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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티 이미지 뱅크 |
마케팅 부장으로 근무하던 즈음의 일이다. 신입사원이 들어왔는데 다시금 술을 사겠다고 했다. 사양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예의가 아니다 싶어 그가 이끄는 식당으로 따라갔다. 소주를 세 병째 비울 무렵이었다.
“아줌마 일루 앉아 봐.” 다짜고짜 반말로 바뀌면서 그의 행동 또한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자네 왜 그러나?” 나의 만류에도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서빙하는 아주머니의 팔을 잡아끌어 자신의 옆에 앉혔다. 그리곤 술을 따르라는 게 아닌가!
지금 같았으면 분명 ‘성희롱’ 죄에 해당하는, 말도 안 되는 작태에 나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당연히 놀란 아주머니 역시 술 따르길 거부하고 일어서려 했다. 그러자 입까지 거칠어진 그는 욕지거리까지 남발하는 것이었다.
부아가 활화산으로 치솟기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나 먼저 갈 테니까 더 먹든가 말든가 네 맘대로 해.” 이튿날 나를 만난 그는 얼굴을 들지 못했다. “어제 제가 실수한 거 없나요?” “기억 안 나나?” “네, 저는 술을 마시면 중간에 필름이 끊기거든요.”
“그럴 거면 술을 마시면 안 되지!” 결국 그는 오래지 않아 회사를 그만 두었다. 식당에서 힘든 알바를 하는 아주머니도 일을 마치고 귀가하면 한 가정의 주부이자 아내이며 어머니다. 그런 분에게 술을 따르라고 하는 행동은 누가 봐도 안 되는 것이며 또한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평소 예의와 의리, 신용을 중시한다. 명심보감에서 이르길 ‘군자가 예절이 없으면 역적이 되고 소인이 예절이 없으면 도적이 된다’고 했다. 이는 예부터 예의를 무척이나 중시했음을 나타내는 어떤 거울이다.
인당수에 연꽃으로 피어난 효녀 심청이 역시 평소 지극한 효도와 더불어 깍듯한 예의를 갖추었기에 그리 되었음직 하다. 그랬기에 결국은 용왕님의 마음까지 흔들었으리라. 의리(義理) 역시 마찬가지다. 동창 중 하나가 의리가 없어 친구들로부터도 배척을 당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자녀 결혼식은 물론이요 부모님의 상을 당했을 적엔 동창들을 죄 불러 모으더니 정작 다른 친구들이 그 같은 일을 겪을 땐 나 몰라라 하곤 시치미를 뗐으니 왜 안 그렇겠는가!
마음속이 마치 숯검정처럼 검은 까닭으로 말미암아 신용(信用)까지 상실한 그 친구를 생각하면 새삼 신용과 의리, 그리고 예의의 중요성을 깨닫곤 한다. 모두가 알 듯 ‘좋지 못한 사람과는 가까이 하지 말라’는 뜻에 근묵자흑(近墨者黑)이 있다.
이에 맞춰 ‘학은 닭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미로서 ‘학계불류(鶴鷄不類)’라는 신판(新版) 사자성어를 발표코자 한다. 자태마저 고상한 학(鶴)이 괜스레 닭들과 유유상종(類類相從)으로 어울렸다간 자칫 삼계탕이나 닭볶음탕으로 매도될 수도 없지 않을 것이기에.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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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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