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36. 부멸자멸(夫孭子孭)

  • 문화
  • 인생 사자성어

[인생은 사자성어]36. 부멸자멸(夫孭子孭)

어떤 소망

  • 승인 2016-07-11 09:4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주변에서 피서와 휴가를 떠나겠노라는 사람들이 점증하고 있다. 그러노라니 나 또한 여행으로의 갈증이 이 뜨거운 여름의 목마름처럼 다가온다. 작년 가을, 아들의 차에 편승하여 1박2일의 여행을 떠났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충남 예산군 덕산면 덕숭산(德崇山)에 위치한 명찰 수덕사(修德寺)였다. 만추답게 수덕사의 절경은 정말로 명불허전이었다. 그러나 다소 아쉬웠던 건 수덕사는 계단이 많은 까닭에 허리수술로 말미암아 계단이 절벽에 다름 아닌 아내는 아들이 업고 올라야 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숙소인 태안군의 한 펜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척이 철썩이는 바다였기에 아내는 이튿날 썰물 때 해변을 걷고자 했다. 한데 거기로 접근하자면 계단이 막고 있었기에 다시금 아들이 아내를 업지 않으면 안 되었다. 태안을 나와선 서산의 간월암에도 들렀다.

그곳도 계단이 많았는데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이번엔 아내를 내가 업고 올랐다. 지난 1월 트로트의 여왕 <주현미 데뷔 30주년 기념, THE 주현미 SHOW>가 충남대학교 정심화홀에서 열렸다. 우리 부부 모두 주현미 씨를 좋아하는 까닭에 그 공연을 보러 갔다.

비교적 관람료가 저렴한 관람석은 2층이었는데 공교롭게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따라서 그날도 나는 아내를 업고 올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남편이 아내를 업고 구경한 부멸(夫孭)의 여운 때문이었을까? 아내는 그 당시를 반추하면서 내가 업어준 덕분에 참 고마웠다고 토로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지난 봄, 같은 장소에서 치러진 <박인희 - 송창식 콘서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내를 업고 계단을 오르자니 아내가 말했다. “창피하지 않아?”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랑하는 나의 조강지처이거늘 무에 창피하단 말인가!

“아니, 전혀!” 아내를 업고 계단을 오르는 남편인 나를 보던 어떤 관객은 “와~ 대박!” 이라며 스마트폰으로 그 광경을 찍기까지 했다. 얼마 전에 아들은 또 우리부부를 부여까지 모시고 가서 낙화암과 고란사 등을 구경시켜 주었다.

한데 그곳 또한 계단이 적지 않아서 아내는 또 다시 아들의 등에 업혀야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내는 남편인 나 아니면 아들이 업어줘야만 비로소 계단을 오를 수 있다는 현실에 부멸자멸(夫孭子孭)이란 느낌이 찾아왔다.

‘업을 멸(孭)’이란 한자를 조합하면 쉽사리 만들어지는 신판(新版) 사자성어인 셈이다. 아들의 그러한 효심의 발휘는 조선시대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시조까지를 떠올리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기기를 다하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 하리. 평생에 고쳐 못 할 일은 이 뿐인가 하노라 - 세월이 각박하여 자식에게서 ‘효도계약서’라도 받아야 되는 세상이라고 한탄하는 이도 없지 않은 즈음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다르다. 그런 걸 보면 자녀의 효도 역시 하늘이 주신 복이란 믿음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자녀에게서 뜨거운 효심(孝心)을 보면 흐뭇해한다. 명심보감에서 “현명한 아내는 남편을 귀하게 만들고 못된 아내는 남편을 천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래서 얘긴데 ‘효심이 투철한 아들은 부모를 편안하게 하지만 못된 아들은 부모를 낙담하게 만든다”는 말을 첨언(添言)코자 한다. 참 착한 심성을 지닌 아들이 고맙다! 아들을 닮은 고운 성정의 알토란 같은 규수가 내 며느리가 되길 소망해본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5.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1.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2.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3.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4.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5. 대전연구원 신임 원장에 최진혁 충남대 명예교수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