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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티 이미지 뱅크 |
주변에서 피서와 휴가를 떠나겠노라는 사람들이 점증하고 있다. 그러노라니 나 또한 여행으로의 갈증이 이 뜨거운 여름의 목마름처럼 다가온다. 작년 가을, 아들의 차에 편승하여 1박2일의 여행을 떠났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충남 예산군 덕산면 덕숭산(德崇山)에 위치한 명찰 수덕사(修德寺)였다. 만추답게 수덕사의 절경은 정말로 명불허전이었다. 그러나 다소 아쉬웠던 건 수덕사는 계단이 많은 까닭에 허리수술로 말미암아 계단이 절벽에 다름 아닌 아내는 아들이 업고 올라야 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숙소인 태안군의 한 펜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척이 철썩이는 바다였기에 아내는 이튿날 썰물 때 해변을 걷고자 했다. 한데 거기로 접근하자면 계단이 막고 있었기에 다시금 아들이 아내를 업지 않으면 안 되었다. 태안을 나와선 서산의 간월암에도 들렀다.
그곳도 계단이 많았는데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이번엔 아내를 내가 업고 올랐다. 지난 1월 트로트의 여왕 <주현미 데뷔 30주년 기념, THE 주현미 SHOW>가 충남대학교 정심화홀에서 열렸다. 우리 부부 모두 주현미 씨를 좋아하는 까닭에 그 공연을 보러 갔다.
비교적 관람료가 저렴한 관람석은 2층이었는데 공교롭게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따라서 그날도 나는 아내를 업고 올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남편이 아내를 업고 구경한 부멸(夫孭)의 여운 때문이었을까? 아내는 그 당시를 반추하면서 내가 업어준 덕분에 참 고마웠다고 토로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지난 봄, 같은 장소에서 치러진 <박인희 - 송창식 콘서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내를 업고 계단을 오르자니 아내가 말했다. “창피하지 않아?”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랑하는 나의 조강지처이거늘 무에 창피하단 말인가!
“아니, 전혀!” 아내를 업고 계단을 오르는 남편인 나를 보던 어떤 관객은 “와~ 대박!” 이라며 스마트폰으로 그 광경을 찍기까지 했다. 얼마 전에 아들은 또 우리부부를 부여까지 모시고 가서 낙화암과 고란사 등을 구경시켜 주었다.
한데 그곳 또한 계단이 적지 않아서 아내는 또 다시 아들의 등에 업혀야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내는 남편인 나 아니면 아들이 업어줘야만 비로소 계단을 오를 수 있다는 현실에 부멸자멸(夫孭子孭)이란 느낌이 찾아왔다.
‘업을 멸(孭)’이란 한자를 조합하면 쉽사리 만들어지는 신판(新版) 사자성어인 셈이다. 아들의 그러한 효심의 발휘는 조선시대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시조까지를 떠올리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기기를 다하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 하리. 평생에 고쳐 못 할 일은 이 뿐인가 하노라 - 세월이 각박하여 자식에게서 ‘효도계약서’라도 받아야 되는 세상이라고 한탄하는 이도 없지 않은 즈음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다르다. 그런 걸 보면 자녀의 효도 역시 하늘이 주신 복이란 믿음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자녀에게서 뜨거운 효심(孝心)을 보면 흐뭇해한다. 명심보감에서 “현명한 아내는 남편을 귀하게 만들고 못된 아내는 남편을 천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래서 얘긴데 ‘효심이 투철한 아들은 부모를 편안하게 하지만 못된 아들은 부모를 낙담하게 만든다”는 말을 첨언(添言)코자 한다. 참 착한 심성을 지닌 아들이 고맙다! 아들을 닮은 고운 성정의 알토란 같은 규수가 내 며느리가 되길 소망해본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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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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