감염병 유행에 따른 공공의료 필요성..

대전·세종·충남 기름값 ‘2000원 시대’ 굳어져… 소비자 부담 계속
대전·세종·충남 기름값 ‘2000원 시대’ 굳어져… 소비자 부담 계속

대전·세종·충남지역 주유소 기름값이 리터당 '2000원 시대'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지역별로 2000원대 돌파 시점은 달랐지만, 현재 대부분 지역이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며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대전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2002.53원으로 전날보다 0.12원 올랐다. 경유는 1997.39원으로 0.07원 상승하며 2000원 선에 근접한 상태다. 대전의 휘발유 가격은 4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4월 24일 처음 2000원을 넘어선 뒤 현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분주한 선관위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분주한 선관위

  •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